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
혹시나 모교라서 추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까 봐 남상주 변호사가 미리 말했지만 노형진은 아니라고 손을 저었다.
“백민대학교 정도면 충분합니다.”
공간도 크고, 거리도 그 정도면 가깝다. 결정적으로 원래 독립운동가가 만든 최초의 국내 대학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동문들에게서 걱정이 많더군.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떨어졌지.’
백민대학교는 백성과 민족을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대학교다. 그래서 애초에 이름 자체가 백민이다. 원래 역사에서 백민대학교는 로스쿨을 받기 위해서 전용 건물까지 만들었을 만큼 야심차게 지원했지만 로비력이 부족한 것이 패인이었다.
“일단 그곳과 이야기해 보는 걸로 하죠.”
그쪽에서 거절한다면 의미가 없지만 노형진이 봤을 때 백민대학교는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다음은 우리가 표적으로 삼아야 하는 대학입니다.”
“표적이라니?”
“치사하지만 말입니다. 현재 로스쿨의 숫자는 스물다섯 개 한정입니다. 우리와 대룡에서 숫자를 늘리려고 시도는 하겠지만 그게 확정적인 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재수 없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지요.”
“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백민대학교와 비슷한 등급에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정해서 공격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건 좀…….”
아무래도 정해지지 않은 곳에 공격을 가한다는 게 부끄러운 모양인지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형진이 봤을 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이건 미래를 위한 싸움입니다. 더군다나 다른 대학이라고 로비하지 않을 것 같습니까?”
“그건 그렇지.”
“지금 모든 대학들은 로비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저쪽에서 깨끗한 싸움을 안 하는데 우리가 깨끗하게 이기려고 들면 당연히 집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요.”
“후우!”
여전히 그런 개념을 약간은 거북스러워하는 변호사들이지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곳이면 좋겠나?”
“글쎄요.”
“홍성대?”
“아민대?”
비슷한 등급으로 분류되면서 가능성이 있는 대학들이 한 곳씩 언급되었고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어차피 떨어질 대학들은 버린다. 떨어질 대학을 공격해 봐야 의미가 없어. 그렇다면 충분히 공격 가능하고 합당성이 있는 곳이어야 해. 그리고 라이벌이라고 표현될 만한 곳.’
노형진은 기억 속에서 그런 곳을 한참 찾다가 한 곳을 떠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곳은 충분히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연고대처럼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비교되는 곳이었다.
“전 경선대학교가 좋을 것 같군요.”
“경선대학교?”
“네, 제가 봐서는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음…….”
“확실히…….”
대학을 등급별로 나누는 건 미안하지만 어찌 되었건 백민대와 경선대학교는 커트라인상 비슷한 등급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둘 다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그리고 경선대학교는 원래 로스쿨을 가지고 가지.’
노형진이 경선대학교를 고른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경선대학교는 백민대와 다르게 친일파가 세운 학교로 유명하다. 만일 인터넷에서 언론 플레이를 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유리한 쪽으로 작용될 게 뻔하다. 한국 사람들은 친일파라는 점에 대해서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선대학교는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겠지만.
두 번째는 경선대학교가 원래 여대라는 것이다.
‘그게 문제가 되었지.’
무슨 소리냐 하면 경선대학교는 원래 여대였다. 일제 강점기에 경선대학교의 모토는 황국신민에게 도움이 되는 여성의 함양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쉽게 말해서 황국을 위해서 일하는 신여성을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
어찌어찌하여 독립 이후에는 신여성 교육이라는 식으로 둘러댔고 그 당시 학교가 부족한 바람에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채로 넘어갔지만 여대라는 부분은 계속 지켜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IMF가 터지고 부실 대학이 마구 쓰러지는 상황에서 급격한 수입 감소로 힘들어 하던 경선대학교는 결국 여대라는 부분을 포기하고 남자들도 입학을 받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대라는 특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데다가 여대 시절 신여성, 아니 현대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혐오를 주도한 학교다 보니 내부적으로 입학한 남학생들에게 엄청난 불이익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경선여대에서 경선대학교로 바뀌었을 뿐, 남자들은 그저 돈을 내기 위한 노예급이라고 할까? 그래서 IMF 당시에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제법 많은 남학생을 뽑았지만, 지금은 학생 중 남학생의 선발 비율이 채 20% 되지 않는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이다.
더군다나 로스쿨 문제에도 해당되어 문제가 되었다.
경선대학교에 배당된 로스쿨생 숫자는 백 명. 그런데 언제나 여든 명에서 심하면 아흔 명 이상이 여자였다. 여자에게 상당히 높은 가산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예 대놓고 차별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문제가 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걸로 소송까지 했고.’
심지어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까지 갔는데 여자에게 높은 가산점을 주는 것은 위법이지만 경선대학교 내부 규정이 우선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인해 경선대학교의 승리로 끝났다.
애초에 법을 다뤄야 하는 로스쿨인데 그 법에 반하면서 생겼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도 말이다. 그 바람에 경선대학교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이 헌법보다 우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안 봐도 뻔하지.’
아마도 자신들의 이득을 지키기 위해 경선대학교에서 엄청나게 로비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해 수업료가 1억에 가까운데 한 학년당 백 명에, 총 세 개의 학년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한 해 수입이 무려 300억에 달하는 것이다. 당연히 경선대학교에서 로비하지 않을 리가 없다.
“경선대학교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 역시 높지요. 일단 여대였다는 이유 때문에 남학생에게 극단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곳으로 유명하니까요.”
“그건 그런데…… 과연 이곳이 될까?”
송정한은 미심쩍어 했다.
