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80)
“대동은 물러나라!”
“대동은 꺼져라!”
일본 극우 세력은 상당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대동이 한국에서 인재를 키우겠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대동이 마이스터를 대신해서 인재를 키우는 학교를 관리하는 것이지만,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대동이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와, 개판이네.”
노형진은 시위하는 극우 세력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는 언론을 통해 해당 사업에 지원한 기업을 공개했다.
대룡이 지원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동이 지원한 것, 그게 문제였다.
“와, 진짜 뻔뻔하다.”
“내가 무슨 거짓말이라도 했나?”
“아니.”
“그러면 내가 협박했나?”
“아니.”
“그런데 내가 왜 뻔뻔해?”
“그런 면이 뻔뻔하다는 거야.”
노형진은 대동이 접촉해 올 거라는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그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을 만들었다.
바로 언론.
“그들이 한 행동은 외부적으로는 한국에 이득이 되는 거지.”
문제는 대동이라는 기업은 공식적으로 일본 기업, 그것도 극우 계열이라는 것.
“그래서 온갖 미사여구를 써 준 거냐?”
“어.”
한국에서는 돈도 안 되는 그러한 사업에 참여한 두 기업, 대동과 대룡에 대해 언론이 극찬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게 절대 나쁘게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내가 한 건 그저 번역뿐이야.”
노형진은 그걸 그대로 번역해서 일본의 극우 세력에 뿌려 버렸다.
한국이라고 하면 이를 가는 일본의 극우 세력은 당연히 눈이 돌아가 버렸다.
철천지원수인 한국의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한다?
그들이 발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대동은 사실을 말할 수 없지.”
대동 입장에서 ‘한국의 지배를 목적으로 어린 인재들을 세뇌하기 위해 지원합니다.’라고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 덕분에 대동은 일본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었다.
“큭큭, 본진에서 털리는 기분이 제법 고소할 거야.”
노형진은 히죽 웃으면서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시위하는 사람들을 지나, 드디어 약속을 잡은 곳에 도착한 것이다.
“자, 그러면 들어가자고.”
일본에 있는 대동의 본사.
노형진이 이곳에 온 것은 대동의 관리 문제 때문이었다.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회의실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명함을 건넸다.
“하시모토라고 불러 주십시오.”
“반갑습니다, 하시모토 상.”
서로 간단한 인사가 끝난 후 노형진은 슬슬 떡밥을 던졌다.
“대동이 지원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인재를 키우는 데 가릴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소중한 사람이야말로 인류의 보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하하하.”
“그래서 우리는 옛날부터 인재를 키우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지만, 우리 대동에서는 미래를 위해 인재를 키우는 일에 한손 보태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그들이 키우는 것이 똑똑한 노예라는 점이 문제일 뿐.
노형진은 그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이 자신의 함정에 빠질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뭘 선택하든 함정이니까.’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말씀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말씀이라 하시면……?”
“아무래도 한국은 역시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상부의 의견입니다.”
“아…….”
하시모토의 얼굴이 구겨졌다.
안 그래도 그 소식이 극우 세력에 퍼져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는데 그나마도 떨어졌다고 하면 무척이나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고생이 많으실 텐데.”
하지만 일본인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소심한 항의를 하는 하시모토.
‘이런 떡밥을 남을 시켜서 던지면 예의가 아니지.’
노형진은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말을 이어 갔다.
“우리 마이스터에서는 여러분들의 열정에 감동받았습니다.”
“네?”
“그래서 마이스터에서는 일본에도 동일한 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대동이 일본 기업인 만큼, 원하신다면 당연히 대동이 일본 학교의 관리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온 것도 그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일본 학교의 관리요?”
“그렇습니다.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가 더 많습니다. 당연히 천재적인 사람들도 많지요. 노벨상도 훨씬 많이 탔으니까요. 그러니 한국에도 있는 인재 개발 학교가 일본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승적 차원에서 인재 개발 학교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 그런…….”
“아시다시피 마이스터는 인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곳입니다. 인재에 대한 투자, 그게 마이스터의 가치를 높이지요.”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실제로 기업이 아닌 인재에 투자한 투자회사는 마이스터가 처음이고,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나 중국, 미국 등지에서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적잖은 투자를 하는 곳 역시 바로 마이스터다.
