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65)
“거기에 있는 새끼들, 작살나게 밟아 버려! 누가 하나 뒈져도 상관없어!”
험악한 표정의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몇몇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각목이나 쇠 파이프 같은 연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일부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경찰이 오면요?”
“경찰? 이미 이야기 다 끝내 놨어. 경찰 안 와.”
“진짜인가요?”
“그래, 대표가 확인해 놨다. 경찰 신고해도 최소한 한 시간 동안은 안 올 거야. 온다고 해도 그냥 순찰차 한 대 정도일 거고.”
용역이 투입되면 당연히 상대방은 경찰을 부른다.
하지만 경찰은 언제나 나중에 온다.
설사 온다고 해도, 그냥 구경만 하다가 쓰러진 노조원을 잡아간다.
한두 번이 아닌 만큼, 용역 회사의 사장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 이번에는 숫자가 너무 많은데요.”
회사가 작은 곳이 아니다 보니 연좌 농성을 하는 사람만 무려 사백 명.
그들을 모조리 깔아뭉개기 위해서는 상당한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충분히 구했잖아.”
“그건 그렇지요.”
“뭐, 사람 하나 뒈져도 적당히 무마해 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게 가능합니까?”
“그럼. 원래 이런 건 사람이 죽어도, 누가 죽였는지 모르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내가 이런 새끼들 한두 번 죽여 본 줄 알아?”
사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 이야기해 놨어. 저쪽이 먼저 선빵 친 거고, 우리는 정당방위로 한 거야.”
“네, 형님.”
용역들은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여러 번 이런 일을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도 있잖아요. 그건 좀…….”
누군가 손을 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사장이 피식 웃었다.
“얀마, 회사랑 다 이야기되어 있어. 이미 카메라 다 꺼진 상황이야.”
“그래요?”
“그래, 용역 투입하라고 한 게 회사인데 회사가 미쳤다고 증거 남기겠냐?”
“아아.”
다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차에 올라탔다.
사람을 얼마나 많이 뽑았는지, 트럭과 버스마다 사람이 가득가득했다.
“가서 빨갱이 새끼들 대가리를 빠개 버리자!”
“오오!”
환호를 내지르며 차를 타고 달려간 그들은 사람이 없는 새벽, 연좌 농성 중인 회사 앞에 도착했다.
“내려가서 밟아 버려!”
사장의 말에 튀어 나가서 달려가는 사람들.
“어? 뭐야?”
“저거 뭐야?”
“용역이다!”
회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용역이라니.
“죽여 버려!”
잔뜩 겁먹은 그들을 보고 기고만장해서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가는 용역들.
“와아아아아!”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미친 듯이 달려가서 사정없이 두들겨 패고 반쯤 병신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달려가던 용역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걸음을 늦추기 시작했다.
“뭐야?”
“이 새끼들아! 뭐 하는 거야! 가서 밟아!”
“빨리 안 가, 이 새끼들아!”
용역 회사 직원들은 소리를 질렀지만, 그들은 코웃음을 쳤다.
“싫은데.”
“뭐?”
“싫다고.”
“이 새끼들이 미쳤나?”
“미쳤다기보다는…….”
그는 피식 웃으면서 멈췄다. 그리고는 도리어 용역 회사 직원들을 포위했다.
“이쪽이 페이가 훨씬 세거든.”
“허억!”
그제야 용역 회사 직원들은 일이 틀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자신들이 데려온 사람들이 도리어 자신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 뭐 하는 짓거리야!”
“현행범을 체포하는 중이지요.”
그 목소리는 노조 측에서 들렸다.
사람들을 가르면서 나온 노형진은 수적인 열세로 인해 포위된 용역 회사 직원들, 아니 깡패들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뭐…… 뭔 현행범?”
“폭행과 살인미수의 현행범.”
“뭔 개소리야!”
“개소리는 당신들이 하는 거고.”
노형진이 손짓하자 동원된 용역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가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다름 아닌 작은 녹음기였다.
그걸 본 용역 회사 직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 그건…….”
“용역이라는 곳은 사실 뻔하거든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용역이 일할 때를 대비해서 수백 명씩 몰려 있을 수는 없죠. 그만큼 유지되지 않을 테니까. 당연히 핵심 간부 몇 명과 졸개 몇 명이 다죠.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기들끼리만 달려드는 것은 미친 짓이고. 결국 이런 큰일이 들어오면 사람을 모으게 되지요. 뭐, 군대로 보면 동원 사단이라고 해야 하나?”
용역이 투입될 때는, 많으면 수백 명이 동원된다.
문제는 용역을 하는 곳 대부분, 특히 이런 일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깡패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매달 수백 명을 운용할 정도가 된다면 애초에 이런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
매달 수백 명의 월급을 주는 것도 큰일이니까.
“이런 일을 한다고 하면, 결국 사람들 불러서 채워 넣는 거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걸 뻔하게 알고 있으니 거기에 사람 집어넣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뒤에서 나온 손채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미 그들이 이렇게 움직일 걸 대비해서, 동원될 사람들을 포섭해서 고용한 상태였다.
그들이 공고를 내면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말이다.
이 사람들 입장에서도, 사람을 패는 불법적인 일이 아닌 합법적 고발이니 부담이 없고.
“고작 서른 명밖에 안 되는 숫자로 사백 명한테 덤빌 리는 없지요, 후후후.”
아까는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남자, 박운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모여 있는 사백 명 역시 분노에 찬 모습으로 다가왔다.
“저…… 저리 꺼져! 안 꺼져!”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완전히 밀려 버린 깡패들은 품에서 사시미를 꺼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 보인 것은 가스총이었다.
“그거 휘두르면 좋은 꼴 못 볼 건데.”
“젠장, 그러면 시위에 사백 명이나 붙인 게…….”
“이쪽 사람들이 많아야 너희들도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
그리고 그럴수록 자신들이 고른 사람들이 들어갈 가능성은 높아지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연좌 농성을 사백 명씩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표로 몇몇이 하거나 교대로 하는 것이 보통이지.
“염병…….”
사장은 눈빛이 흔들렸다. 벗어날 수가 없었다.
“벗어나고 싶어도 안 될 거야.”
누군가는 품에서 녹음기를, 누군가는 캠코더를,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흔들었다.
증거가 족히 백 개는 넘는 상황.
대놓고 사람을 죽이라고, 책임진다고 했으니…….
“어떻게, 한판 하실래요?”
노형진의 말에,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쇠 파이프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