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59)
-사랑하는 당신…… 어…… 이런 말을 하기 참 애매하네. 내가 이렇게 마지막을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동영상을 꺼내 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무슨 보안 자료도 아니고, 증거로 들어 있는 증거함에서 꺼내서 컴퓨터로 복제하면 되니까.
“유언장이랑 별반 다를 게 없는데?”
내용도 비슷하고 남자의 행동도 심각한 것이,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노형진은 김소라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것 때문에 저를 부르신 거죠?”
“네, 아무래도 이게 뭔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담당 변호사인 무태식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증거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노형진은 프로파일러인 그녀를 불렀다.
“음…… 확실히…… 이상하네요. 유언장도 그렇고.”
그녀가 보기에도 유언장은 이상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니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이상합니까? 저희는 그걸 정확하게 잘 모르겠던데.”
무태식도 김소라를 보면서 물었다.
김소라처럼 훈련된 게 아니라 그저 직감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변호사들이어서, 정확하게 특정할 수가 없었다.
“일단…….”
김소라는 화면에 멈춰 있는 소지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얼굴이 피곤하고 지쳐 보여요. 여러모로 지친 건 맞아요. 하지만 눈빛은 살아 있네요.”
“눈빛은 살아 있다?”
“체념이랄까,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집니다.”
자살은 체념이다.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서는 당연히 삶의 의욕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아니에요. 시선 처리 같은 걸 보면, 그는 지치기는 했지만 포기한 건 아닙니다.”
“흠…….”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어떤?”
“이건 노 변호사님도 지적한 건데, 이 영상에서도 나오네요. 잠깐 종이 좀.”
그녀는 종이를 꺼내서 선을 쭈욱 그었다.
“그가 언급한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죠. 이게 그의 인생의 타임 라인입니다. 그리고 그 타임 라인을 보면 주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드러나요.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그건 알겠는데요.”
손채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자신들도 느꼈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상한 거죠. 자기 인생의 타임 라인입니다. 시작한다면, 어릴 때의 추억이나 회한이 들어가는 게 보통이지요. 그런데 이건 유언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어요.”
“네?”
“유언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다고요. 그의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죠.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어려서 돌아가셨다고 해도, 일단 성인이 된 후에 돌아가신 거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급이 없어요.”
김소라는 차분하게 유언장의 내용을 구분했다.
“그리고 가끔 시선이 흔들리는 걸 봐서는,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느낌이에요.”
“시나리오?”
“네. 이 앞에서 누군가 대본을 들고 있는 거죠.”
“으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보통 변호사가 끼고 공증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동영상이나 유언장에는 변호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실제로 변호사가 공증했다고 나서지도 않았고.
“그래서 이상한 겁니다.”
“그러면 누가 강제로 시킨 건 아닐까요?”
무태식의 말에 김소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명확하게 드러나요. 그는 겁먹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드문드문 감정적으로 말문이 막히기는 했지만, 겁먹어서라기보다는 그 말을 하면서 감정적으로 복받쳐서 그런 거고요.”
“그러면 여러모로 반대인데……. 이해가 안 가네.”
손채림은 김소라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도무지 상황이 말이 안 된다.
“이상하네요. 얼굴이나 제스처, 그리고 주변 상황을 봐서는 자살을 생각하고 작성한 동영상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용이 너무 두루뭉술한 것이, 미리 만들어 둔 것도 아니고.”
두 가지의 상반된 특성이 공존하는 유언장.
그걸 몇 번이고 바라보던 노형진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거 화질 좋네.”
“그런데?”
뜬금없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거야?”
“중요하지.”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요즘 핸드폰으로는 이 정도 화질은 안 나오거든.”
“그렇지.”
물론 미래가 되면 핸드폰 카메라도 어지간한 카메라 이상 되어서 그걸로 영화나 광고도 찍을 수준이지만, 현재는 아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일단 영상은 전문 기기를 못 따라간다.
“그런데?”
“그런데 그 유가족 집에서 동영상 촬영 기기 봤어?”
“어?”
“그런 거 봤냐고.”
“어…… 글쎄요. 저는 못 봤는데요. 뭐, 딱히 꺼낼 물건도 아니지만.”
무태식이 그 집에 갔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흠…….”
“그게 왜 중요해?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없으리란 법은 없잖아.”
