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5)
단순 생각해 보자. 5억을 넣는다고 하면 연 1%의 이자라고 해도 500만 원이다. 3.3%라면 년 1,800만 원쯤 된다. 그런데 4.5%라고 하면 2,200만 원쯤 된다.
고작이라고 할 수치 같지만 무려 400만 원이나 된다. 문제는 처음에 HSC에 5억을 넣은 목적은 다른 곳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는 소문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거다.
작게는 수백억, 크게는 수천억대 부자들이 고작 자식을 위해서 5억을 넣을 리가 없고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금액을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럼 50억은 넣으려고 할 텐데, 그렇게 되면 1년에 차이가 4천만 원이나 된다. 4.5%라고 하면 1년 기준으로 이자가 2억2천만 원이라는 건데 계약 조건대로라면 이자만으로도 세대의 생활비를 주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이런 식이면 거래 못 합니다.”
노형진은 슬쩍 압박을 넣었다.
“저기 노 변호사님,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시면…….”
“기회를 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저희는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당연히 의뢰인의 이득을 위해서 일해야지요.”
어떻게 뇌물로 해결해 보려고 하던 지점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젠장,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어?’
보통 변호사들에게 뇌물을 주면 자신들에게 특별히 손해가 오지 않는 한 모른 척 받아들여 준다. 그런데 노형진은 뇌물로는 움직일 인간이 아닌 듯했다.
“4.5 %입니다. 받아들이시든가 거절하시든가요.”
“크윽…….”
결국 한숨을 푹 쉬는 지점장. 만일 이 거래를 상대방에게 빼앗기면 분명 위에서 상당히 욕먹을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기왕 욕먹을 거, 조금 금리를 높여 주고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조건이 있는데요?”
“어떤?”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노 변호사.”
“네?”
“우릴 죽이려고 작정한 거지?”
송정한은 진심으로 노형진이 자신들을 과로로 죽이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닌데요?”
“그런데 왜 이런 조건을 단 거야?”
노형진이 단 조건. 그건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것이었다. 해당 지점에서 소송이 발생할 경우, 그 최우선 의뢰 대상자는 새론으로 한다는 조건.
“좋잖습니까? 어차피 부자들이랑 선을 만들려고 한다면 은행이랑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일단 은행이랑 선을 만들어두면 도움도 많이 되고요.”
“그거야 그렇지만.”
은행은 은근히 소송이 많다. 특히 채무?변제 쪽 사건이 많다. 당연히 일이 많은 새론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겁니다. 보통 법무 팀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작은 사건은 당연히 법무 팀에서 할 것이다. 하지만 법무 팀에서 감당이 안 되는 대형 사건은 결국 대형 로펌을 찾게 되는데 새론은 엄청난 자금의 관리 자격을 가지고 있는 로펌인 데다가 양해 각서까지 있고 그 규모 또한 전국의 순위권이다. 그러니 볼 것도 없이 새론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성상 최소 수십억짜리 사건이 될 건 당연한 일.
“나쁜 짓은 아니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의뢰인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자신의 수익을 찾는 건 나쁜 짓이다. 하지만 의뢰인의 수익을 보전하면서 자신의 수익을 만들어 낸 건 나쁜 짓이 아니다.
“저희도 미리 돈을 준비해 놔야 하니까 그냥 하세요.”
“도대체 무슨 돈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로스쿨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아…….”
노형진이 갑자기 부자를 꼬시고 은행과 선을 만들어서 거액의 사건을 끌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로스쿨 때문이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와 계약하는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50%, 실력이 좋은 경우는 100% 새론에서 장학금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실력 좋은 변호사들을 우리 쪽에 데려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잊고 있었네.”
“그럴 수도 있지요.”
송정한은 솔직히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노형진이 왜 과거와 다르게 돈에 매달리는지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자신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던 로스쿨 때문이라니.
“이번에 결과 나온 거 보셨지요?”
“봤네. 자네 생각이 맞더군.”
정부에서 나온 등록금과 학비 등을 계산하면 일반적인 집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연히 실력 있고 재능 있는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로스쿨에 갈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이 바닥은 결국은 실력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제가 장담하는데 로스쿨 초년생들부터 실력이 엄청나게 떨어질 겁니다.”
“음…….”
그건 예상이 아니라 경험이다. 로스쿨이 생기고 나오는 수많은 변호사들. 노형진 역시 그들과 일해 봤지만 대다수가 실력이 부족했다.
물론 일부 실력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돈을 가지고 있는 그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로스쿨에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이야 일단 합격하면 공부도 시켜 주고 월급도 주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로스쿨은 절대 불가능한 구조다.
‘사법시험 제도가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잡아야 한다.’
2017년 사법시험 제도는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재능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의 길은 완전히 막혀 버린다.
‘그걸 우리가 잡을 수만 있다면.’
그 전에 자신들이 확실하게 능력 있는 사람들을 잡을 수 있다면 실전에 나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새론이 아니라 미래의 새론은 청계 그 이상으로 한국 법률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청계가 음이라면 자신들은 양으로 말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코앞을 보면 안 됩니다. 여럿을 봐야지요.”
“음.”
“일단 지금 벌어 둔 인맥과 은행의 사건이라면 충분히 그들이 수업을 마치는 데에 필요한 돈이 될 겁니다. 그 후에는 이들은 계약에 따라서 저희와 일하게 되겠지요.”
“그렇겠지.”
“그 후부터는 훨씬 편해질 겁니다.”
새론에서 지원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새론에서 일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론에 새로운 힘이 되어 돈을 벌어 줄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투자받았으니 현 변호사들과는 조금 다르게 낮은 지분률을 가지고 받아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론은 추가적인 수익이 생길 테고 그렇게 된다면 그 돈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네는 그 만구키드를 생각하는 건가?”
