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41)
다음 날, 그는 당당하게 그곳에 왔다.
혹시나 하루 만에 다 털고 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떨면서 새벽같이 왔지만, 기도는 평소처럼 문을 열어 줬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처음과 다르게 자신은 큰손이다.
그렇게 인사를 받으며, 채운수는 거들먹거리면서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면 다시 한번 붙어 볼까요?”
어제 담배를 피우던 그 사람도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30억 원짜리 칩이 놓여 있었다.
어제 털리더니, 작심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럴까요?”
채운수는 그 칩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난 며칠간 그는 자잘한 것은 몇 번 졌지만 큰판에서는 대부분 승리했다.
‘역시 그년이 복덩어리였어, 흐흐흐.’
딸의 양육권을 가지고 오자마자 이렇게 미친 듯이 터져 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마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양육권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패 돌리겠습니다.”
천천히 시작된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의 마지막을, 사람들은 차갑게 지켜보고 있었다.
* * *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꿈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수고하셨습니다.”
눈앞에 있는 칩이 싹 쓸려 갔다.
210억. 자신이 땄던 모든 칩들.
그게 한순간 400억까지 불어나는 듯했다. 그래서 신나서 패를 돌리다 보니…….
“다 털렸다고?”
한 푼도 안 남았다.
심지어 처음에 가지고 온 2,100만 원조차도.
“말도 안 돼. 이건 개소리야……. 이건 말도 안 돼!”
그는 소리를 질렀다.
“돈이 없으면 나가 주십시오.”
직원의 정중한 말. 하지만 명백한 축객령.
“어이, 사장. 자네 말이 맞아. 이거, 건물을 생각보다 빨리 사겠어, 허허허.”
웃는 남자의 말에 채운수는 배알이 뒤틀렸다.
그건 자신이 사야 하는 건물이었다. 그런데…….
“이건 사기야!”
“사기가 아닙니다.”
“사기야!”
“지난 며칠간 신나게 따셨으면서 오늘 하루 잃었다고 사기라는 소리가 나옵니까?”
“그…… 그런…….”
맞는 말이다.
지난 며칠간 무려 210억을 땄다. 오늘 오전만 해도 400억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사기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가세요.”
“자…… 잠깐만!”
그는 다급하게 다가오는 직원을 밀어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땡전 한 푼 없다. 1층은커녕, 입장도 안 된다.
‘염병!’
나가면 끝이다.
다른 곳에서 따서 온다? 어느 세월에?
꼴랑 100만 원, 200만 원짜리로?
그나마 딴다는 보장도 없는데?
“잠깐만! 잠깐만! 돈 마련해 올게!”
“푼돈은 안 받아요.”
가지고 와 봐야 1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무제한 게임에 끼기에는, 그가 구할 수 있는 돈은 턱없이 작았다.
“어이, 사장! 여기 10억만 빌려줘!”
그 순간,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직원이 뭔가를 가지고 와서 사인을 받더니 즉석에서 1억짜리 칩 열 개를 건넸다.
“저건 뭐야!”
“자체 대출입니다.”
“나도! 나도 빌려줘!”
직원이 코웃음을 쳤다.
“야, 이 아저씨야. 아저씨랑 여기 손님들이랑 같아? 여기에 있는 분들은 최소 수백억대 자산가야. 저거 빌려 가도 갚는 건 일도 아닌 분들이라고. 그런데 당신은?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뿐이잖아? 여기서는 자잘하게는 안 빌려줘.”
“그…… 그럼…….”
“최하 10억부터야. 푼돈 빌리고 싶으면 1층 가. 거기로 가면 좀 빌려줄 테니까 그걸로 개평이나 벌라고.”
내쫓다시피 내모는 직원.
그다음 순간 채운수는 자신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나 돈 나올 구멍 있어!”
“무슨 구멍? 나가서 항문이라도 벌리려고? 여기 남색 취미 가진 사람 없다. 설사 있어도 너 같은 노친네한테 관심 참 주겠다.”
“아…… 아니야! 내 딸! 내 딸, 연예인이야!”
“연예인?”
“그래! 채영아! 알지? 채영아!”
“으음…….”
잠깐 침묵이 흘렀다.
결국 남자는 사장에게 향했다. 그리고 사장은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따님이 채영아 양이라고요?”
“그…… 그래.”
“그러면…….”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일단 10억 정도는 대출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채권자로서, 아무래도 각서는 받아야겠지요?”
“까짓거 얼마든지 사인해 줄게!”
“감사합니다. 바로 서류를 준비해 오지요.”
사장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고, 노형진 역시 자신이 원하는 장면에 미소를 지었다.
다만 손채림만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
“개자식.”
“예상한 일이잖아? 이런 식으로 되도록 일을 꾸민 거고.”
“그건 그런데……. 하아, 씨발. 생각하기 싫어진다.”
“어쩔 수 없어. 나중에 주변에서 똥칠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러는 게 훨씬 나아.”
“그건 아는데…….”
그래도 기분이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러면 필요한 건 다 얻었고, 남은 건 이제 제대로 털어 주는 것뿐이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