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0)
“왜 그렇게 사색이 되십니까? 뭐, 찔리는 게 있나 봅니다?”
노형진은 사장에게 깐죽거리면서 다가갔다. 그러자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젠장.”
그는 몸을 돌려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장례식장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
그는 바로 이 병원의 원장이었다. 사방에 가득한 사람들과 기자들에 대한 소식을 듣고 황급하게 온 것이다.
“매, 매형.”
원장을 본 사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
장례식장에서 장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돈이 된다. 그래서 대형 병원의 장례식장에는 입점하려는 곳이 많기 마련이다. 그런 곳에 저런 인간이 용케 자리를 잡고 있는가 싶었더니만.
“매형?”
“그래서 그런 거야?”
“어쩐지 믿는 구석이 있었구만.”
원장은 당황했다. 사장이 처남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떻게 된 건지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는데 설명 좀 해 주시면 저희가 오해를 풀고…….”
“오해? 유가족한테 사기를 치고 오해?”
“사기요?”
사기라는 말에 얼굴이 딱딱해지는 원장. 아무리 원장이라지만 이런 거대 병원은 완전히 그의 것이 아니다. 즉, 어느 정도 권력은 있을지언정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처남에게 장례식장 운영권을 줬는데 사기라니?
“당신 처남이라는 사람이 유가족들에게 수십만 원도 안 되는 물건을 무려 수천만 원에 팔아먹다가 걸렸습니다.”
“네?”
“고작 몇십만 원짜리 수의와 유골함을 무려 1천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다가 걸렸단 말입니다.”
“그, 그게 무슨…….”
“하실 말씀 있습니까?”
노형진의 말에 원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멍청한 녀석,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대형 병원이라 해도 이미지 관리는 신중히 해야 한다. 아니, 대형 병원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사기라니.
“증거는…….”
“저 안에 있지요. 그런데 직원이 문을 안 열어 주네요.”
“…….”
원장은 그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굳게 잠겨 있는 문. 분명 그 너머에는 증거가 있을 것이다.
‘어쩌지?’
여기서 처남의 편을 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원장으로서 경찰과 경비에게 부탁해 이들을 해산시킬 수도 있다.
“매형, 거짓말입니다. 이건 아니에요. 제가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장례식장의 사장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처남의 성정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 장례식장을 맡긴 것도 취업도 못하고 놀기만 하는 그가 불쌍하다고 와이프가 성화해서 그런 것 아닌가?
“문 열게.”
“매, 매형.”
“문 열라고 했네.”
이런 상황에서 지켜야 하는 것은 병원. 딱 선을 긋고 꼬리를 잘라 내야 한다.
“매형…… 그건…….”
“김 실장! 당장 열쇠 가지고 와!”
“넵!”
눈치를 보고 있던 실장은 어디론가 뛰어갔다.
아무리 외부에 임대 형식으로 운영권을 줬다고 하지만 엄연히 병원 시설이니만큼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실장이라는 사람은 열쇠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자 노형진은 원장에게 슬쩍 다가갔다.
“선을 그어 두는 게 목적이라면 직접 여시는 게 좋을 겁니다.”
조용히 말하는 노형진의 모습에 원장은 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변호사입니다.”
원장은 대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변호사 중 유능한 사람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언론에 어떻게 보이는지 잘 알고 언론 플레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열쇠를 주게.”
“네?”
“열쇠를 달라고 했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원장으로서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네.”
“네, 원장님.”
실장은 그 단호한 모습에 조용히 열쇠를 건넸다. 그걸 받은 원장은 당당하게 걸어가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기자들은 연신 찍어 댔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그 안에 숨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직원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원장의 등 뒤에 선 기자들이 그 상반된 장면을 미친 듯이 찍어 대기 시작했다.
“워…… 원장님.”
직원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를 리 없다. 원장이 문을 스스로 열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뜻이니 벗어날 길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입 내역서를 보여 주십시오.”
노형진이 앞으로 나서서 말하자 직원이 미친 듯이 눈을 돌렸다. 하지만 사장보다 더 무서운 원장이 입구에 서 있고 사장은 보이지도 않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원장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무리 자신이 모르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이 일이 외부에 공개된다면 병원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잔인하더라도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그리고 노형진 또한 그걸 알고 있었다.
