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85)
“뭐요?”
대동의 홍보 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지면은 우리한테 주기로 했잖아요!”
신문에서 제일 비싼 지면은 어디일까? 당연히 1면이다.
그중에서도 1면 하단 광고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당연히 그만큼 효과가 있는 곳이고.
그래서 그곳에 광고를 올리기로 되어 있던 대동의 홍보 팀은 발끈했다.
-그건 그런데, 위에서 이번에는 대룡에 넘기라고…….
“장난합니까? 그거 벌써 두 달 전에 예약한 건데!”
-하지만 돈을 주지는 않으셨잖아요.
한국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 개선 작업이다.
당연히 상당한 돈을 들여서 광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위에서 대룡 광고를 올리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런 미친!”
-미안해요. 다음번에는 꼭 미리 계약금을 걸어요.
그러고는 뚝 끊어지는 전화.
담당자는 ‘쾅’ 소리가 나게 전화를 내리찍었다.
“뭐야? 또야? 이번에는 어디야?”
“>주간개성>입니다.”
“이런, 씨발! 이 새끼들이 돌았나?”
홍보를 하기 위해 미리 잡아 둔 자리.
그곳에, 이번에도 대룡이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장난해, 그 새끼들? 한두 곳도 아니고 열 곳이 한꺼번에?”
“어떻게 된 거죠, 과장님? 이거 일이 틀어진 겁니까?”
“틀어졌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이 새끼야!”
과장은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안 그래도 언론에서 신나게 물어뜯고 있어서 이미지가 개떡이 되고 있다.
당연히 이런 시기에는 홍보에 열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걸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
과장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위에 올라가서 깨질 생각을 하니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억울한 건 우리 아닙니까? 회사에 계약금 달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도 못 받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한테 뭐라고 한다 한들…….”
“니미! 회사에 그딴 게 어디 있어! 일 틀어지면 무조건 아랫놈 책임! 그거 몰라!”
부하 직원들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제로 그런 것을.
‘하지만 너무 억울하잖아.’
애초에 계약금만 줬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금을 요청할 때마다 상부에서는 구두계약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들이 예약한 광고의 계약금만 수십억이다. 그걸 쥐고 있으면 그만큼 이자가 많이 나온다.
한 푼이라도 벌려고 하는 기업 입장에서 그걸 쉽게 포기할 리 없다. 그러니 여태껏 안 주고 버틴 것이다.
“염병.”
과장이 욕설을 하는 그때, 갑자기 새파랗게 질린 직원 하나가 뛰어들어 왔다.
“과장님! 이 새끼들이……!”
“뭐?”
“이걸 보십시오! 원래 우리 자리에 들어온 광고입니다!”
“대룡 새끼들이야!”
대룡이 자리를 빼앗아 간 건 알고 있다.
그러니 대룡 광고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이걸 보십시오!”
다급하게 신문을 건네는 직원.
그걸 본 직원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 * *
대룡은 다릅니다.
대룡은 점주님들과 함께합니다.
대룡마트가 여러분들과 함께하겠습니다.
대룡마트에서 점주님들을 모십니다. 투자가 필요한 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광고다.
대놓고 대룡은 다르다고, 대룡마트를 만들 테니 투자하라는 광고.
“이게 다른 광고와 다른 거야?”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자리를 빼앗으면 물건이나 이미지 광고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대룡에서 투자받을 마트 사장을 모집하다니?
“투자받지 않을 거라며?”
“그럴 거야. 마트 입장에서는 대룡의 투자를 받아도 의미가 없지. 뭐, 당장 망할 것같이 힘든 몇 곳은 모르지만.”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이걸 보고 연락할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런데 왜 비싼 돈을 줘 가며 이걸 올려?”
이 지면을 사기 위해 쓴 돈이 적지 않다.
더군다나 광고란을 팔지 않으려고 하는 신문사의 높은 분들에게 적절한 인사도 해야 했으니 그 돈도 제법 되었다.
“저격하려고.”
“저격?”
“그래.”
“그게 뭔데?”
“대놓고 싸움 거는 거지.”
해외에서는 경쟁 기업들이 서로 상대방을 저격한다.
물론 저격한다고 해서 약점을 물어뜯는 건 아니다.
“보통은 상대방 기업을 살짝 희화하지. 가령 A사의 지난 핸드폰을 얼핏 보여 주면서 ‘넌 아직도 구닥다리 쓰는구나?’라고 하는 식으로.”
악의적이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더 낫다는 식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없어?”
“없어. 뭐, 그 물건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나 비방을 하는 거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기 물건이 더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법적으로 허용되는 수준이지.”
광고에 저거 똥차 혹은 결함투성이라고 하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저거보다는 내가 나은 것 같다는 표현은 충분히 인정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격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일단 대룡의 이미지가 좋아져.”
이미 대동은 국민들을 빨아먹는 기업으로 언플이 되어 있다.
그에 반해 대룡은 투자하겠다며, 연락 달라고 한다.
“일단 국민들이 받는 느낌이 다르지, 후후후.”
“그거 말고는 의미가 없잖아. 어차피 안 모인다면서?”
“안 모일 거야. 하지만 우리가 노린 건 마트 사장이 아니라 대동이야.”
“응?”
“이러한 저격 광고는 해외에서는 흔해. 하지만 아시아계에서는 흔하지 않지. 특히 일본이나 한국은 더더욱.”
서로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예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상 이런 걸 도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이런 거 아예 안 올려 줘.”
“그런데?”
“저 애들은 아직 한국 언론에 익숙하지 않아. 다른 기업들은 이걸 ‘평범한 저격성 광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대동은 그런 광고를 모르잖아. 아마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론이 자신들이랑 척진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아하!”
자신들에게 꼬리를 치던 언론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들어갈 자리를 빼앗고 이런 광고를 했어. 이번 광고를 보고 상당히 뚜껑이 열리겠지.”
그리고 그들은 진짜 척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아주 재미있어질 거야,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