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6)
* * *
“본 사건은 명백하게 피고 측의 과실과 방임으로 일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원고 측은 피고 측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점은 분명 인정할 수 있는 일이며 피고 측은 선교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국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출국하여 본 사건을 일으킨 것 또한 명백하다. 그러나 원고가 국가라는 점, 국가로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피고 측이 그곳에서 심리적으로 억압된 생활을 하였다는 점, 인질 중 일부가 사망한 점을 인정하여 피고 측의 배상 부분은 청구액의 3분의 2인 400억으로 한정한다.”
마지막 말이 나오자 노형진 측은 환호했고 청계 측은 절망했다.
“나이스!”
비록 전액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600억 중 400억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패배한 만구파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건 종교 탄압이다!”
“이건 종교 탄압이야!”
“재판장은 반성하라!”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청중석.
그곳에 있던 만구파들이 갑자기 소란을 일으키자 판사는 그걸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조용히 하지 않으시면 모두 법정 소란 죄로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끄러워, 이 빨갱이야! 여러분! 이건 탄압입니다!”
“물러나라!”
“허, 기가 막히군. 경비! 저들을 전원 체포하도록!”
보다 못한 판사가 기가 막힌 나머지 화내자 그들이 주먹을 휘두르면서 반항하기 시작했다.
“이건 탄압이야! 으아아!”
“저 녀석을 죽여라!”
그걸 보면서 판사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확 전액으로 해 버릴걸 그랬어.”
* * *
“감사합니다.”
담당자는 노형진의 두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감사는요, 무슨. 저희도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안 그래도 종교 탄압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그런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노형진이 재판에서 승리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저들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기자들 앞에서 까발린 덕분에 언론조차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심지어 현직 대통령을 사사건건 까기만 했던 몇몇 신문들조차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잘했다는 평이었다.
“뭐, 기본이죠.”
단순히 돈만 받아 내고 승리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 사건의 반향을 조절하는 것도 변호사의 일이다.
“그나저나 그쪽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항소하겠다고 하지요.”
“뭐, 당연하겠지요.”
“그나저나 항소하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확실히 저쪽이 항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야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까. 설사 진다 해도 그 400억을 쥐고 있는 동안 이자를 받아 이득을 낼 수가 있다.
“아마 항소해도 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재산을 빼돌리겠지요.”
“끄응…….”
산 넘어 산이라고 하더니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만구파는 그냥 만만한 녀석들이 아닙니다. 청계의 어드바이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분명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3심쯤 갈 때쯤이면 일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테니 만구키드들이 본격적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고민이군요.”
그렇게 된다면 3심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만구키드가 어디까지 진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설마 대법관에까지 진출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아래에 있다고 하더라도 대법관들에게 뇌물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법관들은 양심보다는 돈을 따를 테니 당연히 사건이 뒤집힐 것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저들에게 압박을 줘야 합니다.”
“하지만 뭔 수로요?”
“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어떤?”
“저들에게서 받아 낼 방법이 있다는?”
“네? 아! 그러셨죠?”
분명 노형진은 사건 초기에 그랬다, 재판에서 승리하기만 한다면 받아 낼 방법이 있다고.
“그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뭐, 그쪽에서 짜릿하게 즐기고 왔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짜릿하게 즐기게 해 주면 됩니다.”
“네?”
담당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 *
“후우!”
노형진의 부탁을 받은 고문학은 뜨거운 공항 바깥으로 나가서 땀을 흘렸다.
“도대체 여기 주워 먹을 게 뭐가 있다고 여기까지 온 건지.”
아프가니스탄은 지난번 사건 이후로 여행 금지였다. 그럼에도 그가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서 일부 모른 척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고 돈을 받아 내기를 원하고 있었다.
“헬로우?”
고문학은 시계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푹 쉬면서 근처에 있던 호텔로 향했다.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가야 한다.
‘이게 뭔 짓인지.’
하루를 꼬박 날아서 도착했는데, 한숨 자고 바로 출발해야 한다니.
‘아니다.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여기는 관광할 것도 없고 분위기만 살벌한 동네다. 당연히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게 없다.
“예약했습니다만.”
“아, 잠시만요.”
체크인하고 수속을 끝낸 고문학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그걸 카운터에 내밀었다.
“이걸 팩스로 보내고 싶은데요.”
“어딘가요?”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
한국이라는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직원. 얼마 전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와서 아프가니스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다.
“아, 그런 미친놈하고 비교하지 마세요. 전 일 때문에 온 겁니다.”
“그런가요?”
“네, 이것만 한국으로 보내면 됩니다.”
“잠시만요.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걸 보낸 고문학은 그의 방으로 올라가 벌러덩 누워서 한숨을 쉬었다.
“이제 내일 돌아가는 일만 남았군.”
* * *
비슷한 시간.
대한민국의 외교부는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그중 한 직원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나오는 팩스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가갔다.