“보통은 없지. 동영상 촬영용 캠코더는 목적이 뚜렷하니까.”
뭔가를 추억하고 남기고 싶은 마음.
그게 목적이다.
그래서 그런 캠코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의 모습을 찍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지업 씨는 아이가 없었어. 그렇다고 취미로 사기에는 너무 고가지.”
더군다나 스타트업을 하느라고 소지업은 자금이 바닥을 치고 있던 상황.
“그런데 이런 고가의 캠코더를 구비해 놓고 있었다고?”
화질만 봐서는 절대로 싸구려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런 걸 찍어서 집에 둔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런가요?”
“네, 그리고 가장 이상한 건 이겁니다.”
무태식의 말에 노형진은 일어나서 화면의 한 부분을 지적했다.
“거기는 벽이지 않습니까?”
“네, 벽이지요. 하얀색에, 아무것도 없는 아주 깨끗한 벽. 그런데 그런 벽이 있는 곳 보신 적 있습니까?”
“네?”
“이런 식으로 벽지를 바르는 곳, 본 적 있느냐고요.”
“어! 그러고 보니 저런 벽지는 본 적 없어!”
손채림도 바로 알아차렸다.
개인적으로 소유한 빌라에 벽지를 바르느라고 몇 번이나 살펴봤으니까.
“벽지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무늬는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냥 아예 하얀색의 벽만 있는 곳은 없어. 꼭…….”
“꼭?”
“촬영용 장비 같지 않나요?”
손채림은 뭔가 기억난 듯 서랍을 뒤졌다.
그러자 그녀가 입사할 때 찍었던 증명사진이 하나 나왔다.
“저 뒤의 벽, 이거랑 비슷하지 않아?”
“어, 확실히.”
“비슷하네요.”
조금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비슷하기는 하다.
하얀색에, 최소한의 무늬도 없는 벽.
“이건 벽이 아니야. 촬영용 배경이지.”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증명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되는 곳.
보통은 하얀색의 커다란 천을 이용하는데…….
“비슷하네.”
화면에 나타난 장면과 그 배경은 너무나 느낌이 비슷했다.
“자, 그럼 생각해 보자. 촬영용의 배경이 집에 있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어디서 찍었을까?”
“사진관?”
가능성이 높은 곳은 그곳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사진관에서 그런 것까지 찍어 주지는 않아. 그리고 보통 유언장을 녹화할 때는 편안한 장소에서 편하게 하지, 굳이 사진관을 빌리지도 않고.”
“그러면?”
“과연 유가족들이 이걸 보여 주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에 집중해 보자고. 내용? 어차피 내용은 유언장과 비슷해. 그런데 사실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유언장은 즉흥적으로 쓸 수 있지만 동영상은 아니야. 그런데 동영상을 찍을 때까지도 자기 삶을 정리를 못 해서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일반적인 삶의 방향을 봐서는 그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죽음이 다가올수록 사람은 가능하면 신변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살 징후의 첫 번째가 신변 정리다.
“우리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은 내용이 아니라 화면 그 자체라는 것이지.”
딱히 특이할 것도 없는 화면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이런 동영상의 존재를 감췄을까?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사이, 노형진은 화면의 하얀 벽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자살…… 유언장…… 신변 정리…….”
그 순간 노형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잠깐만.”
“응?”
“내가 말한 것들, 그게 공통적으로 뜻하는 게 뭐지?”
“뭐긴 뭐야, 죽음이지.”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노형진은 화면을 끄고 인터넷을 켰다.
“왜 그러십니까?”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아서요.”
“네?”
“잠시만요.”
몇 가지 키워드를 조합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노형진.
그러자 화면에 떠오르는 한 줄의 인터넷 사이트 주소.
“죽음 체험 프로그램?”
“뭐야, 이게?”
“이런 게 있었습니까?”
죽음을 체험한다니,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내 기억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맞았군.’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회귀하기 전 어릴 적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모든 기억과 시간이 흘러가듯 그것도 스쳐 지나갔고,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업의 존재를 모른다.
“죽음 체험 프로그램. 일종의 정신 수양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노형진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명을 켰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장례 과정을 거치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곳입니다. 입소 후 유언장 작성과 유언 동영상 작성, 영정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그걸 본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