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8)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멀어지는 두 사람.
그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택시 운전기사는 황급하게 택시에서 내려서 노형진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괜찮습니까?”
“으으으…….”
하지만 노형진은 통증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구급차가 올 겁니다.”
운전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노형진은 결국 까무러치고 말았다.
* * *
“괜찮나?”
“그다지 괜찮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네요.”
부러진 왼손을 들어 보이면서 애써 미소 짓는 노형진.
“끄응…… 미안하네. 같이 갔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변호사를 습격한 사건이라 뉴스에서는 말이 많았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 사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을 공격한 것이다.
“범인은요?”
“아직일세.”
“끄응…… 아마 못 잡을 겁니다.”
“뭐라고?”
“만구파 같더군요.”
“만구파?”
“네.”
분명 그들은 노형진을 습격하면서 악마니 뭐니 했다. 악마라는 단어 자체가 종교적인 부분이 강한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 그들은 일반인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만구파의 행동대원쯤 되지 않을까?
“그럼 그들은 보호받겠군.”
“그렇지요.”
만구파는 여기저기에 비밀 사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들을 감춰 두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
“아마도 이번 일에 대한 보복이겠지요.”
노형진이 정부를 도와서 손해배상 소송을 한 결과, 무려 400억이나 받아 낼 수 있었다. 만구파로서는 상당한 피해일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다가 지금까지 노형진에게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 원한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문제군.”
“그러네요.”
단순히 노형진이 습격당한 게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들을 습격해 재판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점이 큰 문제다.
“경호 쪽 업무도 좀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경호 쪽 말인가?”
“네, 우리가 맡는 사건들 중에는 위험한 게 많지 않습니까?”
“끄응…….”
그 말에 송정한은 신음성을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단순한 개인 간의 소송이면 문제가 안 되지만 새론의 경우에는 기업 간의 분쟁이 많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부모들을 정신병원에 넣었던 자식 놈들이 부모가 다시 나오자 말 그대로 거지가 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원한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아무리 부모님한테 개털이 되었다고 하지만 미리 넘겨받은 재산이 있는 만큼 그 녀석들은 안하무인이거나 막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경호라……. 하지만 그러면 예산이 너무 늘어나는데.”
“개인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건 안 되겠지만 위험하거나 공식 석상에서는 데리고 다녀야지요.”
“끄응…… 그런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일단 이대로 둔다면 변호사들이 움츠러들어서 제대로 변호할 수가 없다.
“그리고 몇 번 잡아내고 나면 많이 줄어들기는 할 겁니다.”
“정보야 고 팀장이 구한다지만.”
문제는 직접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고문학은 정보 라인에서는 유명한 사람이지만 결코 흥신소처럼 사람을 써서 습격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건 좀 고용해 봐야겠네요.”
“전문 경호 팀을 말인가? 비쌀 텐데?”
“아니야…… 사실은 좀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네.”
노형진은 입원한 후 이번 사건에 대해 몇 번이나 고민했다. 그리고 새론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 경호 팀의 경우에는 비용 문제도 있지만 결국 그들은 외부 사람이라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그렇다고 아무나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라면.’
때마침 누군가가 생각난 노형진은 어쩌면 생각보다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일단은 퇴원하고 나서 결정해야겠지.’
그는 부러진 팔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 * *
“급격하게 우울해지네.”
노형진은 병원 창문 밖에서 터지는 폭죽을 보면서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 녀석들이 각목에 녹이 잔뜩 생긴 못을 박아 둔 바람에 패혈증이 생겨서 입원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사실 부러진 팔이나 금이 간 갈비뼈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패혈증은 항생제를 투약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해야 했다. 그래서 병원 침대에서 새해를 맞이해야 했다.
“우울해하기는. 이참에 쉰다고 생각해.”
“그래서 더 우울해.”
“너, 은근 일중독이다.”
“그런가?”
누나인 노현아는 그런 노형진을 타박했다.
사실 병원에서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도 딱히 쉬었다고 볼 수 없었다. 담당 사건들에 대한 조언을 계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사건들을 재배당하고 추가적인 사건을 받지 않은 연말이 되자 드디어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엄마랑 아빠가 걱정이 많으셔.”
“끄응.”
하긴 걱정할 수밖에 없다. 노형진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니까.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퇴원하면 바로 경호 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맞다면 그들은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경호 팀이 될 것이다.
“에효, 변호사가 이렇게 힘든 일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검사보다는 덜할 것 같은데?”
“응?”
“매형 말이야. 검사가 목표라며.”
“매형은 무슨.”
노형진의 농담 반 진담 반에 얼굴을 확 붉히는 노현아.
“그나저나 이제 어쩔 거야?”
“일단 쉬어야지.”
“그래?”
“응.”
노형진은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기로 했다.
만구파와 사이가 틀어지긴 했지만 그걸로 인해 뭐가 바뀌는 것은 없다. 도리어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이르다고 했다.’
어차피 만구파의 세력은 완전히 꺾였으니 그들의 마지막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종교 단체로서는 버틸지 모르겠지만 만구파의 대장격이라 할 수 있는 성만구만 제거한다면 그들은 힘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후우!”
“어디 가?”
“그냥 산책하러.”
“너 환자거든?”
“얼마 있으면 퇴원할 환자지.”
