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89)
“B-345번요.”
그들이 찾아간 창고는 그리 크지 않았다.
8평 정도 되는 창고.
그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 있었다.
“더럽게 크네.”
인원이 부족해서 끌려온 손채림의 투덜거림.
“이게 크다고요? 이건 작은 사이즈인데.”
“허?”
“미국과 한국은 땅의 규모가 다르잖아. 미국은 차가 없으면 못 다닌다는 게,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야.”
땅이 엄청나게 넓어서, 차가 없으면 진짜로 못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교통이 있기는 하지만 빙빙 돌아서 가니까 어쩔 수가 없다.
“마트에 한번 가려면 차 타고 한 시간은 기본인 동네야, 미국은.”
“그래서 이렇게 넓다고?”
“당연한 거지. 땅이 넓으니 집도 넓게 짓지. 집이 넓으면 물건도 많아지고.”
“아, 그렇구나. 그거 하나는 부럽네.”
당장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 팔고 가면 미국에서 수영장 딸린 저택을 살 수준이다.
그만큼 물건이 많으니 그것들을 보관할 공간도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런 창고는 아예 외곽 쪽의 싼 땅에다가 만들거든.”
그러니까 큼직큼직하게 만들어 둘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마냥 좋은 건 아니네.”
“그러게.”
잔뜩 쌓여 있는 물건을 보고 한숨을 쉬는 노형진.
에일라는 그걸 보고 끼고 있는 장갑을 팡팡 두들겼다.
“이 염병할 물건들. 내가 언제 끌어낸다 끌어낸다 했는데 드디어 하네.”
“시작합시다, 다들.”
보안이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고는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하는 네 사람.
“이건…… 옷이야? 구멍이 다 났는데, 이거 왜 가지고 있는 거야?”
“앨범? 아니, 앨범은 보통 집에 두지 않아?”
“으아, 도대체 왜 먹다 만 빵이 상자에서 나오는 거야? 다 썩었잖아!”
각양각색의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넘쳐 났다.
에일라는 과거를 지우려는 것처럼 물건이 손에 잡히는 대로, 닥치는 대로 버리는 걸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것도 버리고, 저것도 버리고.”
“이건 쓸 만한 것 같은데?”
“내 알 바 아님. 없으면 그 새끼들이 사든가 하겠지.”
노형진은 왠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딱 봐도 그녀와 부모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했다.
‘뭐, 자업자득이지.’
딸을 도구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서 딸의 등골을 빼먹으면서 사는 마약쟁이 중독자들의 인생을 불쌍하게 생각할 이유는 없다.
“이거 뭐지?”
한참을 뒤적이던 손채림이 상자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오래된 양철 과자 통이었다.
“안에 과자가 지금까지 들어 있을 리 없으니…….”
노형진은 과자 통을 받아서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역시나 사진이군.”
수십 장의 사진이었다.
손채림은 무심결에 그걸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노형진이 막았다.
“아, 왜?”
“지문이 있을 거야.”
“지문?”
“그래.”
“에일라와 그 부모 거라면서? 그러면 이상한 게 없잖아.”
“그래. 하지만 다른 사람 지문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어?”
“생각해 봐. 그 인간들이 이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의 상태는 양호했다.
단순히 양호한 정도가 아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비슷한 인상착의의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일일이 하나씩 코팅되어 있었다.
“아! 다른 사람 지문이 아직 남아 있을 수도 있겠군요!”
엠버는 노형진이 뭘 노리는지 알아차렸다.
“네, 이 사진에는 다른 사람의 지문이 있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 사진이 왜 여기에 있었는지도 이상한 일이지만, 이 사진에 왜 그 사람의 지문이 묻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지요.”
과연 그 부모가 뭐라고 할까?
“일단 들고 가 보면 알 겁니다.”
물론 답은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