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43)
“재판장님!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청구 금액 11억.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재판장님, 저희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속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결과는 다르던데요.”
상대방 변호사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길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젠장. 이건 독박이잖아!’
이미 경찰에서 속임수를 쓰고 사람을 써서 맞선을 깨트린 것이 사실로 판명되었다.
증거도 많았고, 증인도 있었다.
모조리 입을 다물었다면 문제가 안 되는데, 일부가 겁을 먹고 입을 연 것이다.
“재판장님, 맞선이라는 것은 단순히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아닙니다. 법정에서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안 어울릴 수도 있지만, 만일 단순히 성욕을 풀기 위해서라면 술집을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요.”
노형진은 그 말을 하면서 피고석에 앉아 있는 장소화를 바라보았다.
“맞선은 미래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청년들의 노력입니다. 그런데 피고 장소화는 그러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고 부당한 이득을 챙겼습니다.”
“재판장님, 일부 그러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히 일부로서…….”
이미 경찰에서 인정받은 사실을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
‘극히 일부’라고 몰아가는 것 말고는 상대방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극히 일부’라는 것은 피고 측이 계속 주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극히 일부’라는 부분은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그 피해가 얼마만큼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극히 일부’인지 아닌지는 곧 밝혀질 겁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 가장 중요한 맞선 시장에서 피고가 그 믿음을 먼저 깨 버렸다는 겁니다.”
“그건…….”
“인터넷상에서 과거에 근무했던 직원이라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피고의 기업인 뚜장인의 경우 40% 정도가 알바생이라고 합니다. 무려 40%요. 사실상 절반 가까이가 알바생이라는 소리입니다.”
“인터넷상의 말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재판장님. 저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맞선을 봤던 상대분들의 기록을 달라고 한 청구를 왜 거절하셨지요?”
“그건 개인 정보니까요.”
“개인 정보라고 하지만, 이미 그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데요?”
최소한의 개인 정보, 즉 전화번호 등을 달라는 요구에 그들은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저희가 요구한 것은 근 1년 내에 이루어진 맞선의 기본적인 정보입니다. 맞선 대상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맞선 횟수 등을 요구한 것은, 그 안에서 불법적 목적으로 일한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한 것입니다.”
노형진은 그 말을 하면서 상대방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재판장님, 그것은 업무상의 개인 정보이고 또한 업무상 비밀에 들어갑니다. 그러한 업무상의 비밀을 저희가 제공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칼같이 잘랐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법적으로 볼 때 저런 증거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다.
그런 만큼 당연히 제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노리는 거고.’
저들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반박할 증거를 계속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토해 낼 수밖에 없을 거다.’
* * *
“변론을 해 준다고요?”
“네.”
같은 시각, 손채림은 몇몇 여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사실 그런 알바를 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피해자들 중 번호를 중복해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알음알음이라는 말에는 의미가 있으니까.
‘하여간 귀신같이 잘 알아내.’
손채림에게 노형진이 한 말이 있었다.
-이런 알바생은 갑자기 나오는 게 아니야. 인터넷에서 구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초반이지, 나중에는 안 구했잖아? 그건 이런 알바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구해진다는 거지. 그쪽을 파고들어 봐.
손채림은 슬쩍 그들에게 접근했다.
드러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다른 정보들이 흘러나왔다.
“드러나지 않은 분들도 소송하면 환불받으실 수 있어요. 그 부분을 저희랑 같이해 보실 생각이 없나요?”
“같이요?”
“네.”
“환불이라니…….”
자신들이 걸렸다는 말에 더 볼 것도 없이 소송할 거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해서 나왔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환불 안 받으세요?”
“그건…….”
“돈 내신 거 아니에요?”
“돈요? 무슨 돈요? 아야!”
멍청하게 되묻는 남자의 옆구리를 다른 여자가 강하게 꼬집었다.
“당연히 돈 냈죠.”
뻔뻔하게 돈을 냈다고 주장하는 여자들.
손채림이 자신들을 떠본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냈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그래요? 그런데 그거 다 사기라면서요? 그거 환불받을 수 있을 텐데, 왜 신청하지 않으셨어요?”
“왜냐고 하신다면…….”
“들어 보니까 1회 맞선에 무려 60만 원인 걸 무려 백스무 번이 넘게 하셨던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그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상식적으로 백스무 번이 넘게 맞선을 보는 게 말이 되느냐는 뜻도 되지만, 알바생이 아니고서야 백스무 번이나 맞선을 볼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말도 된다.
“그러면 피해액이 얼만데. 인터넷상의 소문으로는 약 40%가 알바라던데.”
“그런데요?”
“그거 당연히 돌려 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런데…….”
40%만 잡아도 거의 50회는 가짜라는 소리다.
그런데 50회면 3천만 원이다.
그 돈을 사기를 당하고도 달라는 소리를 안 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건 그렇죠.”
몇몇 사람들이 눈을 번득였다.
사기꾼의 피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희한테 맡겨 주시면, 저희들이 그 소송을 대신해 드릴게요.”
“대신해 준다고요?”
“이미 같은 소송을 하고 있으니까 이름만 올리셔도 돼요. 소송비는 나중에 따로 정산하면 되니까.”
“그런가요?”
“한 분당 1억에 가깝게 쓰신 셈인데, 그걸 안 받으면 안 되죠.”
손채림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1억이라고?’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자신들이 실제로 한 맞선 알바 횟수대로 환불받으면 그쯤 될 수도 있다.
“거기에다 그들은 알바가 아주 적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여러분들이 설마 알바겠어요? 알바라면 곤란하겠지만.”
“네? 곤란하다니요?”
“사기의 종범이잖아요. 그것도 한두 건도 아닌 수백 건의 사기의 종범인 셈인데, 감옥에 안 갈 수가 없죠.”
꿀꺽!
“우…… 우리는 알바가 아니지요, 하하하하.”
알바라면 그 손을 토해 내야 한다.
일단 건당 15만 원씩 받았으니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종범이다.
“저희도 알바를 찾아서 그 사람에게도 민사를 걸 예정이라서요.”
“그, 그런가요?”
“하지만 알바가 아니라면 저희가 고발할 이유는 없지요, 호호호.”
손채림은 웃으면서 한 말이었지만, 듣는 이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자신들의 맞선 횟수를 안다는 것은 자신들이 알바라는 것도 안다는 거다.
그런데 고발을 안 한다?
“어떻게, 저희한테 의뢰하시죠?”
“아, 네…….”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사인을 해 주시겠어요?”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낸 손채림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