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74)
구출한 인질들을 풀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구출한 후에 데리고 돌아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럴 이유가 없다.
“들어가면 됩니까?”
“네, 가서 사실대로 말하세요.”
중국의 경찰인 공안에 가서 구조를 요청하면 자신들의 일은 끝난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잊으세요. 저희는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사람들을 다독거려서 공안으로 보낸 노형진은 멀찌감치 떨어졌다.
“공이 아쉽지 않은가? 영웅이 될 텐데?”
“그 대신 저 미친놈들이 죽이려고 하겠지. 나는 멍청이가 아니야.”
무장하고 사린 가스까지 만든 것으로 오해받는 조직이다.
아무리 간땡이가 부었다고 해도 삼합회에서 지켜 줄 리 없으니, 그들은 중국 정부의 추적을 받고 박멸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놈들도 박멸되겠지.”
단순히 폭력 조직이 있는 것과 테러 조직이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
더군다나 테러용 사린 가스까지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상에야.
“아무리 한국이 물렁해도, 테러 조직에 대한 대응은 이야기가 다르거든.”
한국뿐만 아니다.
제대로 된 국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 결코 테러 조직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리고 납치되었던 사람들의 말도 영향을 발휘할 테고.”
그들은 자신들이 왜 납치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과 동행하는 동안 납치 조직이 테러 비용을 벌기 위해 인신매매를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 놨다.
“박멸이야 되겠지만, 너나 죽음의 천사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겠군.”
아무리 삼합회가 납치 조직을 버린다고 해도, 그건 중국 정부 때문에 포기하는 거니 자신들을 건드린 민간인을 가만둘 리 없다.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게 최선이야.”
이번에는 한국 내에 있는 납치 조직을 박멸하는 걸로 노형진은 만족하기로 했다.
상당한 돈을 쓰긴 했지만, 어차피 이러기 위해 번 돈이 아닌가?
“대단한 오지랖이군.”
남상진은 눈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왜?”
“네놈처럼 착한 척하는 놈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
“뭐야? 내가 착한 게 불만이냐? 너도 착한 척하고 싶어서 질투하는 거라면 이번 일은 공짜로 해 주든가.”
“헛소리.”
남상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해 버렸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얄짤없다.”
“기대도 안 한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다시 공안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너희끼리 다 해 처먹어라
사람에게는 취향이라는 게 있다.
노형진 역시 취향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노형진의 취향 중에, 스포츠는 없었다.
“뭔 남자가 운동을 그렇게 싫어해?”
“나도 나름 운동하거든!”
“숨쉬기운동?”
“시끄러워.”
다른 남자들은 스포츠에 열광하면서 환호를 지르지만, 노형진은 어째서인지 스포츠 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역 예선인데 결과가 궁금하지도 않아?”
“내가 보면 뭐 결과가 바뀌나?”
스피드스케이팅 예선전.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지라 본선 진출이 메달권이라는 말처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예선전을 보고 있었다.
“난 관심 없다.”
빙상경기장에서 보이는 모습에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특이해.”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노형진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그곳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서류에 집중했다.
이긴 사람은 국제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따 올 것이다.
그뿐이다.
‘나와는 상관없지.’
누군가는 애국심이 없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애국심을 가지기에는 그가 더러운 꼴을 너무 많이 봤다.
“아, 역시.”
한참 시합을 보던 사람들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상대로네.”
“예상대로?”
“어딜 가나 천재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잖아.”
“무슨 천재?”
“1등 말이야.”
1천 미터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꺾고 우승을 확정 지은 남자.
그 남자가 우승할 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다지 재미있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결국 누가 이길지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런 거지.”
“그런데 그걸 왜 봐?”
“어허! 그것도 나름 묘미라고. 결말을 안다고 영화를 무조건 안 보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리고 다크호스라는 말은 그냥 생긴 게 아니야. 혹시 알아, 이번 시합에서 다크호스가 생겨서 기록을 바꿀지?”
“글쎄다.”
그건 자신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지.”
“뭔데?”
“금메달이 우리 밥 안 먹여 준다.”
“와, 팩트 폭력 너무하네.”
손채림은 툴툴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점심시간은 끝났고, 이제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오후 시간이었다.
“으아…… 그만두고 싶다!”
“그건 어디까지나 꿈같은 거지.”
노형진은 키득거렸다.
“혹시 알아, 어디서 스포츠 방청권이 짠 하고 떨어질지?”
“글쎄? 그게 은근히 비싸서.”
노형진과 손채림은 키득거리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확실히 운동이 이들에게 밥을 먹여 주지는 않았다.
아직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