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23)
‘이거 뭐야.’
결론적으로 집에 대한 탐색은 완전 꽝이었다.
실종이라고 해도 가출로 인한 것이라면 그 관련된 희미한 기억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가출 계획은 없었다는 거네.’
노인들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었고, 나머지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집과 자취방까지 모조리 들어가 봤지만, 가출이나 특별한 문제에 관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전혀 문제가 없는데……. 혹시 다른 거 뭐 있습니까?”
“네?”
“아니, 혹시 건드렸다거나 하는 거 말입니다.”
“아니요! 전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노형진은 턱을 문질렀다.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혹시나 뭐라도 나올까 봐, 절대로 실종자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건 의외인데.’
뭐든 흔적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러면 진짜 실종이라는 건데.’
가출을 하려고 했다면 마음먹고 나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흔적은 둘째 치고 사이코메트리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분들이 집을 나가거나 할 이유가 있나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집안에서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남자 한 명이 백수이기는 했지만 나머지 두 명은 일하는 근로자였다.
‘아니, 애초에 유치원생밖에 안 되는 아이가 가출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노형진은 종잡을 수가 없는 이유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이게 사이코메트리의 문제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이거나 다른 뭔가를 하려고 한 거라면 알아낼 수 있지만, 다른 일에 휘말리는 경우 그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라는 것.
“음…….”
손채림은 그 옆에서 여전히 이곳저곳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서 뭔가를 검색했다.
“역시, 그러네.”
“응?”
“네 말이 맞다고.”
“내 말이 맞다니?”
“네가 그랬잖아, 실종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러기는 했지. 설마……?”
“아까 살펴봤을 때 그들 사이에는 전혀 공통점이 없었지, 하지만 그 공통점이 이제는 생긴 것 같은데.”
“응?”
노형진의 말에 그녀는 핸드폰의 지도를 꺼내 보였다.
“약국이야.”
“약국?”
“그래. 우연이기는 한데, 처음 간 곳에서 약봉지를 봤거든.”
“어?”
노형진은 당황했다. 자신도 봤으니까.
하지만 요즘 세상에 약봉지 하나 없는 집이 더 이상하다.
거기에다 처음 간 곳은 노인들의 집이다.
노인 집에 약봉지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그런데?”
“두 번째로 간 곳에서도 약봉지가 발견됐단 말이지. 그런데 세 번째, 네 번째로 간 곳들에서도 약봉지가 나오더라.”
노인이야 둘째 치고, 젊은 사람들의 집에도 전부 약봉지가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기는 하다.
“혹시 아드님들이랑 따님이 어디 아팠나요?”
“어…… 글쎄요.”
“약간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기는 했는데…….”
청년들의 가족은 따로 살다 보니 자세한 정보를 알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병원에 다니기는 하셨죠.”
“그 병원이 여기 아닌가요, 요진종합병원?”
“맞아요.”
“보세요. 봉지에 적혀 있는 약국의 이름을 찾아보니까 모두 요진종합병원 주변 약국이에요.”
“에?”
“네?”
깜짝 놀라는 사람들.
심지어 노형진조차 아차 싶었다.
“같은 병원을 이용했다는 거야?”
“그래. 우연치고는 좀 그렇지 않아?”
“그러고 보니…….”
손채림은 다행히 봉지를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진에 있는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분명히 그들이 공통적으로 갔던 병원이 요진종합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모르셨나요?”
“저희는 전혀…….”
“저희도…….”
당황하는 사람들.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노인들의 가족이야 워낙 병원을 많이 다니실 나이이니 그러려니 했을 테고, 젊은 사람들의 가족이야 따로 살고 있으니 어디 병원에 다니는지 아닌지 하는 것까지는 잘 몰랐을 것이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사소하게 아픈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전부 하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
“아이는요?”
“확인 한번 해 보시겠어요?”
그러자 한 사람이 다급하게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병원…… 다녔답니다.”
아이에게 천식이 있어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병원 또한 요진종합병원.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지?”
여섯 명의 실종자.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요진종합병원.
“하지만…….”
노형진은 침묵을 지켰다.
요진종합병원.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규모의 병원이다.
최소 20위권 안에 들어가는 병원이고 매년 수십, 아니 수백만 명이 다녀가는 병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중 여섯 명.’
절대로 많은 실종자는 아니다.
“우연일까?”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여섯 명이라…….”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과연 고작 여섯 명일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있기는 하다.
‘누가?’
단순히 병원을 다닌다는 이유로 그들을 죽이려고 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
“병원에 대한 보복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거다.
병원에 타격을 주기 위해, 거기에 다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선전포고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선전포고?”
“그래. 나는 병원에 원한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겠다, 그렇게 말하는 게 피해를 훨씬 더 빠르고 크게 줄 수 있어. 그런데 그런 말은 들어 본 적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면 어째서?”
“글쎄. 일단은 개인적 보복은 아닌 것 같아.”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다.
당연히 그들이 뭔가를 함께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니 개인적 보복일 가능성은 없지.”
“그러면?”
“일단은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지.”
노형진은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 * *
“안 됩니다.”
“아니, 실종 상황이라니까요.”
“그러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오세요.”
“지금 한시가 급한데요?”
“그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고. 영장 받아 오세요.”
일단 노형진은 피해자들의 기록을 받아 오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절대로 주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아니, 왜요? 다른 사람들은 다 주더니!”
“그건 당사자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당사자가 없잖아요. 법원의 영장 없이 개인 정보를 주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다급한 상황입니다.”
“법대로 하세요.”
“끄응…….”
노형진은 신음을 흘렸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정보를 마음대로 얻어 낼 수는 없다.
“제발 융통성을 발휘해 주세요!”
“우리 애를 찾아야 합니다.”
가족들이 애원했지만 상대방은 단호했다.
“안 됩니다.”
“너무하네.”
“너무하지는 않지.”
노형진은 한숨만 푹 쉬었다.
“그런 인정을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 한두 명이 아닌 거 알잖아?”
“그건 그런데…….”
“그러니 저들도 어쩔 수 없지.”
가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증명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가족관계등록부 같은 걸 가지고 올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의외로 가족이라고 해도 연을 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병을 알고 그걸 범죄에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
“쩝.”
“더군다나 저 사람이 단호해 보인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장인으로서야.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을 텐데, 불이익이 있을 걸 뻔하게 알면서 무조건 양보해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자신들에게는 편의를 봐주는 것이겠지만, 그는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이고 해직 사유다.
그런 만큼 그가 아무리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는 없다.
“진정들 하세요.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노형진은 발끈하는 사람들을 말렸다.
“일단은 법원에 요청을 해야 하는데.”
“나올까?”
“글쎄.”
변호사가 법원에 요청한다고 해서 그게 나올 리 없다.
결국 경찰에 신고해서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게끔 해야 하는데…….
“이 망할 경찰이 문제란 말이지.”
실종이 아니라 가출로 처리하고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니 당연히 검사에게 넘어가지도 않았고, 지금 넘긴다고 해도 최소한 한 달은 걸릴 것이다.
“그러면 어쩌지?”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을 써 봐야지.”
“다른 방법?”
“그래. 과연 실종자가 그들뿐인지, 그걸 알아봐야지.”
노형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속으로 넘어오는 말을 꿀꺽 삼켰다.
‘그들만 있으면 좋겠지만…….’
최악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