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59)
“역시나.”
다음 작전은 뻔하다면 뻔했다.
바로 또 다른 노조를 키우는 것.
그리고 그곳에 온갖 혜택을 주는 것.
“뭐래?”
“새로운 노조와 협상 중인가 봐. 그런데 그렇게 협상하는데, 정작 구노조와는 이야기도 안 해.”
“그러겠지. 신노조에 주는 당근은?”
“야근 수당을 늘려 주고 3교대와 주 5일 근무 보장.”
“아주 그냥 꿀을 빨게 해 주겠다는 거네.”
“그러게.”
노형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한다 싶었다.
주 7일 근무는 보통이고, 현재 열두 시간 맞교대다.
그런데 당장 주 5일 근무에 3교대, 그러니까 여덟 시간 근무?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사람을 두 배를 더 뽑아야 한다.
“그런데 노조의 다수가 혹하는 모양이야.”
“그럴 거야. 사실 불쌍하다곤 하지만, 남은 남이거든.”
새로 생긴 곳에서 일하게 되는 아이들이 불쌍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다.
보이지 않는, 아직 취업하지 않은 불쌍한 아이들보다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현금 몇 푼이 더 소중하다.
“기존 노조에서는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걸 알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몰라.”
벌써 25년 전 사건이 지금 무슨 영향력이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개소리다.
‘결국 아직 가족이란 말이지.’
그런 짓거리를 벌인 게 선임 사장이다. 그리고 현 사장은 그의 아들이다.
가정교육이 왜 중요한지, 아마 그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쩔 거야? 가만두자니 넘어가는 사람들이 제법 될 것 같은데.”
“흠…….”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지금은 초반이라 아직 넘어가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저쪽에서 이쪽과 대화하지 않고 새로운 노조와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쪽에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아무런 협상도 없이 싸우는 건 노조원들이 싸우는 방식이 아니다.
그러니 협상하기 위해서는 신노조로 가는 수밖에 없다.
“저들이 무슨 방법을 쓸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 인간의 속셈은 얄팍하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협상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그러면?”
“한 가지만 확인하자.”
“뭘?”
“그 신노조, 그거 누구야?”
“응?”
“그걸 보고 나면 방법이 나올 거야.”
물론 누구인지 대충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확실한 게 좋다.
그리고 확실하게 못을 박고 나면…….
‘아마 상황은 재미있어지겠지, 후후후.’
* * *
“결국 전 노조 임원이었다는 거군요.”
“네. 그 개자식들이 그렇게 우리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습니다.”
박운현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신노조, 그러니까 사 측이 만든 어용 노조 구성원은 다름 아닌 전 노조 임원들이었기 때문이다.
“뭐, 흔한 일이지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모르는 엉뚱한 사람이 나서거나 외부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노조를 만든다고 설치면 의심하기 마련이니까요.”
만일 대룡에서도 노형진이 데리고 들어간 사람이 실적을 보여 주지 않았다면 절대 사람들이 신흥 노조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다 기존 노조의 내부에서 사람이 뛰쳐나와서 새로운 노조를 만든다는 것 자체에 두 가지 이득이 있거든요. 첫 번째가 힘이 빠지는 거고, 두 번째가 전통성의 상실이죠.”
일단 내전이 터지면 그 나라는 개판이 된다.
그리고 양측은 저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며 싸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줄은…….”
노형진이 피식 웃었다.
박운현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설마 그들이 진보라서 믿은 겁니까? 진보 측 인사라고 해서 모두 바른 건 아닙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권력을 따라서 온 겁니다. 모르지는 않으실 텐데요?”
“으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진보니 보수니 사 측이니 노조 측이니 하는 소속이 아니에요. 자신의 손에 쥐게 되는 권력 그 자체이지.”
권력을 쥐게 되면 상황은 바뀐다.
하지만 노동자인 그들이 사 측에 서서 권력을 쥐게 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들이 뭐라고 회사에서 그들에게 권력을 나눠 주겠는가?
“하지만 진보, 아니 노조는 다르죠.”
다 같이 노동자고 리더십을 적당하게 보여 줄 수 있다면, 충분히 권력을 쥘 수 있다.
“하지만 위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지요.”
권력을 나누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자기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있으니까.
“하지만 전 권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건 박운현 씨의 생각일 뿐이지요.”
그들 입장에서 박운현은 거대한 권력자이며 쓰러트릴 수 없는 권력자다. 조합원들의 믿음도 강하게 받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 권력을 빼앗아 준다고 꼬드기는 겁니다. 거기에다 그들은 어용 노조죠. 그 말은 노조의 권력도 빼앗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권력 역시 일부 쥘 수 있다는 겁니다.”
“큭.”
노형진이 핵심을 지적하자 박운현은 부정을 못 했다.
노동자들. 친구이자 동료를 위해 일했던 자신들과 다르게, 권력을 가지고 위에서 군림하려고 하던 자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일단 그들의 방법은 확실하게 먹히고 있습니다.”
“들었습니다. 다들 흔들린다면서요?”
“네. 그나마 그런 식으로 쥐고 흔들어서 우리를 무너트린 후에 정작 약속은 안 지킨다고 잘 이야기해서 당장 움직이는 사람은 없습니다만…….”
“사 측에서 구노조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이거죠?”
“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하셨다고요?”
“네. 태양컨설팅에서 즐겨 쓰는 방법이니까요.”
한두 번 써먹은 게 아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불법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이쪽이니까.
“그러면 노 변호사님은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네.”
“어떤……?”
“저들이 쓰려고 하는 건 조삼모사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죠.”
“그거 가지고는 사람들을 잡지 못합니다.”
“그게 아니에요.”
“네?”
“조삼모사는, 결과는 같은데 이득을 주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는 거죠.”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대신에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는 조삼모사는, 눈앞에 있는 이득만 노리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그리고 지금 태양컨설팅과 도건화학은 노동자들을 그러한 속임수로 속이려고 하는 거고.
“우리도 그걸 일부 차용하는 겁니다.”
“어떻게요?”
“우리도 조건을 다는 거죠.”
“조건?”
“네. 이미 조건은 완성되었으니까 저들을 쥐고 흔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저들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확실히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인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쪽 세력에서 사람들을 빼 간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도리어 약점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