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48)
같은 시각, 노형진 역시 당혹스러운 일을 당하고 있었다.
“이거 좀 정리해라.”
자신에게 서류 뭉치를 건네는 남자.
노형진은 그걸 보고 어이가 없어졌다.
“이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
노형진은 공식적으로 기계공으로 들어온 것이다.
물론 배우는 게 조건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런 그에게 주어진 것은 서류 정리.
그것도 지난 한 달간의 서류였다.
“하라면 하지 잔말이 많아!”
“하지만 이건 과장님 일 아닙니까?”
“너 가방끈 길다며?”
“일단은 대학은 나왔습니다만.”
“그럼 금방 끝나겠네?”
“한 달 치인데요? 그리고 업무양이 많은 거랑 가방끈 긴 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요?”
“아, 씁! 잔말 말고 해라. 내가 전화해서 지랄하게 만들지 말고.”
그는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건 근무 카드 아닙니까?”
“그래. 이따가 10시쯤에 내 잔업 카드 좀 찍어.”
“네?”
“잔업 카드 좀 찍으라고. 카드는 경비실에 맡겨 두고.”
그는 다짜고짜 카드를 던지고 그냥 휭하니 나가 버렸다.
노형진이 어이가 없어서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자 다른 사람이 등 뒤에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원래 저래. 이해해.”
“뭘 이해해요? 저 인간, 어디로 가는 겁니까?”
“골프 치러.”
“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야.”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일부 노조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떠넘긴다는 소리는 듣기는 했다.
그런데 아예 잔업 카드를 찍으라니.
그건 대놓고 횡령이다.
“이걸 놔두세요?”
“어쩌겠나. 저들이 지랄하면 우리는 파리 목숨인데.”
한숨을 푹 쉬는 근로자들.
그들은 담배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서둘러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어서 일하세.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지.”
“미친…….”
“원래 세상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그.
하지만 노형진이 보기에는 전혀 당연한 게 아니었다.
“그건 아닌 것 같네요.”
노형진은 그 꼴을 마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청소 좀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응?”
노형진의 혼잣말을 다들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 * *
“이게 사실인가?”
유민택은 어이가 없다는 듯 보고서를 훌훌 넘겼다.
“네, 저와 팀원들이 확인한 겁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넘어, 거의 계급사회처럼 돌아가는 회사.
그중 일부 사람들은 비정규직을 거의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
“설마 정규직이 다 이런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가 그럽니다. 특히 노조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이 그러더군요.”
“으음…….”
일반 노조원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에서 힘 좀 쓴다는 놈들은, 대놓고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노조원과도 몇 번 충돌이 있었답니다.”
“충돌?”
“아무리 성화에서 만든 노조라고 하지만 결국 직장인들인데, 그 안에 멀쩡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노조는 성화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힘없는 노조원들이 아무리 불만을 터트려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결국 반쯤 포기 상태인 것은 노조원들이나 비노조원인 파견직과 비정규직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끝내주는군.”
귀족 노조를 넘어서 ‘황제 노조’가 되어 버린 그들을 보면서 유민택은 고개를 흔들었다.
대룡에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황당한 사태였다.
“어쩔 수 없지요, 그런 식으로 차이를 둬서 서로 싸우게 하는 게 성화의 방식이었으니.”
“영 마음에 안 드는군.”
“생각보다 의견 차이가 심해서, 더 길게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네. 분란을 일으켜? 더 일으키면 거의 폭동이 일어나겠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유민택도 작전을 좀 더 당기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면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지요.”
“그러세.”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전이 시작되면 이제 모든 것은 자동으로 굴러갈 것이다.
“타성에 젖어 있는 인간들이 과연 이걸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후후후.”
노형진은 내일 아침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