‘결국은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형진은 원장과 스치는 짧은 순간에 그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그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어떻게든 병원을 보호하려고 할 테니 그렇다면 버려지는 것은 장례 업체가 된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병원이 장례 업체를 버린다면 결론은 난 것이나 마찬가지.
그리고 병원 원장쯤 되면 이런저런 정치 싸움은 다 해 본 사람이니 그 목적을 한 번에 이해하고 따라올 것이다. 버릴 패는 완전히 버리고 서로 윈윈하자는 것이다.
“내놓게나.”
“하지만 원장님…… 이건…… 저희 개인 사업 기록인데…….”
“개인? 지금 개인이라고 했나? 우리 병원에서 우리를 도와 유가족들을 돌보라고 허가해 줬더니 개인? 이 공간이, 이 사업체가 네놈들의 물건인 줄 알아!”
원장의 노호성. 그리고 찔끔하는 직원.
“어차피 고발이 들어갈 거다. 그리고 그 손해배상도 청구할 거야. 그걸 순순히 넘겨주고 선처를 받겠나, 끝까지 지키고 함께 고발당하겠나?”
최후통첩에 직원은 이리저리 눈을 돌려서 사장을 찾았다. 그리고 바깥에서 어떻게든 들어오려고 하는 사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사장은 주변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직원의 시선을 느낀 건지 안 된다고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직원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드……리겠습니다.”
그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는 구입 내역서를 출력해서 원장에게 내밀었다.
원장은 그걸 받아 들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중국에서 사 온 싸구려 물건을 엄청난 가격에 팔아먹은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던 것이다. 수의와 유골함뿐만이 아니었다. 40만 원짜리 소나무 목관을 800만 원짜리 고급 관으로, 4천 원짜리 향을 15만 원으로. 그 모든 물건들을 통해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하루에 최소 세 팀이 장례를 치르는 걸 생각하면 그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아무리 처남이라고 하지만 이건 도무지 넘어가거나 보호해 줄 수준이 아니었다. 단순히 계산만 해도 이 일을 1년 넘게 했다면 못해도 수십억을 해 먹은 게 된다.
“원장님.”
노형진의 말에 원장은 그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그 서류를 건넸다. 그리고 뒤에 서 있는 유가족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자신과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사건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중요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이런 일이 벌어진 점, 원장으로서 사과드립니다.”
그 말에 장례식장의 사장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 * *
“자네는 한시도 쉴 생각이 없구만.”
“하하하.”
새론의 변호사들은 장례식장에까지 와서 소송 대리 접수를 받고 있었다. 기록을 정산한 결과, 그런 행동이 무려 2년이나 지속되어 사기로 착복한 금액이 무려 450억이나 되었다.
노형진은 원장과의 거래를 통해 병원에는 일절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모든 협조를 받기로 했고, 장례식장의 사장과 직원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경찰서로 끌려갔다.
“그래도 화가 나잖습니까?”
망자에게 사기를 치다니, 인간으로서 하면 안 될 짓도 가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노형진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하긴, 그렇긴 해. 설마 이런 상황에서조차 사기를 치는 놈이 있다니.”
“그러니까 더 쉬운 거죠. 누가 그 상황에서 의심하겠습니까?”
정신없는 상황에서 도무지 의심할 여건이 되지 않으니 사기를 치기에는 가장 좋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증거들은 화장하거나 매장하면 영원히 사라진다. 문제 될 것이 없다.
“씁쓸하군.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지 말라는 건가.”
“글쎄요.”
씁쓸하게 말하는 송정한.
그 역시 부모님을 떠나보낸 처지라 돌아가신 분들에게 최고의 예를 하고자 했던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일단 이번에 제대로 잡았으니 한번 대대적으로 털어야겠지요.”
“대대적으로?”
“여기서만 벌어지는 일인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아…….”
이곳에서만 벌어진 일일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내 기억에도 그래.’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에 이 문제가 한번 터진다. 그런데 그 사건이 터진 장례식장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즉, 여러 곳에서 동일한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들 죽겠다고 끙끙거리겠군.”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잘못된 걸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렇지.”
씁쓸한 장면을 보면서 그 두 사람은 똑같이 한숨을 쉬었다. 세상이 바뀌는 날은 여전히 멀었다.
새론 경호 팀의 발족 (1)
“이 새끼들아!”
