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4)
“기가 막히네.”
상대방의 화려한 전관이 도리어 화려한 증거가 되어 버렸다.
그 정도의 화려한 전관을, 애초에 쓸 수가 없는 상대방이 썼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인 셈이다.
“그러면 변호사들을 끌어낸 건 변론을 듣기 위함이 아니었군요.”
“네. 애초에 변호사들은 변호사로서 재판정에 온 게 아니라 증거로서 끌려 나온 거예요. 본인들은 모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윤창모는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17억, 아니 22억의 자금 출처를 감출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노조가 소송하는데 회사가 22억이라는 소송비용을 준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노조 파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셈이죠.”
“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는 박운현이었다.
처음에는 전관이 나와서 무서웠는데 도리어 그 전관이 더 확실한 증거라니.
“도대체 어떻게 안 거야?”
“뭘?”
“태양에서 그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거 말이야.”
손채림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결코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너희 아버지가 나 무지하게 싫어하잖아.”
“그거야 그런데…….”
“슬슬 나를 한번 밟으려고 덤빌 거라고 예상한 거지.”
“하지만 이번 사건의 전면에 나선 적은 없잖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아무리 그런다고 해도, 너희 아버지가 공짜로 변론해 줄 사람이야? 더군다나 자신도 아니고 전관을 써서? 당연히 돈은 돈대로 받고 나도 밟으려고 했겠지.”
어깨를 으쓱하는 노형진.
손채림은 그런 그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결국 아버지는 형진이 손아귀에서 놀아난 거네.’
아버지는 뒤에서 자신이 어둠의 인물처럼 행동하고 있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노형진은 그의 반응을 예상하고 방어책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준비해 둔 것이다.
“회사에서도 22억이나 되는 자금의 흐름을 감출 수는 없어. 차라리 그저 그런 변호사를 썼다면 내가 당황했겠지.”
하지만 김양술과 조태오 그리고 손하균은 노형진에게 당한 것이 억울해서인지 제대로 밟아 버리려고 들었다. 그리고 그게 패인이 되었다.
“그러면…….”
“자, 자, 나중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일단 확실한 증거가 나왔으니 회사 측도 움직임이 빨라질 테니까.”
“빨라진다니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번 소송에서 그들이 노조 파괴를 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형사에 영향을 주겠지요. 그렇다면 김양술이 순순히 물러날까요?”
박운현은 등골이 오싹했다.
형사처벌이 나오면, 그는 재수 없으면 사장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현재 도건화학은 주식회사이니까.
“가능하면 빨리 노조를 폐쇄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지금 그들이 다급하게 써먹을 수 있는 카드는 하나뿐이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채림을 바라보았다.
손채림은 그 시선을 받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 싸움을 할 때입니다.”
* * *
제대로 당한 김양술과 조태오.
그들은 재판이 끝나기 무섭게 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당장 멈춰야 합니다. 저 녀석은 괴물입니다! 우리가 뭘 어쩔지 다 알고 있단 말입니다!”
조태오는 어떻게든 김양술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김양술은 눈깔이 돌아가 있었다.
돈은 돈대로 날리고, 도리어 그 돈 때문에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소리하지 마! 너희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어!”
전과 다르게 반말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김양술.
“애초부터 제대로 했어야지! 돈은 돈대로 달라고 해 놓고, 그것 때문에 나를 엿을 먹여?”
“그건 어떻게든 면피할 수 있습니다. 빌려줬다거나 하는 식으로.”
“미친 새끼야! 그걸 누가 믿어!”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22억이다.
그걸 사 측이, 사실상 앙숙인 노조에 소송비용으로 빌려준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말이다.
“그 새끼들을 다 밟아 버리겠어!”
회사에서 천막 농성을 하는 자들을, 결국 김양술은 힘으로 밀어내겠다고 저러는 것이다.
“헛소리하지 마세요!”
그리고 조태오는 어떻게든 그런 김양술을 말리려고 했다.
소송까지 예측해서 증거로 삼은 노형진이 용역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만일 거기에까지 함정이 있다면…….
‘망한다. 난 망하는 거야.’
이미 자신은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이제 와서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한다고 한들 믿어 줄 리 없다.
“멍청하긴! 경찰들한테 벌써 기름칠 다 해 놨어! 내가 너희처럼 허술한 줄 알아!”
“경찰에 기름칠을 했고 안 했고의 문제가 아니라고요!”
이미 준비해 놨다면, 경찰이 모른 척할 건 당연하다.
자신들 역시 매번 기름칠을 해서 용역을 투입할 때 모른 척하게 했으니까.
‘젠장, 그 새끼가 모를 리 없잖아!’
문제는 노형진이 그걸 모를 리 없다는 것.
“당장 그만둬요. 지금은 일단 사건을 수습해야 할 때입니다.”
“야! 이 새끼 끌어내!”
“이봐요!”
조태오는 다급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경비원은 그를 끌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김양술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난데, 사람이 필요해.”
“염병!”
조태오는 다급하게 경비원을 뿌리쳤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이 멍청한 놈이 용역을 동원했습니다!”
그는 핸드폰에 대고 절규하듯이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