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76)
윤하선이 돌아간 후 노형진은 인터넷에서 동계협회의 범죄 기록을 찾아봤다. 그리고 혀를 끌끌 찼다.
“개판이네, 개판.”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감사를 받은 적도, 횡령한 기록도 없다.
한국의 수만 명이나 되는 동계 선수들에게서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했는데 정작 세금은 납부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국회의원이 그 부분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을 정도다.
심지어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상대방이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건 천재적인 실력이 있건,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로지 파벌 그리고 돈.
그게 협회의 목적이었다.
“진짜로 하려고?”
“어. 의뢰받았잖아.”
“그런데 왜 비공식이라는 거야?”
“어차피 소송할 것도 아닌데 올려 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
“응?”
“저들이 이런 식으로 패악질하는데 단 한 번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그건…….”
“지난번 사건도 그래.”
성폭력 사건이다.
그런 사건이면 조직이 모조리 털려야 한다.
그런데 고작 두 명이 처벌받는 걸로 사건이 무마되었다.
책임진다고 물러났던 부회장은 금방 복귀했고.
“결국 재판부랑 끼리끼리 붙어먹었다는 거지.”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작은 사건 하나라면 재판부를 뒤집을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건 작은 사건이 아니잖아.”
설사 이긴다고 한들, 아까 말한 것처럼 작은 기스를 내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면 어쩌려고?”
“대한민국을 위해 애국 한번 해 볼까 생각 중이야.”
“뭐?”
노형진은 씩 웃더니 손채림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손채림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작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해?”
“사실 법적으로 어려운 건 아니지, 불법이기는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불법이지만 개나 소나 다 하는 거잖아?”
“그건 그런데…….”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는 손채림.
그러던 중 문득 윤하선이 생각났다.
“윤하선 씨한테 이야기해 주고 도움을 청하면 되는 거 아냐?”
“윤하선 씨?”
“그래.”
“물론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면 편하기는 하지. 하지만 윤하선 씨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분 입장이 곤란해져.”
“도대체 얼마나 일을 키우려고?”
노형진은 씩 웃으며 손채림의 귀에 뭐라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너 미친 거 아냐?”
“적당하지 않아? 수십 년간 그 정도 해 처먹었으면 벌은 받아야지.”
“벌을 받는 정도가 아니라 발본색원 수준이잖아!”
“그렇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전대로 된다면, 파벌? 파벌은커녕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다.
“애초에 이러한 문제의 근본은 다름 아닌 특정 학교야. 사실 동계협회 말고도 대부분의 협회가 그들 아래에 있지.”
“그거야 그런데…….”
“이참에 날려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어후, 야…….”
손채림은 왠지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노형진이 가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인 규모로 일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또 그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야?”
“일단은…….”
노형진은 탁자를 톡톡 두들기다가 씩 웃었다.
“계좌 번호부터 알아내야겠지? 후후후.”
큰 거 한 방!
윤하선은 감독을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
“지라고요?”
“그래. 애들도 좀 출전하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너 혼자 해 처먹을래?”
“감독님! 그 애, 저랑 2초나 차이 나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감독의 말에 윤하선은 크게 항의했다.
사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해 오던 대로 하라던 노형진 때문에 꾹 참고 있었다.
-그렇다고 항의도 하지 않고 너무 고분고분하게 나가면 그쪽도 의심합니다. 그러니까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노형진의 말에 그녀는 평소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그건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진짜로 열 받았으니까.
“운동하다 보면 컨디션이 나쁠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래도 2초나 차이가 난다고요! 최고 기록이 아니라 평균 기록이!”
심지어 그 선수의 최고 기록이 자신의 평균 기록보다 1초나 느리다.
그런데 자신더러 져 주란다.
“너 진짜 따질래? 어? 죽고 싶어!”
감독은 결국 언성을 높였다.
“너 금메달 하나 땄다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모양인데, 그러다 훅 가는 수가 있어!”
“감독님!”
“조금만 힘 빼면 되는 거잖아. 그게 어려워? 네가 자꾸 이러면 애들에게 좋겠어? 어차피 이야기 다 끝났어.”
