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04)
“이 새끼들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 지역 다 뒤진 거 맞아?”
“맞습니다.”
“다들 이 지역에서 카드를 썼다고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도망간 채무자들의 카드 내역이 무더기로 나왔다.
몇몇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이야기도 했다.
주변 주민들도, 얼마 전부터 낯선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는 이야기를 했고.
“썅놈의 새끼들.”
“망할 빵즈 놈들, 잡히면 모조리 아가리를 찢어 주겠어.”
그들은 이를 박박 갈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느라고 예민하고 피곤해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채무자들이 워낙 끊임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그들 또한 멈출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과 다르게 새론 측은 아직 멀쩡했다.
번갈아 돌아다니면서 카드만 쓰면 되는 거였으니까.
어쨌든 덕분에 현재 이들은 엄청나게 피곤한 상태였다.
사람은 피곤할수록 분노가 쌓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노형진이 노리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시점에, 추적자들은 말 그대로 폭발 직전이었다.
“어?”
짜증이 나서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자들 중 누군가 괴상한 소리를 냈다.
좀 떨어진 편의점에서 한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저 새끼는!”
“뭐야?”
“채무자예요!”
추적하던 채무자를 발견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추적자.
그 소리에 남자도 무심결에 이쪽으로 돌아봤다.
그리고 금세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반대쪽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잡아!”
“저 새끼 잡아!”
다들 그걸 보고 눈깔이 뒤집어졌다.
그를 잡을 수만 있다면 당장 채무자들이 숨어 있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마을에 없다면 이 근처 어딘가 별장이나 펜션일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인원이 몰려왔는데 이 작은 마을에서 단 한 명도 안 보인다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그러니 그만 잡으면 한 방에 잡을 수 있다.
“잡아!”
부아앙!
도주하던 채무자는 길가의 차에 올라타더니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뒤에서 따라가던 자들도 차량에 올라타 미친 듯이 그 뒤를 쫓았다.
“빨리 따라가!”
“저 새끼가 가는 곳이 그 새끼들이 있는 곳일 거야! 절대로 놓치면 안 돼!”
지난 며칠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그들은 눈이 뒤집어져서 우르르 채무자의 차를 따라갔다.
부아앙!
“이런 미친놈들아!”
신호를 무시해서 사고가 날 뻔했는데도 채무자와 그들은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그리고 어느샌가 그들은 산속 깊은 곳에 들어섰다.
끼이익!
“어디 갔어, 이 새끼들!”
채무자의 차가 제법 빠른 세단인 반면 그들이 타고 있는 차들은 상대적으로 느린 봉고인 데다 여러 사람이 타고 있어 속도가 나지 않아 그만 놓쳐 버린 것이다.
“안 보입니다.”
“이런 씨발.”
컴컴한 밤, 거기에다 숲속에 있는 도로인지라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기에, 그들은 그냥 앞으로 내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쩌죠?”
“어쩌기는 뭘 어째! 갈림길이 있어, 뭐가 있어? 달려!”
“네?”
“씨발, 여기 산이야! 딱 보면 몰라! 여기서 갈라지면 펜션이든 뭐든 나오겠지!”
“아!”
길이 갈라지면 그만큼 팀을 나눠서 가다가 도중에 나오는 펜션을 뒤지면 된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 펜션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만큼 풍광이 좋아 보이는 지역이었으니까.
“이 지역 어딘가에 있어! 당장 잡을 수 있다고! 거기에다 오로지 직선 도로뿐이잖아!”
그러니 도망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그들은 눈을 희번득거리며 최대한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저기다!”
“맞을까요?”
“딱 보면 몰라, 이 새끼야!”
딱 봐도 불빛은 결코 작지 않았다.
건물 한두 채로는 저 정도 빛은 나오지 않는다.
그 말은, 저 지역이 바로 펜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 새끼들은 한두 명이 아니잖아!”
채무자들이 다 모였다면 펜션 한두 채로는 안 된다.
