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795)
컴컴한 밤.
엠버의 집으로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안전이 확보된 후 에릴라와 노형진 일행은 엠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도 상당히 비싸고 좋은지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안이 확보되니까.
그런 그녀의 집으로 조용히 들어오는 두 사람.
그들은 주변을 조용히 살피다가 벽을 넘어서 수영장을 가로질러 문으로 향했다.
잠겨 있는 문 앞에서 잠깐 멈칫했지만 그들은 어설프게 뭔가를 꺼내서 유리문을 쪼개고 그 사이로 손을 넣어 잠금장치를 푼 뒤 안쪽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들어선 그들은 허둥거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그들의 손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는데, 그 너머로 불룩 튀어나온 품 안에는 권총으로 보이는 것이 비스듬히 꽂혀 있었다.
드디어 2층의 방으로 들어간 그들은 ‘게스트 룸’이라고 쓰인 곳에서 잠시 멈칫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고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총을 들었다.
퓻, 퓻, 퓻.
소음기를 단 총 특유의 총성.
연달아 세 발을 쏜 두 사람은 몸을 돌려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결국 쐈군.”
입구에 서 있는 남자, 노형진의 차가운 말 때문이었다.
“헉!”
그런 노형진을 보고 숨을 삼키는 두 사람.
그 목소리에 노형진의 뒤에서 누군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 목소리는? 설마?”
에일라였다.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정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위험해요, 에일라.”
엠버가 그런 에일라를 말리려고 했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저지했다.
어차피 이 주변은 다 포위되어 있고 이곳에도 경호원이 서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총이 겨누어져 있고.
“진실은…… 아픈 법이지요.”
노형진은 안다는 듯 말했다.
그러는 사이 에일라는 앞으로 나서서 괴인들이 쓰고 있던 두건을 벗겼다.
“아빠? 어…… 엄마?”
마약에 찌들어 거친 얼굴, 풀린 눈동자, 중독 증상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
그 모든 게 익숙했다.
“어…… 어떻게……?”
에일라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최악의 부모라는 것은, 쓰레기 같은 인간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혈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방은 에일라가 쓰기로 한 방이었지…….”
노형진의 안타까운 말.
거기에다 지금 침대에 누워 있던 인형조차도 에일라를 본떠서 만든 것이었다.
그 말은 이 두 사람이 자신의 딸에게 총을 쐈다는 소리다.
“어…… 어떻게…… 이……런…….”
에일라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방을 뛰쳐나갔다.
누구도 그녀를 잡지 않았다.
아무리 막장 가족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부모를 본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체포하세요.”
노형진은 더러운 쓰레기들을 한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이 와중에도 그들의 얼굴에 드러난 것은 딸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아닌, 마약 금단증세였다.
“후우…….”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며 바깥으로 나갔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에일라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강하게 버티고, 현상금이 걸려도 키득거리면서 웃던 그녀였다.
안 그래도 막장 인생이라 더 떨어질 곳이 없다 생각해서 무서운 게 없었던 그녀다.
하지만.
‘말을 했어야 했나?’
이건 회귀 전에도 똑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녀의 부모가, 그녀를 죽이려고 했었다.
마약에 찌들어서 돈을 더 준다는 유혹에, 그리고 자신들이 사기로 빼앗았던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두려움에 그들은 자신들의 딸을 죽이려고 했다.
‘무슨 수로?’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한단 말인가?
너희 부모가 곧 너를 죽이러 올 거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해 봐야 믿지도 않았을 것이다.
“후우…….”
노형진은 서럽게 울고 있는 에일라의 옆에 앉았다.
울지 말라고 말리지는 않았다.
의미가 없으니까.
“으허허헝…….”
그저 서럽게 우는 에일라의 옆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것 말고 노형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시간이 약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괜찮을까?”
소식을 듣고 온 손채림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킬러도 아니고 친부모가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충격이 크겠는가?
“괜찮을 리가 없지.”
“지금은 어때요?”
“너무 울어서 탈진해서 진정제를 맞고 잠들었어.”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람이 너무 울면 지쳐서 기절할 뿐만 아니라 몸도 위험해진다.
“와…… 진짜 이런 막장이…….”
“그런 게 자본주의야.”
노형진은 한숨만 쉬었다.
“이래서 나라에서 마약을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하는 거고. 마약에 중독되면 자식이고 뭐고 없어.”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한국은 그래도 마약 청정국에 속하니까.”
마약중독자가 많지도 않지만, 일단 찾으면 가만두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지. 마약이 넘쳐 나.”
그래서 경찰도 마약중독자인 것을 알면서도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잡아 봐야 미국의 교도소는 포화 상태인지라 처벌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약중독자는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거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약뿐이다.
“무섭다, 진짜.”
“그러게.”
그들이 했던 행동은 모두 기록이 남아 있다. 에일라의 부모가 잡혀 버린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감출 수가 없게 되었다.
“에일라 부모가 사실대로 말할까?”
“할 거야.”