“이건 뭐지?”
그걸 받아 든 직원은 뭐라고 쓰인 글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어느 나라 말이야?”
낯선 말이기는 하지만 왠지 규격화되어 있는 형태를 보아하니 무슨 신청서 같았다. 당연히 장난이 아닌 이상에야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이거 어디 말인지 아는 사람?”
그들은 글을 아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얼마 후 한 사람이 그걸 보고 확인했다.
“이거 퍄슈토어 같은데?”
“파슈토어?”
“중동 쪽에서 쓰는 언어.”
“거기서 왜 온 거지?”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은 하루가 지나도록 이리저리 찾고 나서야 파슈토어 통역관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 뭐라고 한 겁니까?”
“어디 보자.”
그걸 해석하기 시작한 파슈토어 통역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겁니다.”
“네? 왜요?”
“범죄인인도 요청서인데요?”
“응?”
그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범죄인인도 요청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해외에 범죄인이 나가 있는 경우, 그 녀석들을 잡아서 돌려보내 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걸 왜 보낸 거지? 우리랑 아프가니스탄이랑 범죄인인도 조약이 맺어져 있나?”
“일단은 아닐걸? 그래도 보내 줄 수야 있지.”
범죄인인도 조약이 맺어져 있는 경우에는 보내 줘야 하지만 사실 안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 요구하면 못 보내 줄 건 없다.
근데 그걸 보는 통역관의 얼굴이 점점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렇습니까?”
“이거…… 보통 큰일이 아닌데요?”
“뭔데요?”
“범죄인 대상이…… 지난번에 구출해 온 그 인질들입니다.”
“구출? 인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아는 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단 하나뿐이었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그 집단.
“저기, 그거, 만민구원파인가 하는 그 녀석들인가요?”
“네.”
“잠깐! 그 사람들을 왜 보내 달라고 하는 겁니까?”
“그게…… 아프가니스탄의 국교는 이슬람교입니다. 그리고 이슬람교의 교리에 따르면 어떤 종교든 포교 활동은 불법입니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배덕 행위 중 하나죠. 그게 설사 이슬람교라고 할지라도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말에 통역관은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타 종교를 포교하다가 잡힌다면 못해도 10년 형은 나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종교 집단들이 그곳에서 의료봉사는 해도 포교는 못 하는 겁니다.”
“10년요?”
“네, 아주 강력한 범죄로 취급합니다.”
그 말에 외교부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못해도 10년이라니.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더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애초에 포교를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온 데다가 그들이 잡히는 바람에 600억이나 탈레반에 줬습니다. 당연히 그 돈은 무기가 되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압박하는 데에 쓰이겠지요. 그러니 아마 그 보복이 들어올 겁니다. 못해도 20년은 되지 않을까요?”
“……!”
외교부 직원은 사색이 되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외근 나간 사람 다 불러!”
“젠장, 그쪽 동네 전문가 없는데!”
“장관님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그들이 발칵 뒤집혔을 때 누군가가 슬쩍 그 내용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나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지금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어. 이번 건은 좀 비쌀 것 같은데.”
* * *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범죄인인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분석하기를, 탈레반에 엄청난 자금이 넘어간 점을 봤을 때 아마도 20년 형 이상은 나올 거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언론인들은 이를 계속 확대해서 재생산했다.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서 확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그중 머리 좋은 사람은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우리 대사관에서는 해당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미묘한 발언을 끝으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그들의 행동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그때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던 사람들이었다.
“안 돼! 난 못 가! 죽여! 차라리 죽여!”
그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지옥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선지자의 말을 따라 즐겼네 어쩌네 말하기는 했지만 그곳에서 수백 명한테 강간당하는 게 즐거울 리 없다.
“으으…….”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의 감옥이라는 공간은 탈레반들에게 잡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정부에서는 진지하게 고민 중이랍니다.”
“이런 젠장!”
선지자라고 불리는 남자, 성만구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도대체 왜?”
“뻔하죠. 우리가 어차피 돈을 안 주려고 한다는 걸 아니까요.”
그들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설사 범죄인인도 조약이 없다 할지라도 그 나라에 주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절대 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아마도 이번에 돈을 내지 않으면 그들을 인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수는 없소! 그게 어떻게 벌어들인 돈인데!”
성만구는 펄쩍 뛰었다. 어떻게 벌어들인 돈이던가? 사람들에게 사기 치고 팔자에도 없는 신령 같은 꼴을 해 가면서 벌어들인 돈이다. 그런데 그걸 정부에 내야 한다니.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청계 변호사는 선을 딱 그었다.
“이 일은 애초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정부의 일입니다. 정부가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송환되게 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막을 수는 없는 거요?”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만구키드가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현재 만구키드들은 꼬리를 말고 있는 상황.
“그냥 지난번처럼 꼬리를 마는 건 어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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