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90)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확장하기 시작하는 국민마트를 보면서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노형진의 예상대로 자신들의 전략이 대동에 파악당한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저들이 이런 식으로 다급하게 확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정도로 확장할 줄은 몰랐네. 벌써 50호점까지 확장했어. 보고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열 개 점포가 더 오픈한다고 하더군.”
“흠…….”
노형진은 유민택의 말에 소파에 기대앉아서 곰곰이 생각했다.
‘역시 전관서의 작품이겠지?’
전관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난놈은 난놈이다.
회귀 전에는 일개 직장인으로 시작해서 대동 한국 지사장을 거쳐 결국 대동 한국의 대표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니까.
‘문제는 능력과는 별개로 철저한 친일파이자 반한파라는 거지. 어쩌면 당연한 건데…….’
일본은 한국에 친일파를 심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그중 하나가 진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지원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일제강점기는 한국으로서는 축복이라고 지껄이고 다니고, 일본군에 성 노예로 끌려갔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매춘부라고 매도한다.
문제는 그렇게 지원받은 놈들이 정치권에까지 들어간다는 거다.
“뭘 그리 고민하나?”
“일본의 장학생들이 이제 들어올 겁니다.”
“일본의 장학생들이라니?”
“지금까지 일본은 재능이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몰래 후원해 왔습니다.”
“왜?”
유민택이 고개를 갸웃했다.
노형진은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전략은 다 하니까.
“대룡도 장학생을 많이 지원하지 않습니까? 그 규모만 커진 겁니다.”
유민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장학생.
진짜로 돈을 줘서 공부시켜 주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들의 돈을 받고 성장해서, 자신들을 지키는 방패들.
“일본은 그들을 국가 단위로 육성합니다. 특히 대동은 그런 쪽으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그들이 들어온다고?”
“네.”
노형진은 확실히 그들의 전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와서 전면에 나섭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동이 일본 출신 기업이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한국인이 전면에 나서면 그러한 반감은 많이 희석됩니다. 그와 동시에 한국인에게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어필하게 되지요. 아실 테지만…… 지금 한국은 ‘헬 조선’이라 불립니다. 20대 취업률이 최악이거든요. 취업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사람들이 넘쳐 납니다.”
“기업인으로서 참으로 미안하군.”
철저하게 착취 구조로 운영되는 한국 기업들.
성장에는 도움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대동의 성장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현실은 타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지만.’
노형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이 싸움이 그렇게 단순하게 끝날 리도 없고.
“우리도 일단 적극적으로 확장해야겠군.”
“적극적으로 확장하시겠다고요?”
“그래. 저들과 싸우려면 그래야 하지 않겠나.”
“이런…… 제가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나 보군요, 후후후.”
“응?”
“우리는 확장하지 않습니다. 아니, 확장하면 안 됩니다.”
“뭐?”
유민택도 손채림도,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도 확장하면 저들의 함정에 빠지는 겁니다.”
“저들의 함정에 빠지는 거라고?”
“준비는 충분히 하셨습니까?”
“그건…….”
준비가 충분할 리 없다.
반면에 저들은 미리부터 준비했다.
최소 4년 이상은 준비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식으로 확장하지 못한다.
최소한 마트를 낼 부동산은 확보했어야 하니까.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들은 충분한 자산을 만들어 놨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도 확장한답시고 급전을 유통하는 건, 대룡으로서는 불리하다 못해 죽을 맛일 겁니다.”
“그건 그렇지.”
급전을 유통한다는 것은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뜻이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는 것은 또 다른 약점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은행은 전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은행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해외 기업과 금융거래를 하지 않을 수는 없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본진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 대동은 본사를 통해 은행을 압박하고 대룡에 제대로 엿을 먹일 수 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일단 흉내는 내야지요. 눈을 가려야 하니까.”
“눈을 가린다?”
“네. 놔두세요. 우리도 진출하는 척해야 합니다. 저들이 더 많은 가게를 낼수록, 우리는 유리해집니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 * *
“100호점 개점을 축하합니다!”
“와!”
짝짝짝!
임하연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미소 지었다.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덕에 문제없이 100호점까지 개점할 수 있었다.
쿵짝, 쿵짝.
풍선으로 만든 키다리 인형이 휘날리고, 고용한 모델들이 전단지를 나눠 준다.
단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백 번째 점포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별말씀을요.”
웃음을 지으면서, 임하연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마트 100호점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작이야.’
물론 지금까지 준비해 둔 땅은 이게 끝이다.
이제 다른 곳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따로 땅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대한민국을 모조리 덮어 버리는 거야.’
그녀는 대동의 장학생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에 동원되었다.
적당한 규모가 된다면 그 후에는 자연스럽게 이곳을 대동에 판다.
그리고 자신은 그 돈 중 일부를 가지고, 기업은 폐업 처리해 버린다.
당연히 현금으로 받은 그 돈은 다시 대동으로 가서 비자금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겠지만, 알 게 뭔가? 자신의 주머니만 두둑해지면 된다.
100호점.
그 계획이 이제 슬슬 가능해져 간다.
회사에서 거래를 약속한 시점은 200호점이니까.
절반까지 온 것이다.
“축하드려요, 사장님.”
“고마워요.”
환호하는 사람들.
승리가 눈앞에 있는 상황.
이에 비해 대룡의 마트인 대룡마트는 이제 2호점을 냈다.
그나마도 지역 주민들이 상권을 죽인다고 게거품을 물어서 확장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겼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장님!”
그런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직원의 표정이 다급했다.
“무슨 일이야?”
“큰일 났습니다!”
“큰일? 무슨 큰일?”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임하연.
그런 그녀에게 직원은 뭔가를 내밀었다.
“이런 전단지가 동네에 돌고 있습니다.”
“이건? 마트 전단지 아냐?”
“네.”
“그게 뭐?”
자신들이 진출했으니 기존 마트들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당연히 동네 마트들은 어떻게든 사람들을 자기네 쪽으로 계속 오게 하려고 발악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다.
애초에 체급 차이가 날 수밖에…….
“이런 미친!”
임하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전단지에 적혀 있는 글 때문이다.
“이게 지금 사실이야?”
“네! 사실입니다!”
“이런 개 같은!”
거기에 적혀 있는 말은, 임하연의 정신을 말 그대로 멘붕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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