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46)
“뭐라고요?”
이조선은 복수재단을 이끄는 사람이었다.
독기도 있고 그런 자들에 대해 복수심도 가졌으며, 결정적으로 노형진과 같은 과라서 청소를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똥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복수재단을 맡겼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정부에서 압박이 심하네요.”
“복수재단에요?”
“네. 얼마 전에 세무조사를 핑계로 서류를 모조리 털어 갔어요.”
“네?”
“컴퓨터 하드까지 모조리 털어 가서, 업무가 완전히 멈췄어요.”
“허?”
노형진은 말문이 막혔다.
복수재단은 말 그대로 재단이다.
수익 같은 걸 창출해 내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세무조사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빡세게 하지는 않는다.
물론 세무조사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드까지 털어 갈 정도로 작심하고 덤빌 만한 대상은 아니다.
“어째서요? 혹시 실수한 거 있습니까?”
이조선이 돈을 횡령한 걸까?
‘그럴 리 없는데.’
이조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애초에 이조선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노형진이다.
그런 그녀가 횡령했다면 자신이 모를 리 없다.
더군다나 그런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책임자로 뽑지도 않았고.
“혹시 복수재단대책협의회라는 곳 아세요?”
“복수재단대책협의회요? 잠깐, 그 이름 들어 봤는데. 아, 기억납니다. 네.”
손채림에게 이야기 듣고, 그들 소속 업체를 본격적으로 털라고 이조선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놈들이 뭘 어떻게 한 겁니까?”
“저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는데, 그 녀석들 중에 정치권에 선이 닿아 있는 놈이 있나 봐요.”
“정치권? 설마?”
“네, 이번 일은 정치권의 보복으로 보여요.”
“끄응…….”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하긴, 썩은 놈이 정치권에 선이 안 닿아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현재 복수재단대책협의회의 멤버 수는 적지 않다.
더군다나 그들은 언제 자신이 복수재단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우리가 그들을 집중적으로 때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으니까…….”
“그렇겠군요.”
분명히 자기들끼리 살려고 발악했을 것이다.
“제일 좋은 건 복수재단을 없애는 거죠.”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닌 정치권이지요.”
국민의 피해와는 상관없이, 돈만 많이 준다면 뭐든 하는 정치인들이 널렸다.
“외부적으로는 서민 공존을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서민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러니까요.”
서민을 위해서라면 정작 그곳에 가입된 놈들부터 족쳐야 한다.
그런데 그놈들은 그냥 두고 복수재단을 공격하다니.
“컴퓨터 하드까지 다 털리긴 했지만 그건 딱히 문제 될 일은 없어요. 노 변호사님이 서류 작업은 철저하게 하라고 하셨고, 턴다고 나올 것도 없고요.”
‘당연히 그렇겠지.’
어찌 되었건 복수재단의 업무는 적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연히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세금이나 기타 운영을 투명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직원들 말로는, 경찰이 뒤를 캐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요?”
이건 예상외였다.
경찰이라니?
“확실합니까?”
“확실한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도 제가 봤고요.”
이조선의 말에 노형진의 얼굴에는 고민의 빛이 드리워졌다.
‘경찰이라니.’
경찰이 뭐가 아쉬워서 개개인을 사찰할까?
물론 전 정권은 대놓고 국민을 사찰했다.
지금 정권, 아니 현 대통령 역시 그 기질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건 없단 말이지.’
철저하게 합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붙었다?
거기에다 아무리 복수재단이 직원이 많은 재단이 아니라고 해도, 개개인에게 전부 경찰이 붙는다?
‘생각보다 힘을 많이 쓰는데.’
노형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쓰는 게 누군지 알아내셨습니까?”
“그건 모르겠네요. 그저 복수재단대책협의회 회장이라고만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사는요?”
“딱히 특별한 건 없어요.”
“그래요? 하지만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한테 압력을 넣으려면 상당한 돈이 들 텐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물론 소규모 가게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돈 없는 서민일 리는 없다.
그러나 등급이 높은 정치인이 싼 가격에 움직일 리도 없다.
그건 아무리 인맥이 있어도 한계가 있다.
“회원들이 낸 거겠지요.”
“회원이 얼마나 된다고요? 그 돈을 회원들이 쉽게 내줄까요? 이 정도 일을 하려면 억 단위로 돈이 들어갈 텐데.”
“회원이 벌써 3만 명이 넘으니까요.”
“네?”
노형진은 그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3만이라니?
“3천 명이 아니고요?”
“3천요?”
“전에 제가 봤을 때 3천 명이던데요.”
“그건 몇 달 전이고요. 지금은 3만 명이 넘어요.”
“허?”
노형진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대단한 놈이 아니었는데 대단한 놈이 되셨구먼.’
지금 당장 만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까지고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어떤 기회를 통해 권력을 쥐면, 그 순간 그 사람은 대단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3만 명이라…….”
상인들 3만 명이 모여 있는 카페의 회장쯤 되면, 확실히 정치인 입장에서도 무시하기 힘든 권력자다.
사실 그보다도, 다른 문제가 있다.
“그래서 돈이 거기서 나온 거군요.”
그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복수재단의 몰락.
복수재단이 없어지면 그들은 마음 편하게 착취를 계속할 수 있다.
“3만 명이면…….”
한 사람당 10만 원만 해도 무려 30억이다.
“끄응, 30억짜리 뇌물이라…….”
어지간한 정치인이라면 눈을 까뒤집고 덤빌 금액이다.
‘실수했군.’
더군다나 단순히 친목 도모 등의 이유가 아니라 복수재단의 몰락을 목적으로 모인 곳이다.
즉, 목적이 그만큼 뚜렷한 단체라는 의미다.
더군다나 단돈 10만 원이 없어서 못 낼 가게 주인은 없을 것이다.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말이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가네요.”
30억. 절대 작은 돈이 아니다.
가입 회원 모두가 돈을 낸 건 아닐 거라는 점을 감안해 봐도, 10억 정도는 가뿐하게 나올 것이다.
그것도 현금으로.
“현금 뇌물만큼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없죠.”
“맞아요.”
이조선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거기에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가능성도 존재하겠군요.”
“그러니까요.”
한 달에 10만 원씩만 정기적으로 낼 수 있다면, 정치인들은 그들을 위해 뭐든 해 주려고 할 것이다.
아마도 그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알바생들을 쥐어짤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저로서는 방법이 없네요.”
이조선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녀가 바른 사람인 것은 맞지만, 힘이 없다.
‘30억이라…….’
그 정도면 복수재단의 1년 치 예산이다.
그걸 뇌물로 퍼 줄 수 있다면…….
“고민 좀 해 보죠.”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복수재단 때문에 그렇게 움직인다고?’
아무리 복수재단이 대신 복수해 준다고 해도, 그 대상은 한 해 서른 군데를 넘기 힘들다. 그런데 그 정도 문제 때문에 정치인에게 수십억을 바치고, 또 그 정치인이 여기저기 수억씩 뿌리며 일을 꾸민다?
‘이해가 안 가는데.’
노형진은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