패혈증은 잡혔고 뼈가 아무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기에 노형진은 슬슬 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같이 놀고 있자니 지겨운 것이 사실. 그런 노형진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
“나 이따가 가야 하는데?”
“네, 네, 압니다. 새해인데 데이트해야지.”
“우이씨! 너, 엄마한테 이르면 죽인다.”
“죽다 살아난 동생을 죽이려고?”
“우우우우…… 하여간 한마디도 안 지려고 하네.”
“나 변호사라니까. 이쯤에서 포기해. 평생 그런 사람이랑 살아야 할 팔자 아냐.”
“그럼 아예 같이 가.”
노형진과 함께 병원 밖으로 나간 노현아는 데이트 핑계로 휑하니 떠나 버렸다.
“좋네.”
눈이 와서 그런가, 제법 포근해진 날씨 덕분에 노형진은 코트 하나만 입고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정답이네.”
눈 오는 날이 거지가 빨래하는 날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 오면 날씨가 포근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눈이 온 새해를 즐기면서 노형진은 천천히 병원 내부를 걸어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곳에 들어가고 말았다.
“여기는?”
분위기가 좋았던 현관과 다르게 바깥에서부터 우울한 기운이 느껴지는 공간. 그리고 바깥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이런, 이런.’
장례식장.
병원에 있는 그 공간은 그다지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인간들에게는 끝이 있고 그걸 피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곳. 그곳이 장례식장이었다.
“어? 노형진?”
노형진이 그 우울한 분위기에 왠지 자신이 있을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그를 불렀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응? 아! 선생님!”
노형진은 아는 얼굴을 보고 반가움에 다가갔다. 예전에 다녔던 학원의 장풍천 선생님이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아…….”
다가가던 노형진은 그의 팔에 둘린 하얀 완장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씁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맙다. 그런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아, 사고가 좀 있어서요.”
노형진이 입원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장풍천은 솔직히 깜짝 놀랐다. 노형진은 학원 내에서도 전설로 통한다. 최단기간 내에 학점을 따고 변호사가 된 전설적인 인물이니까.
“그런데 어쩌다가…….”
“사고였어.”
“사고?”
“그래.”
장풍천의 말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단다. 너무 경황없는 중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 제대로 수습되지도 않은 상황.
“조문하고 싶지만 복장이 이래서…….”
“마음만이라도 받으마.”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이 싱숭생숭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다들 여전하신가요?”
“여전하시지. 네가 변호사가 되고 난 뒤로 학원은 언제나 문전성시지.”
노형진이 성공적으로 유명해지자 그 기를 받겠다고 학원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단다.
그 말에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게 될 리가 있나.’
그야 미래에 변호사 생활을 해 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뿐이다. 변호사 시험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다.
“그나저나 로스쿨 쪽은 어때요?”
“뭐, 그쪽으로 준비 중이기는 하다.”
학원도 미래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로스쿨 입시반과 변호사 시험반으로 나눠서 운영할 계획이란다.
“전보다 수익이 날지는 모르지만.”
“잘될 거예요.”
“그래. 후우.”
장풍천은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 봐야겠구나.”
“어딜요?”
“수의를 준비해야 하니까.”
“아…….”
사람이 죽는다면 필요한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장례에 필요한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닌 탓이다.
“일단 장지도 준비해야 하고, 정신이 없구나.”
“좀 도와 드리면 좋은데.”
“아니다. 이게 무슨 좋은 일이라고.”
장풍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때마침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물건이 준비되었습니다. 가셔서 한번 보시죠.”
“그럴까요?”
장풍천은 방금 불을 붙인 장초에 불을 끄고는 그를 따라갔다. 그 순간 노형진은 그 남자의 행동이 영 미심쩍게 느껴졌다.
‘뭐지, 저 남자?’
뭔지 모를 느낌이 노형진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과도하게 큰 행동. 시선을 피하는 듯한 눈동자. 그리고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
‘뭔가 속이고 있어.’
인간은 거짓말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특정 행동을 한다. 그걸 조사하고 연구하는 학문을 행동심리학이라고 하는데 노형진은 그에 대한 것을 일부 배웠기에 그의 행동에서 그가 뭔가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잠시만요.”
“응?”
“선생님, 거기에 잠깐 동석해도 될까요?”
“누굽니까?”
미심쩍은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는 남자.
“아, 제 옛날 제자입니다. 지금은 변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아.”
변호사라는 말에 남자는 약간 주저했지만 그런 주저함은 금방 사라졌다.
‘자신이 있다는 건가?’
그의 모습에 노형진은 그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함께 들어가죠.”
“그럽시다. 뭐, 변호사가 있어도 달라질 건 없으니까요.”
노형진은 장풍천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장풍천이 왜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안동에서 만든 삼베입니다. 보다시피 색깔도 곱지요? 사람이 일일이 직조한 최고급품입니다.”
“음.”
수의였다. 수의란 장례를 치를 때 망자에게 입히는 옷이다. 그걸 구입하기 위해 장풍천이 부탁한 모양이었다.
“좋군요.”
“그렇지요?”
노형진은 그 옷을 만져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매끄러워.’
무척이나 매끄러운 옷이다. 그래서 노형진은 이상하게 느꼈다.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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