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696)
“진짜인가요?”
“네.”
눈앞에 있는 여자는 눈물을 흘렸다.
안 그래도 돈이 없어서, 세간이라도 팔아서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교통사고였다. 그런데 상대방은 거지다.
심지어 상대방 보험회사도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버티는 상황이었다.
수술비와 입원비만 해도 무려 1억 가까이 들어갔다.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가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 숨 쉬는 아버지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네, 1억 원을 현금으로 드릴 겁니다. 대신에 받았다는 증서와 병원비를 납부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흑…….”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속한 거니까요. 하지만 외부적으로 일부 신분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긴 해야 하지만, 상대방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라도 돈을 줬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어차피 그 간호사랑 친하지도 않고요!”
“태움이 심한가 보군요.”
“보호자들 앞에서 따귀를 때리더라고요.”
그녀는 그런 장면을 모아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첫 번째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버지가 살아나실 수 있게 되었어요.”
“별말씀을요.”
그녀는 그런 행동이 올바른 건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영상을 찍어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어서 가 보세요. 좋은 소식은 알려야지요. 따로 행사는 못 합니다만.”
“아니에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고개를 끄덕거린 그녀는 일어나서 달려 나갔다. 그러면서 다급하게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서양선은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1억이나……. 미안해서……. 제가 드리는 수임료가 터무니없이 적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경비 처리로 잡으면 됩니다.”
“경비 처리?”
“네. 제가 생각보다 부자거든요.”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드러난 재산도 적지 않다. 당연히 세금도 어마어마하게 낸다.
그런데 법적으로 이러한 기부금은 세금에서 공제된다.
당연히 노형진도 세금 공제를 하기 위해 자선단체에 막대한 돈을 내고 있었다.
“이건 절세이지 손해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대기업들이 자선사업을 하는 건 착해서가 아닙니다. 그만큼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지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안심하라고 서양선을 다독거렸다.
“간호사들 분위기는 어떻다고 하던가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태움이 많이 줄었다고 해요. 지금은 몸조심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아마 이번 일이 공지되면 더 빠르게 소식이 퍼질 겁니다.”
“그럴까요?”
“네. 그러기 위해 가장 비싼 걸 고른 거니까요.”
“네? 단순히 사정이 딱해서 고른 게 아니라요?”
“사정이 딱한 건 저분뿐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분의 금액이 가장 크죠.”
“그런데 왜 가장 비싼 걸?”
“이런 일은 결국 자금 문제거든요.”
“자금 문제?”
“네, 결국 수익 모델이 없는 일이니까요.”
수익 모델이 없으면 한정된 자금은 점점 줄어들 테고, 그러면 처음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포상금을 줄 수가 없게 된다.
그리되면 돈도 못 받는데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자신이 접수했음이 드러나면 간호사들과 사이가 틀어질 걸 알면서도 신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제가 가장 비싼 걸 고른 겁니다. 세마대 작전하고 비슷한 거죠.”
“세마대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권율 장군에 관련된 일화죠.”
권율 장군이 그곳에서 왜군에게 포위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왜군은 조선군을 고사시키기 위해 물길을 끊어 버렸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었다.
이에 권율 장군은 하얀 말을 끌고 고개 위에서 쌀로 말을 씻었다.
쌀이 쏟아지는 그 모습은 마치 물 같았는데, 그걸 본 왜군이 자신들의 방법이 실패한 줄 알고 결국 철수했다는 것이다.
“이번 작전도 마찬가지지요.”
돈이 넘친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고발자를 늘리면서, 기회만 노리는 일부 수간호사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아마 소문나면 똥줄이 바짝바짝 탈 겁니다.”
노형진은 씩 웃었다.
“그나저나 서양선 씨가 다니던 병원은 지금 어떻다고 하던가요? 사실 거기부터 제일 먼저 족쳐야 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찍소리 못 한대요. 한 명만 빼고요.”
“박찬희인가 하는 그 사람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 사람이 주동자인 것 같더군요.”
자신이 보고 신고했을 때도 그 여자가 주동자였고, 경찰서에서도 그 여자가 가장 공격적으로 항변했다고 들었다.
“소문이 아주 자자하더군요.”
“그래요?”
“생각보다 고발자가 많습니다.”
“네?”
“공식적으로는 환자의 보호자들에게만 신고를 받지만, 간호사들이라고 가입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익명인데.”
“아하!”
서양선은 탄성을 내질렀다.
피해자인 간호사들이 직접 고발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상하신 거예요?”
“네. 애초에 보호자들을 앞세운 건 그런 고발을 익명으로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단하시네요.”
아무리 회사에서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원서를 쓴다고 해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절대 이 상황이 마음에 들 리 없다.
경찰에 고발하거나 하면 그 신분이 드러나서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거죠.”
그러니 피해자들이 직접 고발하거나 증거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수간호사들이 모를까요?”
“모를 겁니다. 외부에 공표할 때는 환자 이름을 팔 거거든요.”
“네? 그러면 환자가 손해 보는 거 아니에요?”
“우리에게는 개인 정보 보호법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요.”
“네?”
“김 모 환자의 가족 김 모 씨라고 발표할 겁니다.”
“아…… 큭큭…….”
이쪽에서 보호자라고 발표해 버렸으니 그들은 보호자를 의심할 것이다.
“설사 간호사를 의심한다고 해도, 증명할 방법은 없죠.”
이쪽에서 그 정보를 줄 이유도 없고 말이다.
“어찌 되었건 박찬희 그 여자는 다른 간호사들과 많이 다르더군요. 다른 곳은 태움 행위를 멈추고 눈치를 보는데, 혼자서 아주 다른 간호사들을 잡아먹을 것처럼 구는 모양이에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서양선 씨가 말해 주신 행동을 한 것도 박찬희 그 여자 아닙니까?”
“네, 맞아요.”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그런 사람이라면…….
‘그냥 단순히 태움의 문제가 아니야.’
그녀는 멈추지 않는 게 아니다. 멈추지 못한다.
‘가학성애자일 수도 있겠군.’
남이 고통받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들은 남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특히나 그 즐거움에 익숙해지면 더더욱 말이다.
가학성애자라고 하면 때리거나 괴상한 도구로 고통을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직접적인 고통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듯이 간접적으로 사람을 말려 죽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참 웃기네.’
사람을 구해야 하는 간호사가 가학성애자라니.
‘하긴, 선생도 하는데, 뭐.’
노형진은 문득 기억이 났다.
그가 해결했던 사건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유명한 기숙 학원 선생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때려서라도 가르친다고 소문이 났다.
결국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하다가 학생 하나가 죽었는데, 알고 보니 그 선생은 가학성애자였다.
애초에 애들에 대한 열혈 교육열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참 멀쩡한 거짓말이지.’
기숙 학원생은 총 이백쉰 명.
그중에서 누군가 성적이 올라가면 누군가는 당연히 떨어져야 한다.
그러니 수시로 시험을 보는 그곳의 특성상, 두들겨 팰 수 있는 학생은 언제나 넘쳐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부모들은 그의 교육열을 찬양했고, 결국 애가 죽고 나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일단 증거는 충분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걸 신고한다고 해도 처벌이…….”
지난번에도 신고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서양선은 고민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선보고 후조치를 하면 됩니다.”
“네? 그거 군대 용어 아니에요?”
“군대 용어이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도 쓸 수 있는 용어지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