즉, ‘펜션촌’이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잡았다, 이 빵즈 새끼들! 산 채로 아가리를 찢…… 으아아악!”
그들은 고생 끝에 이제 다 잡았다는 생각에 눈이 뒤집혀서 미친 듯이 달렸다.
하지만 갑자기 타이어가 터지면서 타고 있던 차가 빙글빙글 돌았다.
“으억!”
“으아아악!”
선두 차량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차량들 역시 감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져, 도로에서 빙빙 돌거나 운이 나쁜 경우 전복되기도 했다.
“으으…… 이거 뭐야? 운전 똑바로 못 해, 이 새끼야?”
“타이어가 갑자기 터졌습니다.”
“이런 씨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을 내는 대장.
그 순간 그의 눈에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그리고 어떤 무리가 무서운 기세로 이쪽으로 몰려오는 게 보였다.
“이 개자식들이 뭐 경호원이라도 부른 건가?”
“그런 거 아닐까요?”
“니미 씨발! 야, 모조리 조져!”
이쪽은 백스무 명이다.
돈이 모조리 털린 채무자들이 경호원을 고용해 봤자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생각과 어스름한 어둠 너머로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숫자에 그들은 용기백배하여 차 안에서 사시미와 쇠 파이프, 기타 흉기들을 꺼내 달려들었다.
“으아!”
“멈춰! 움직이면 쏜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들은 그 말을 무시했다.
애초에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드문 데다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에는 너무 흥분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들의 흥분은 차갑게 식었다.
탕!
허공에 울리는 총소리.
아무리 그들이 눈이 뒤집힌 상태라고 해도 총소리도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
“마지막 경고다! 움직이면 쏜다!”
경고사격이 끝난 듯 상대방이 다시 외쳤다.
“뭐야?”
대장은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경호원이 총을 가지고 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경호원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스총도 아니고, 진짜 총을 발사하다니!
“손 들어!”
“대장.”
“씨발, 개소리하지 마!”
대장이 상황을 이해 못 해 머뭇거리는 사이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부하 하나가 서슬 퍼런 사시미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죽어, 이 빵즈 새끼들아!”
용기 있게 외쳤지만, 애석하게도 그게 그의 끝이었다.
“사격!”
타타타타타탕!
갑자기 날아온 총알은 그 부하를 말 그대로 걸레짝을 만들었다.
그걸 보면서 그들은 소름이 돋았다.
권총이 아니다.
‘소총’이다.
비록 스무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지만 저들이 소총으로 무장한 것에 비해, 이쪽은 백스무 명이지만 모두 칼 같은 근접 무기를 들고 있었다.
이건 싸워 볼 수조차 없는 차이다.
“손 들어, 이 새끼들아! 무기 버려!”
상대방은 악을 쓰듯이 외쳤다.
그리고 저 멀리 다급하게 내려오는 한 대의 차량.
그걸 보고 대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저건…….”
소위 ‘육공’이라고 불리는 군사용 트럭.
자신이 한국군을 나온 건 아니지만 그게 뭔지는 알고 있었다.
그 트럭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보이던 상대방의 모습이 그 트럭의 라이트에 드디어 드러났는데, 다름 아닌 무장을 하고 있는 정규 병력이었다.
숲이라는 특성, 그리고 어두운 밤이라는 특성상 안 보였던 상대의 모습이 완전하게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
“무기 버려, 이 새끼들아! 마지막 경고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허공으로 공포탄을 쐈다.
그걸 들은 부하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씩 무기를 바닥에 내려놨다.
때마침 도착한 트럭에서는 완전무장을 한 병사들이 우르르 내렸다.
“제압해!”
“우와아!”
체포가 아닌 ‘제압’이었다.
당연히 군인들은 그들을 가차 없이 발로 차고 개머리판으로 후려쳤다.
‘도대체 왜……?’
개가 처맞듯이 두들겨 맞고 포승줄에 묶이는 내내, 대장은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