“어떤 면에서는 맞습니다.”
만구파에서 돈을 주고 키운 장학생들. 그들이 자리 잡아서 음으로, 양으로 사이비 종교인 만만구원파를 도와준 덕분에 그들은 급성장할 수 있었다.
노형진 역시 그걸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은 이건 종교가 아니라 계약이라는 거죠.”
“종교가 아니라 계약이다?”
“네, 만구키드 같은 경우는 종교입니다. 만일 교단에서 잘못된 명령을 내린다고 한다면 그걸 거부할 수가 없지요. 그러면 지옥에 간다고 할 테니까요. 그렇게 배우고 세뇌당한 만구키드들은 아마 그 말에 따를 겁니다.”
물론 그건 자기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때까지만이다. 실제로 만구파가 노형진에게 작살나는 시점에서 만구키드들은 모두 꼬리를 말고 잠수를 탄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서 우리는 계약입니다. 법적으로 우리와 일하는 건 변호사들뿐입니다. 나머지는 심적으로 동하는 수준이지, 강제력은 없지요. 당연히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한다면 따르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하는 순간에 훌륭한 브레이크가 되어 줄 겁니다.”
“브레이크라.”
“브레이크가 없는 조직은 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뒤를 돌아볼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지요. 만구파는 그런 브레이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상당히 강한 인성 교육이 필요하지만요.”
노형진의 신념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신념 없는 교육은 똑똑한 악마를 만들 뿐이다라는. 그 어원 자체는 게임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내용 자체는 진리라고 노형진은 생각하고는 했다.
신념 없이 배운 사람들은 돈만을 따라가며 그렇게 되면 사회는 붕괴된다. 그리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아니, 망쳤다.
“알겠네. 내 적극 협조하지. 그런데 자네 생각에는 어느 곳을 제휴 대학으로 삼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글쎄요…….”
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나온 문제는 제휴 대학을 어느 곳으로 하느냐는 거다.
‘원래 역사에서 로스쿨의 수는 스물다섯 개. 그들 중 하나를 꼬시느냐, 새로운 로스쿨 학교를 만드는 것이냐…….’
전자라면 자신들의 일은 쉬워진다.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떨어질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손을 내밀면 당연히 잡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로스쿨이 될 만한 만큼 강력한 학교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들의 말을 따르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사람이란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존재니까.
‘우리와 대룡의 힘이면 한 개정도는 더 늘릴 수 있는데.’
다른 하나는 간당간당한 대학과 손을 잡는 것이다. 자신들이 통제하기도 쉬워지고 세력이 약해서 자신들을 치고 나가기도 어려워진다.
문제는 만일 스물다섯 개라는 정원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재수 없으면 로스쿨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거다. 그러면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꼴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로스쿨 결정이 난 학교와 제휴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저들은 이미 결정이 난 것이기에 자신들이 많은 부분을 양보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켜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노형진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물론 실제로 선정된 학교를 선정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대신에 가능성이 높다고 표현했지만.
“흠…… 이건 우리끼리가 아니라 다른 변호사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로펌의 미래가 달린 일 아닌가?”
“그렇지요.”
송정한은 아무래도 일이 일이니만큼 다른 변호사들과 이야기하자고 했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 변호사들이 새로운 회의실로 모여들었고 새로운 건물에서 새론의 미래를 건 첫 회의가 시작되었다.
“한국대는 어때요?”
“한국대는 무리야. 애초에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그곳은 거의 확정적일 텐데 우리 말을 귓등으로 듣기나 하겠어?”
무태식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명진대는?”
“그곳도…… 영…….”
“아예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어떨까요?”
“지방이라.”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민이 많았다.
“그건 좀 생각 좀 해 봐야 합니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건 질은 둘째 치고 비용이 너무 커집니다.”
일단 공식적인 로스쿨 1년 학비만 2천만 원이다. 생활비와 기타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3년 기준으로 2억 정도 든다.
거기에다가 생활비와 숙식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그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능력 있고 머리 좋은 사람이 서울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군요.”
“아니, 애초에 그런 사람이라면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능력이 있는 사람이 새론의 지원을 받으면서 로스쿨에 가려고 한다면 어느 곳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전 좀 다르게 생각해요. 너무 먼 지방은 곤란하지요. 우리가 통제하는 것도 힘들고 결정적으로 우리 수업 방식은 실전에서 배우는 것인데 그때마다 지방에서 올라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노형진 역시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이건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냐.’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있긴 하지만 직접 나서서 대대적으로 역사를 바꾸려고 하는 건 처음이다. 당연히 자신이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난 말일세.”
그 순간 남상주 변호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경기도권이 좋다고 생각하네.”
“경기도권요?”
“그래, 지방에 내려가기도 쉽고 서울로 오기도 쉽지. 결정적으로 서울에 비해서 생활비가 덜 드는 것도 있어. 필요한 경우 힘들기는 하겠지만 거기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버스도 많고.”
“흠…….”
확실히 경기도권이라면 위치적으로는 적당한 곳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경기도권은 적당한 대학이…….”
“한 곳이 있네.”
“한 곳요?”
“백민대학교.”
“아!”
백민대학교. 학교 등급으로 보면 아주 상위는 아니지만 중상급을 유지하는 대학교다. 학교의 위치는 경기도 서울과 수원이 걸쳐 있는 위치다.
공식적으로는 서울이지만 위치는 절묘하게 수도권, 즉 경기도.
“역사도 오래되었고 말이야. 그리고 부끄럽지만 내 모교이기도 하지.”
“부끄러울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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