어떤 목적이 있다고 보기에는 기존에 이룩한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아직 일본은 그런 지원자가 없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두 번째 천재들의 전당을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천재들의 전당요?”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학교 이름은 각국에 맞게 하겠지만요.”
“그 말씀은?”
“다른 나라에도 세울 거라는 거죠.”
그럴듯한 계획이다.
한 치의 문제도 없는 그런 계획.
문제는…….
‘일본은 그런 걸 싫어한다는 거지.’
일본에 천재는 많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천재는 없다.
노벨화학상 같은 이공계는 적극적으로 밀어주지만 문과 쪽, 특히 사회 쪽으로는 철저하게 배척한다.
‘기득권을 위협할 만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게 일본의 정책이다.
그래서 이공계 천재는 대우를 받지만 사회적 천재는 철저하게 왕따, 즉 이지메의 대상이다.
문제는 마이스터의 지원 정책.
‘마이스터의 지원 우선순위는 사회적 천재.’
이공계 천재는 성적과 실적으로 구분이 되니 다른 곳에서도 지원하기가 쉽다.
하지만 사회적 천재는 지원이 어렵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회적 천재가 필요하다.
그러니 사회적 천재에 대한 지원이 우선시된다.
‘그리고 그건 일본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충돌한다.’
노형진은 싱글싱글 웃으며 하시모토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에 그러한 학교를 세우고자 합니다.”
“아니, 그건 좀…….”
“결국 천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라면 일본에서 키우는 게 대동 입장에서도 유리한 것 아니겠습니까?”
상식적으로는 당연한 말이다.
대동의 본진은 어디까지나 일본.
그러니 천재를 키워서 자기 회사에 넣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안 될 말이겠지.’
노예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지원 정책은 이미 충분하다.
그런데 천재들의 전당이라는 곳이 생긴다면, 노예가 되지 않을 사람들에게까지 기회가 갈 수밖에 없다.
“그건 좀 곤란합니다.”
“네?”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물론 강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지원해 주신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목숨이라니요?”
“당장 잘못된 정치인들이 많지 않습니까? 사회적으로 완성된 천재들이 그들을 대체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일본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되겠습니까?”
얼굴이 사색이 되는 하시모토.
한국이라면 으레 할 수 있는 말일 뿐이지만, 일본에서는 절대 인정될 수 없는 금기다.
기존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이라니.
그러나 노형진은 대놓고 말하는 것이다, 일본을 바꾸겠노라고.
봉건시대와 다름없을 정도로 기득권에 대한 충성을 중요시하는 일본으로서는 나라가 뒤집어질 만한 행동이다.
‘자, 과연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노형진이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니나 다를까, 하시모토는 거절했다.
“그건 좀 곤란하군요. 미안합니다.”
“당장 결정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보시고 하실 의향이 있다면 우리가 충분히 지원을…….”
“그런 일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네?”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하시모토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일본 사람들의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성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두렵다는 건가?’
기득권에 대한 저항.
그건 일본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당장 일본 정부의 망언만 봐도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망언이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국가가 다르고 사이가 안 좋으니까, 한국에 대한 망언은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요소다.
안중근 의사를 한국에서는 영웅으로 보지만 일본에서는 테러범으로 보는 것처럼.
‘문제는 일본인 스스로에 대한 망언이지.’
툭 까놓고 말해서, 일본은 정치인이 공중파에서 국민들보고 대놓고 개돼지라고 해도 반항하는 사람이 없는 수준이다.
모 공중파에서 정치인이 출연해서 생방송 중 아나운서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렸어도, 징계는커녕 도리어 아나운서가 유혹했다는 이유로 퇴출되는 것이 일본이다.
‘그런 곳에서 너희가 사회적 천재를 받아들인다? 하, 웃기는군.’
절대 그럴 리 없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요? 아쉽군요.”
노형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좋은 일로 만나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러지요.”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자, 그러면 두 번째 폭탄을 터트려 볼까?”
노형진은 나오면서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