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57)
같은 시각.
“급한 전화입니까?”
노형진은 노동부 지방 노동청장과 면담 중이었다.
전화를 끊은 지방 노동청장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그냥 누가 자기가 당하는 게 억울하니까 자꾸 전화하네요.”
“거참, 자기가 제대로 일했다면 공무원들이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그러니까요. 공무원들은 매일 욕먹는 처지인가 봅니다, 하하하.”
지방 노동청장은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새론의 변호사가 자신을 만나자고 했을 때, 일이 꼬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심각하다 못해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이었다.
“급한 일이면, 나중에 올까요?”
“아닙니다. 요즘이 어떤 시대라고 이런 전화에 신경 쓰겠습니까? 이거 부정 청탁입니다.”
“그렇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러면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지요.”
“네.”
“제 의뢰인이 도건화학의 부정 청탁과 뇌물 공여 관련 증거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사건 조사와 관련해서 청장님의 도움이 필요해서요.”
“그분이 뭘 원하시는 건가요?”
“그냥 정의를 원하십니다. 저도 아직 자료를 못 받아 봤습니다만, 그분 말로는 정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문제는, 정재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 노동청의 근무자들 상당수의 이름이 들어 있다고 했다는 겁니다.”
“으음…….”
“저희가 조사해도 됩니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고발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증거를 조사해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보기 좋은 건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고개를 끄덕거리는 지방청장.
“하지만 의뢰인의 요구인 만큼 무조건 거절할 수는 없어서요.”
“그래서 저한테 오신 거군요.”
“네. 웃긴 말이지만, 의뢰인은 문제가 정리되기를 요구하면서도 일이 커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체적으로 정리해 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그러면 감사를 해야 할 텐데요.”
“그래도 검찰에서 조사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요?”
“후우,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관련자가 많습니까?”
“한두 명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만,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검찰에 가져가서 기자회견을 하겠답니다.”
“아니, 왜요? 도대체 누구인데요?”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는 변호사입니다. 비밀 준수의 의무가 있습니다. 그분 신분을 알려 드리면 청 내부의 고발자에 대해서도 알려 드려야 하는데, 그건 좀 곤란해서요.”
“끄응…….”
“일단은 저희 입장에서 할 말은 이 정도인 것 같네요.”
“저희가 감사해서 확실하게 박멸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좋지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러면 이만.”
노형진이 나간 후 청장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어떤 새끼야!”
안 봐도 뻔하다.
어떤 멍청한 놈이 제대로 꼬리 관리를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누군가가 뒤집고 있는 게 뻔했다.
“썅!”
더군다나 내부 고발자라는 말이 나왔다.
이는 즉, 내부의 누군가 배신했다는 뜻이다.
“감사 팀장 당장 들어오라고 해!”
청장은 다급하게 감사 팀을 불러들였다.
감사 팀은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고발요?”
“그래, 내부 고발이 있었다잖아! 어떤 놈인지 찾아내!”
애초에 이들이 잡으려고 하는 것은 뇌물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그 정보를 빼돌린 내부 고발자였다.
“허억…….”
문득, 청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만일 그 내부 고발자가 자신에 관련된 정보도 가지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망할, 어떤 놈이…….’
하지만 의심할 곳이 너무 많았다.
기업들을 상대하는 곳이다 보니, 기업들이 뇌물로 회유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 결국 거기에 넘어간다.
당연하게도 그중에서 일부가 돈을 더 받고 증거를 넘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상급자 자료를 넘겨 버리면, 자신은 앉아서 상급자를 날려 버리고 승진도 할 수 있다.
“당장 내부 고발자인지 뭔지 알아내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청장님…… 진짜 그 고발되는 것은…….”
“일단 그놈부터 찾아. 그놈이 넘긴 게 어떤 것인지부터 알아야겠어.”
청장은 똥줄이 바짝바짝 타는 듯했다.
* * *
“증거?”
“응. 진짜 있어?”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던 노형진은 손채림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없는데.”
“헐? 그런데 그걸 믿어?”
“증거는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러면?”
“내부 고발자.”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증거와 내부 고발자가 있다고 했지. 그런데 공무원 조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내부 고발자야. 당연히 그들은 내부 고발자를 찾아서 쫓아내려고 하겠지. 특히나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곳들은 더더욱.”
노동청에는 기업의 청탁이 많이 들어온다. 그러니 거기에 흐르는 돈도 상당할 것이다.
“당연히 감사를 시작할 거야.”
“그냥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감사를 요청하면?”
“안 하겠지.”
그냥 고발할 수 있다고, 감사하라고 하면 안 할 것이다.
한다고 해도, 하는 척만 하고 흐지부지될 것이다.
한두 번 당하는 일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내부 고발자는 아니거든.”
그 내부 고발자가 들고 있는 정보에 따라서 조직이 왕창 날아갈 수도 있다.
감사해서 한 놈 잡으면 그놈 하나만 처벌하면 되지만, 내부 고발자는 조직 전체의 안위가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아마 있지도 않은 내부 고발자를 찾느라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겠지.”
노형진은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증거를 요구하면 어떡해?”
“전에 녹음한 거 있잖아. 그거 조금 틀어 주면 되는 거지.”
“완전 독박이네.”
안 믿자니 나중에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니 청장은 어쩔 수 없이 내부 고발자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뭐,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청 내부에서는 감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거야. 당연히 공무원들도 꼬리를 말겠지.”
특히 도건화학과 친밀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그럴 것이다.
청장 같은 사람들 말이다.
“아마 공무원을 움직여서 노조를 파괴하는 짓은 못 할 거야.”
“재미있네.”
“재미는 지금부터지.”
노형진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웃었다.
“노조 파괴? 내가 먼저 그 계획을 파괴해 버릴 테니까, 후후후.”
누굴 원숭이로 아나
김양술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난데없이 청 내부에서 감사가 진행되었다.
그러자 가뜩이나 자신을 털어 내려고 하던 근로감독관은 진짜 겁을 집어먹고 말 그대로 회사의 화장실 휴지까지 조사하면서 털어 내는 지경이었다.
당연히 노동자들도 조사하면서, 자신들이 지키지 않았던 규정이나 행동 그리고 위법행위에 대한 증거가 쌓여 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렵지 않다면서요! 파업하면 민사로 조져 버린다면서요!”
“이건…… 처음 당해 보는군요.”
태양컨설팅에서 파견된 책임자인 조태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곳처럼 으레 파업할 줄 알았다.
그런데 파업이 아니라 작업 중지 명령?
이건 생각도 못 했다.
결국 일하지 않는 것은 같지만 효과는 천양지차다.
무엇보다, 훨씬 더 부담스럽다.
파업은 최소한 월급을 안 주지만 작업 중지는 월급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요구대로 안전 장비를 고치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그 후에 업무가 진행되면…….”
조태오는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작업 중지에서 벗어나려면 근로감독관들이 지적한 부분을 고쳐야 한다.
“일단 현장에 대한 정리를…….”
그들이 그 말을 하려고 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이사 한 명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들어왔다.
“뭐야!”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뭔 큰일? 뭐, 노동부 장관이라도 온대?”
“그…… 그게 아니라…….”
“그러면?”
“노조에서 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겠답니다!”
“뭐라고요!”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