“어째서? 말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마약에 중독된 상태니까.”
“뭐?”
“웃기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약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저들은 마약을 끊지 못하니까.”
실형이 인정되면 당연히 교도소에 들어가서 마약을 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에는 형량 협상이라는 게 있지.”
“그게 뭔데?”
“검사와 끝까지 싸우지 않고 일정 부분 인정하면 형량을 낮춰 주는 거야.”
노형진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들이 들어와서 총을 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었어.”
“그런데?”
“우리가 보기엔 살인미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불법총기 소지와 주거침입일 뿐이거든.”
“설마?”
“후자라면 형량이 대폭 깎이지.”
살인의 대상이 될 사람이 아예 거기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살인할 목적이었던 건 사실이니까, 결국 법의해석에 따른 처벌이 나올 것이다.
“마약에 중독된 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건 마약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야.”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했다.
“애석하게도 저들은 지금 심각한 마약중독 상태야.”
“어째서?”
“중독이 심해져야 시키는 대로 하니까.”
“설마……?”
“돈이 있는 게 아니니, 양질의 고순도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뻔하지.”
그들이 줬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중독된 두 사람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을 테고.
“반대로 말하면, 빨리 나가서 마약을 할 수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형량 협상에 나설 거라는 거지.”
“그 결과가 그걸 시킨 사람들의 신분을 실토하는 거고?”
“그래.”
자신들이 모은 정보.
그리고 살인 명령에 대한 정보.
거기에다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증언에 그들의 살인 명령까지, 홀릭스타팅은 벗어날 수 없는 확실한 함정에 빠졌다.
“설마…… 너……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노형진은 부정하면서도 입안이 깔깔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 다행인데…….”
그 순간 삐거덕 소리가 들리더니 위에서 지친 표정의 에일라가 내려오는 게 보였다.
“에일라, 괜찮아?”
“멀쩡해요.”
“안 그래 보이는데?”
“그 인간들, 어차피 내 인생에 없는 인간들이었어요. 아, 속 시원하네. 이제 내 돈으로 마약 하는 꼴 안 봐도 되겠네.”
애써 키득거리는 그녀의 눈에는 왠지 눈물이 서려 있었다.
“채림 씨.”
“응?”
“한국이 그렇게 살기 좋아요?”
“어? 글쎄.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전에는 좋다면서요?”
손채림은 전에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분명히 한국이 살기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했다.
“어…… 그러니까…….”
“사실대로 말해 줘요.”
“살기 좋아, 돈만 있다면. 돈이 없으면 헬조선, 그러니까 지옥 같은 곳이라고 하지만.”
에일라는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나 돈 많이 받을 수 있어요?”
“돈 말입니까?”
“네.”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당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 부자로 살 수 있을 만큼?”
“네? 아, 뭐…… 그렇겠네요.”
판권의 판매 수익.
거기에 홀릭스타팅은 그녀를 죽이려 했고, 무엇보다 그녀가 어릴 때는 범죄의 도구로 이용했다.
그런 만큼 그녀도 홀릭스타팅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이다.
설사 징벌적 손해배상이 안 떨어진다고 해도 최소 수익이 40억은 넘을 것이다.
“그러면 날 한국으로 데려다줘요.”
“뭐라고?”
깜짝 놀란 손채림.
설마 한국으로 가겠다니?
“나…… 미국 싫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남은 것도 없고 좋은 추억도 없어. 내 주변에는 다 거지새끼들뿐이야. 여기에 있어 봐야 그 돈으로 마약 하자고 파티 하자고, 날 꼬시는 쓰레기만 득시글거리겠지.”
그녀는 염세적인 만큼 현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으니까.
“그러니까 나 한국에 갈래요. 거기서는 아무도 나에 대해 모를 테고 총질도, 마약도 없을 테니까.”
“아…… 음…….”
손채림은 안타깝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이 그녀의 생각을 바꾼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노형진의 기억 속의 판례에서도, 그녀는 사건이 정리된 후에 해외로 갔다고 했다.
그가 접한 건 판례뿐이기 때문에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한국인가?’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쁘지는 않겠군.’
그가 직접 보호해 줄 수도 있을 테고, 한국은 최소한 금발의 백인 여성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다른 인종은 모르지만.
“마음을 결정한 겁니까?”
“그래요. 차라리 거기서 햄버거를 팔아도 여기보다는 안전하겠지.”
“그 돈이면 한국에서 햄버거 가게를 차려도 될 텐데?”
“응? 그런가? 그렇구나. 이제 빵 안 뒤집어도 되겠네. 나이스.”
애써 신난 듯한 얼굴을 하는 에일라를 바라보던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엠버와 드림 로펌에 이야기해서 이주 준비를 해 드리죠.”
“아싸.”
“하지만 공부는 해야 할 겁니다.”
“공부요?”
“거기는 영어권 국가가 아닙니다.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를 배워야 합니다.”
“나…… 공부는 싫은데.”
그녀는 눈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