“자네 말마따나 여기를 선발하면 여자만 뽑는다는 게 되는데?”
상식적인 행동 선에서 본다면 당연히 안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이 승리했다.
“어쩌면 될지도 모르죠. 여자인 제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여성부를 비롯한 여성 단체들이 엄청 극성스럽긴 하잖아요. 어차피 한 명쯤 남자를 두면 우리도 뽑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솔직히 여자들이 집단을 이뤄서 남학생들을 찍어 누르면 누가 버티겠어요?”
심지어 민시아 변호사조차 그들의 성향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하긴 그들의 남녀 차별, 아니 여남 차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거의 학교 자체가 남성 혐오 집단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긴 그렇기는 하지.”
조금만 자기들이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여성 차별이라고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남자한테는 차별하면서 그것도 못 버티느냐고 구박하는 곳이기도 하다.
애초에 말이 통할 집단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싸울 만한 상대이기도 하죠. 애초에 설립 목적 자체가 정반대 아닙니까?”
“흠…… 그건 그런데.”
백민대학교는 백성과 민족을 위한 인재 양성이 목적인 반면, 경선대학교는 친일파가 세운 학교답게 제국과 천황을 위한 여성 인재 양성이 목적이었다.
“사전 작업하기는 좋기는 한데.”
“비슷한 곳으로는 이곳이 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른 곳보다는 공격하기가 쉽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럼 일단은…… 표적은 정해진 것 같군.”
“네.”
“그럼 마지막 과정이 남았군요.”
“그렇지.”
아무리 계획은 짠다고 해도 사람들을 가르쳐야 하는 곳은 결국 학교다. 그들이 거부한다면 자신들도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이야기해 봐야지요.”
* * *
백민대학교의 총장인 홍석용은 다른 곳도 아닌 새론에서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자신들은 법률 쪽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법학과가 있기는 하지만 법학과와 새론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 않은가?
“반갑습니다. 송정한입니다. 이쪽은 우리 변호사인 노형진 변호사입니다.”
“총장을 맡고 있는 홍석용이라고 합니다.”
총장실에서 만난 그들은 인사를 주고받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셨는지요?”
“로스쿨 문제로 상담드릴 게 있습니다.”
“로스쿨요?”
“네.”
그 말에 홍석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안 그래도 학교 내부에서 그 문제로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나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스쿨과 새론과는 무슨 관련이 있나요?”
“아, 소송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도리어 백민대학교와 제휴를 맺기 위해 온 겁니다.”
“제휴?”
“네.”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 제휴입니다. 우리 새론에서는 미래를 위해 법학 전문 대학원이 생기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음…….”
“아마도 그 부분은 대학 측에서도 알고 있겠지요?”
“그건 그렇습니다.”
물론 질적 하락 같은 건 아직 생각하지 못한 상태지만 정부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서 비싼 등록금이 문제가 될 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우리 새론에서는 백민대학교와 더불어 일종의 특화 계약을 하고자 합니다.”
“특화 계약?”
“네, 일부 학생들에게 우리가 등록금을 지원하는 대신에 우리 새론에서 일을 시키는 것 말입니다.”
“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로스쿨에 투자하겠다는 말입니다.”
“진짜입니까?”
“네.”
물론 이런 개념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실전에 강하고 바로 일할 수 있는 기업형 인재를 뽑기 위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가만히 있어도 대학에서 사람이 나오니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관심이 없어 보이는 법무법인에서 기업형 투자를 하겠다니?
“솔직히 말씀드려서 로스쿨은 현재 새론의 라이벌을 만드는 곳입니다만.”
“포용하면 인재이고, 안 하면 라이벌입니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업들이 가 봐야 얼마나 가겠습니까?”
“역시…… 깨어 있는 로펌이라고 하더니, 다르기는 다르군요.”
새론이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깨어 있는 로펌이라는 소문을 많이 들었던 그였다. 다른 로펌이나 변호사들은 실질적으로 로스쿨 제도에 극렬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이 아닌 진짜 변호사를 원합니다. 그렇기에 아예 진학 단계에서부터 우리와 밀접하게 교류하면서 일할 사람들을 뽑고자 합니다.”
노형진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홍석용.
“그거야 좋지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어느 정도 협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선발권에 대해서 우리가 좀 끼어들었으면 합니다.”
“네? 선발권이라니요?”
그 말에 홍석용은 깜짝 놀랐다. 선발권이라니?
“말씀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선발권을 일부 요청하는 겁니다.”
“그건 좀…….”
선발권은 학교의 전속 권한이다.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우리가 지명한 사람들만 뽑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일부 능력이 있지만 불우한 사람들을 뽑고자 합니다.”
“불우한 사람들?”
“총장님도 지금 수업료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시지요?”
“…….”
정부에서 발표된 수업료는 총장이 보기에도 너무 고가였다.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내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안타깝게 사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럼?”
“네, 우리의 요구는 힘든 게 아닙니다. 일단 새론 장학금, 아니 계약금이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군요. 새론에서 주는 계약금을 받을 사람들로 실력이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이들을 뽑고자 하는 겁니다.”
“음…….”
단순히 성적으로 뽑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예 처음부터 불우한 사람을 뽑겠다니?
“그럼 불만이 생기지 않을까요?”
“생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미래의 계층 간의 이동이 막힙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총장님도 모르지는 않으시겠지요?”
“후우, 네, 압니다. 그래서 문제죠.”
아무리 봐도 책정된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그러나 그에 대해 정부에 태클을 거는 것은 로스쿨에 사활을 걸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 좋지 않다.
“백민대학교는 백성과 민족을 위한다는 신념하에 만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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