윤하선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들.
모든 선수들을 뜻하는 게 아니다.
윤하선이 저항할수록 비파벌에 속한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다 같이 잘 살자는 거야. 상생! 무슨 뜻인지 알 나이는 됐잖아?”
“…….”
“알아들은 걸로 생각할 테니 나가.”
그녀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든 말든,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그런데 뒤이어 들린 말이 그녀의 입술을 깨물게 만들었다.
“어디 병신 같은 년이 메달을 따서 사람을 귀찮게 만들고 지랄이야, 지랄이.”
사실 그녀의 메달에는 비밀이 있었다.
당시 감독이 자신의 파벌이 결승전에 나갈 수 있도록 다른 선수의 주행을 방해하라고 했다.
다른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말이다.
만일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선수 생활이 힘들어질 거라고 하면서.
하지만 그녀는 그 명령을 어겼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했다.
그 결과, 그의 파벌은 결승전은커녕 예선 탈락했다.
‘미친놈들.’
실력으로 승부했을 때 예선 탈락하는 놈이, 과연 결승전에 나간다고 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그녀에게 날아온 것은 따귀였다.
아마 그 이후에 결승전까지 올라가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그녀는 그 일로 퇴출되었을 것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그들은 바뀐 게 없었다.
“언니.”
감독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다가온 후배들은 안타까워하는 얼굴이었다.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그녀들도 안다, 윤하선이 계속 싸우는 이유가 자신들 때문이라는 걸.
애초에 이미 금메달까지 딴 사람이다.
저들에게 조금만 고개를 숙인다면, 편하게 남은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 자격을 따서 편한 곳에서 애들을 가르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국가 대표의 코치로 활동할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아니야.”
윤하선은 후배들을 다독거렸다.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너희한테도 감독이 뭐라 하디?”
“네.”
“그렇겠지.”
금메달을 밀어주라는 것은 단순히 양보하는 수준이 아니다.
국내 대회에서라면야 그런 게 가능하겠지만 국제 대회에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올림픽 출전하라고 자리를 양보하겠는가?
양보하는 순간 본인이 출전하지 못하게 될 텐데?
“방해하라고…….”
“미친놈들.”
안 봐도 뻔하다.
앞에서 알짱거리면서 타 선수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게 하든가, 아니면 손으로 잡아서라도 막으라는 소리다.
그러지 않으면 그 징계는 단순히 출전 금지가 아니라 퇴출이니까.
“언니…… 어떻게 해요……?”
“하아…….”
그녀는 눈을 찡그렸다.
방법이 있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냥 지라고 했지만…….
‘그래, 알아봐야겠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들었다.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후배들을 도와줄 사람은 오직 한 명.
그 말고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요?”
전화를 받은 노형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걸 거부할 수는 없나요?”
-그러면 퇴출당할 거예요.
“그렇군요.”
노형진은 잠깐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천천히 되물었다.
“혹시 순번 같은 것도 있습니까?”
-순번요?
“네, 순번 같은 거요. 1등을 밀어준다고 하면, 다음 순위가 누가 되는지 알 수 있나요?”
-그거야…… 알아내려고 하면 알 수 있지만…….
“확실하게요?”
-확실한 건 아니에요. 저쪽도 내달릴 테니까.
“그러면 그들을 밀어내고 2등이나 3등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실력이 좋은 아이들이 달리면 가능하죠.
“좋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그런 시합이 있으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순위를 정해서 들어오세요.
-순위를 정해서 들어오라고요?
“네. 순위를 정할 수 없다면, 다른 선수들을 방해해서 어쨌건 그 순위에 맞추세요.”
-벼…… 변호사님!
윤하선은 깜짝 놀랐다. 설마 노형진까지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지론 중 하나가, 청소를 하려면 제 몸에 똥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 순위에 맞추세요.”
-그, 그런…….
“절 믿어 주십시오. 그러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그들 파벌을 박멸할 수 있습니다.”
윤하선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방법이 없었다.
여기서 물러나도 바뀌는 것은 없다.
물론 지금 상황이 마음에는 안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