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58)
“파업하라고요?”
노조 사무실에 찾아온 노형진의 말을, 박운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는 하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랬지요.”
“그런데 지금은 파업하라고요?”
“네.”
“아니, 왜요? 어차피 파업하지 않으면 월급은 들어오는데요?”
어차피 일주일간 공장에서 일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동안 일종의 유급휴가인 셈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파업이라니?
“파업하지 못한 이유는 민사 때문이지요?”
“네.”
“그래서입니다.”
“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되는 박운현.
노형진은 아무래도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할 것 같아서 천천히 노트에 그림을 그리며 입을 열었다.
“파업하면 저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겁니다. 그게 그들의 계획이었죠.”
“그건 다 알죠. 몇 번이나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작업 중지 명령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애초에 일을 못 해요. 그런데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아…….”
아무리 뇌물을 받았다고 해도, 판사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는 없다.
애초에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거기서 무슨 손해가 발생한단 말인가?
“그러니 지금 파업을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지요.”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냥 파업하지 않으면 월급은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이러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런데…….”
“230건, 아니 그 외 발견된 모든 사항을 다 고치려면 최소한 일주일이 걸린다고 했지요?”
“네.”
“그런데 그 기간이 뭘 기준으로 측정된 걸까요?”
“글쎄요.”
노형진의 말에 박운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기준이라고 하니 도무지 뭘 뜻하는지 모르겠어서였다.
그러나 그 부분이 중요했다.
“그 기준은, 작업 중지로 인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투입해서 해당 지적 사항을 수정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이죠.”
“그런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근무자는 4천 명이지요.”
“네.”
“그들을 동원해서 지적 사항을 고치는 겁니다. 그런데 그들이 파업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
그러면 지적 사항은 못 고친다. 결국 작업 중지도 계속 이어진다.
당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월급이야 안 나가겠지만 고칠 수가 없으니까.
“제가 노리는 건 그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압력을 주기 위해서다.
그들의 노조 파괴를 멈추기 위해서는, 그들이 저항할 수 없는 타격을 줘야 한다.
“공장을 개판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손해가 크다는 걸 느끼게 만들어야지요.”
“허어!”
박운현은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 사항은 남아 있었다.
“그런다고 해서 영영 못 고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거 안 한다고 민사를 걸면요?”
“그것도 못 이깁니다.”
“어째서요?”
“근로계약에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니까요.”
업무와 관련은 있으되 근로계약서상 업무 이외의 일에 근로자를 동원하는 것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다만 같은 기업이고 또 계속 다녀야 하니 사람들이 양보해서 회사의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이지, 업무 내용이 달라지면 당연히 그에 따른 일과 비용은 전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모 과자 기업이 회사의 직원들을 휴일에 자사의 건물을 짓는 데 강제로 동원한 적이 있다.
물론 당연히 무급이다.
말로는 자발적 참여라지만, 세상의 그 어떤 직장인이 자발적으로 주말까지 반납하며 무급으로 노가다를 뛰겠는가?
“당연히 회사는 그건 별개의 계약으로 보고 따로 월급을 줘야 합니다. 관련 업무도 아닌 데다, 노가다 자체가 상당히 페이가 높은 업무니까요.”
“그렇군요.”
“당연히 그걸 안 한다고 해도 손해배상 청구는 못 합니다. 애초에 그건 관련이 없는 업무니까.”
“오호.”
노형진의 말에 박운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은 다른 피해를 줄 수 있지요.”
“다른 피해?”
“관련 업무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 업무를 해야 하는 계약직 또는 일용직을 뽑아야 합니다. 과연 몇 명이나 뽑을 수 있을까요?”
“아하!”
4천 명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걸 잠깐 하기 위해 4천 명을 새로 뽑을 수는 없다.
당연히 훨씬 적은 수를 뽑아야 한다.
상황을 봐서는, 아무리 최대한 뽑는다고 해도 사백 명 정도?
“단순 계산으로도 기간이 열 배로 늘어나는 겁니다.”
일주일에서 10주, 즉 거의 세 달이다.
세 달간 파업이 유지되면, 타격이 엄청나게 커진다.
“아마 죽을 맛일 겁니다.”
노형진은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 * *
“제대로 당했군요…….”
조태오는 똥 씹은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노형진의 함정에 빠진 걸 이제야 알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력을 쓰지 못합니다.”
“그러면? 그러면요?”
“우리 돈을 주고 고쳐야지요.”
“뭐요!”
파업이 시작되자, 자신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져 버렸다.
민사?
어차피 일 못 하는데 무슨 손해가 있단 말인가?
“우리가 업무에 복귀해서 지적 사항을 고치라는 건, 명백하게 업무의 영역입니다!”
“일부는 그렇지요.”
짐을 옮기거나 정리하는 것 정도는 업무의 영역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청구한다고 해도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
“전이라면 모르지만요.”
전이라면 판사들을 구워삶아서 터무니없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령 바리케이드 하나 파괴하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억씩 청구하는 거다. 정작 바리케이드 원가는 2천만 원 이하인데 말이다.
“이번에는 안 된다는 거요?”
“네, 안 됩니다. 상대방이 노형진이에요.”
상대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노형진. 그라면 그냥 이기는 정도가 아니다.
“그 녀석은 이기기 위해서라면 판사와도 척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심까지 충분히 갈 수 있고요.”
물건을 옮기지 않은 데 따른 손해배상?
그런 건 사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 봐야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회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배정은 회사의 권한인데요?”
“그건 일반적이고 통속적인 업무에 관해서죠.”
화학 공정인 만큼, 관련 업무의 배정은 회사의 권한이다.
그러나 지적된 사항 중에는 어느 정도 노가다가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그런 문제는 통상적인 업무를 완전히 벗어나기에, 해당 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전문가를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은 애초에 우리 업무가 아니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이런…….”
김양술이 당황하는 사이 조태오는 눈을 찌푸렸다.
‘손 대표님이 조심하라고는 했지만…….’
노형진이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조태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노조 파괴를 한두 번 해 본 게 아니었다.
당연히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변호사들과 싸워 봤다.
그들은 사건이 벌어진 후 노조 파괴에 대한 소송을 할지언정, 사전에는 뻔하게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물론 처벌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벌금이나 조금 내면 그만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해 왔다.
그런데…….
‘선빵을 날려?’
이쪽이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흐름을 차단한 자는 처음이었다.
조태오는 속으로 놀라면서도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번은 쉽지 않을걸. 조삼모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될 거다,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