“꺄아악!”
노형진은 퇴원 후 일을 준비하다가 입구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번개같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사무실의 입구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난동을 부리는 게 보였다.
“여기 사장 나오라고 그래! 사장!”
각목과 회칼을 들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그들. 그들은 입구를 틀어막고 주변 집기들을 부수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당신들 뭡니까!”
“아, 너 같은 시다바리 말고 사장 나오라고! 사장!”
쾅!
입구에 잇는 의자 하나를 발로 차면서 잔뜩 겁주는 남자.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조폭이로군.’
안 그래도 이번에 각 장례식장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장례식장 뒤에 상당수 조폭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혹시나 그들이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습격 사건도 겪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중 일부가 겁주겠다며 습격한 것이다.
‘보아하니 계보도 없는 동네 조폭이군.’
계보란 일종의 분파다. 가령 ‘A’라는 거대 그룹 아래에 ‘가’라는 조직이 있는 식이다. 그런데 그런 곳은 절대로 변호사 사무실을 건드리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사법의 한 축으로 보호받는 데다가 현재 사법연수원 체계에서는 모두 동문이고 판사든 검사든 나오면 변호사를 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변호사에 대한 습격을 용서하지는 않는 것이다. 여차하면 자신들을 변호해야 하는 게 변호사들이니 말이다. 따라서 변호사를 습격했다는 것 자체가 계보도 없는 동네 양아치라는 것을 뜻한다.
“사장 나오라고! 쌰앙!”
각목으로 유리문을 박살 내는 녀석.
노형진은 경찰을 부르는 대신 방 코너에 놓인 분말소화기를 들었다. 어차피 누군가 경찰에 신고할 테니.
“이봐요.”
“뭐야? 네가 사장이냐?”
“사장치고는 완전 애송이인데?”
노형진이 부르자 그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조폭들. 노형진은 대답하는 대신 그들을 향해 분말소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푸화아악!
“으악!”
“이게 뭐야!”
갑자기 들이닥치는 소화기 분말에 깜짝 놀라서 바둥거리는 조폭들.
그걸 본 주변 직원들 역시 소화기를 들고 마구 뿌려 대기 시작했다. 소화기는 이런 경우에 제압용으로 쓸 만하다. 물론 상대방이 죽이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경우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지금은 상대방이 그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까.
“콜록콜록!”
주변에 분말이 가득하자 숨을 쉬지 못하고 콜록거리는 조폭들.
“붙잡아요!”
노형진이 소화기를 뿌리면서 외치자 몇몇 용기 있는 남자들이 앞으로 나서서 소화기가 멈추는 순간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조폭들은 깜짝 놀랐다. 소화기 때문에 시야도 안 보이는 데다가 숨까지 쉬지 못해 힘들어 죽겠는데 그 분말 속에서 갑자기 남자들이 뛰어들어 온 탓이다.
쾅!
“어이쿠!”
“크헉!”
남자들이 사력을 다해 밀어붙이자 조폭들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지금이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쓰러진 조폭들을 미친 듯이 패기 시작했고 몇몇은 어디선가 케이블 타이를 가지고 와서 그들을 묶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그 과정에 분말을 뒤집어쓰기는 했지만 결국 경찰이 올 때쯤에는 그들은 팔과 다리를 묶인 채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거참, 어이가 없구만.”
경찰조차도 변호사들을 대놓고 습격한 그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노형진은 뒷수습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사람을 고용해야겠네요.”
“그렇겠지?”
이번 일은 송정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조폭이라지만 그래도 습격은 습격이다.
“그나저나 자네가 말한 그 전문가라는 건 무슨 뜻인가?”
“전문가요?”
“그래, 경호 전문가라고 하지 않았나.”
“하하.”
노형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경호 전문가라는 말은 한 적도 없는데 송정한이 아무래도 오해한 듯했다.
“그때 말씀드린 건 오해입니다. 경호 전문가가 아니라 범죄 전문가죠.”
“범죄 전문가?”
“네.”
노형진의 말에 흠칫하는 송정한. 다른 곳도 아닌 변호사 사무실에서 범죄자를 고용하겠다는 건 좀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설마 무슨 조폭이나 그런 건가?”
“아닙니다. 사실 조폭 같은 건 써먹지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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