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45)
노형진은 바로 유민택을 찾아가 협상할 가치가 없다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역시나 그런가?”
“예상했나 보군요.”
“그러니까 자네를 불렀지.”
“그런데 왜 절 굳이 협상 자리에 동석시킨 겁니까?”
“자네가 제대로 화가 나야 제대로 일을 할 테니까.”
“이런, 이런.”
유민택의 말에 노형진은 기분이 묘해졌다.
확실히 유민택은 사람을 쓸 줄 안다.
“애초에 말로 해서 되는 자들이었다면 자네를 부르지도 않았을 걸세.”
“그렇군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을 고의적으로 열 받게 만드는 것이 유민택의 계획이었다면 그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노형진은 상당히 열이 받았으니까.
세상의 그 누가, 자신의 아버지가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을 원하겠는가?
“자네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나?”
“일단은 지금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에 대해 알아야겠네요.”
“남궁찬수 무리 말인가?”
“네. 애초애 그들이 노조를 손에 넣은 이유도 모르겠구요.”
“그는 원래부터 노조 위원장이었네.”
“원래요?”
“그래.”
성화 시절부터 노조 위원장을 하던 자로, 대룡에 합병된 뒤에도 그 자리를 이어받아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성화 시절부터요?”
“그래.”
“신망이 두텁나요? 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
성화에서 이쪽으로 넘어올 때도 버틴 걸 봐서는, 이만저만 힘이 강한 게 아닐 것 같았다.
물론 그가 제대로 일을 하는 타입이라 신망이 두텁다면 이해가 간다지만…….
‘하지만 하는 짓을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공장이 다르다고 해도 같은 노동자다.
그런데 노동자를 발로 차고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 작자가 신망이 두터울 리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애초에 성화의 성향을 보면 그것 말고는 답이 없다.
“어용 노조군요.”
“정확하네.”
원래는 성화에서 만든 어용 노조일 것이다. 그리고 성화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노조를 손에 넣었군요.”
“그래.”
“안 봐도 뻔하군요. 선출 방식은 대의원 투표 맞죠?”
“당연한 걸 물어보는군.”
노조 위원과 위원장을 선발하는 방식은 투표다.
그리고 그 종류로는 모든 노동자들이 투표하는 노조원 투표와 각 집단의 대표들이 투표하는 대의원 투표,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어용 노조들은 다 대의원 투표를 하죠.”
전면적인 투표를 하게 되면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을 뽑지 못하니까.
그에 반해 대의원 투표는 회사에서 몇 사람만 관리하면 영구적으로 해 먹을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투표하는 셈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국민에게 손해가 가는 투표에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는 셈이다.
“그래.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노조 문제는 사 측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이해가 갑니다.”
고용 승계하면서 노조도 승계되었다.
그런데 투표 방식이 바뀌지 않았으니 그들의 권력 역시 넘겨받은 셈.
‘이건 뭐, 대한민국이 독립하고도 친일파가 권력을 잡은 셈이군.’
그리고 그들에게 이렇게 당하는 건 다름 아닌 대룡이고 말이다.
“투표 방식을 바꾸려면 내부의 정관에 손대야 하는데, 우리가 그러는 건 불법이란 말이야.”
“문제군요.”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성화는 망했어. 그런데 이제 와서 얼마나 큰 원한이 남아서 복수를 하려는 건지.”
유민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게 아닐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남궁찬수는 상당한 기회주의자일 겁니다.”
즉, 성화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저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말은?”
“대룡에서 그에게 적당한 돈을 쥐여 준다면 아마 모든 게 흐지부지될 겁니다.”
유민택의 얼굴에 혐오감이 짙게 떠올랐다.
“나는 그런 기회자의자를 싫어하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우기보다는 타협을 선택하죠.”
유민택이 돈을 준다는 것.
그건 어용 노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남궁찬수와 그 일파의 권력은 계속된다.
“만일 우평리 공장 폐쇄에 성공한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는 셈이구요.”
“자기들은 손해 볼 게 없다 이거군.”
“그럴 겁니다.”
유민택은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가 착하게 사는 타입이라고 해도, 그는 대룡의 회장이다.
거대 기업의 회장이 남에게 끌려다니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다.
“공장 폐쇄까지 생각하십니까?”
“필요하다면.”
때로는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것이 그들이다.
만일 공장 폐쇄를 한다면,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만 저들에게도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최악의 수단입니다.”
“알고 있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물러나면 저들은 언제든 또 저런 짓을 하겠지.”
“압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 보지요.”
“다른 방법?”
“네. 일단은 제가 공장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관련 자료를 구해다 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네만.”
“일단은 그 후에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