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01)
“이게…… 아내가 쓴 글이라고요?”
“네.”
그 세 사람의 남편과 시부모, 친부모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내가 쓴 글을 보고 있던 남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하루에 용돈 만 원 받으면서 마치 노예처럼 돈을 벌어 왔다.
그런데 그녀가 쓴 글에는 자신이 내연녀만 세 명을 두고 매일같이 두들겨 패는 쓰레기로 묘사되어 있었다.
“이 미친년이! 지금 뭐, 나보고 에이즈? 에이즈?”
남편뿐만이 아니다.
시누이는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에이즈에 걸려서 자기들한테 기대어 사는 기생충으로 그려져 있었으니까.
당장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녀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파혼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도대체가…….”
남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아는 아내는 결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들이 모르는 뒤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줄이야.
심지어 시부모에 대해서는 차마 읽기 더러울 정도의 글을 잔뜩 인터넷에 써 놨다.
“왜? 어째서?”
함께해 온 수년의 시간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현실에, 남편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종의 관심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심병요?”
“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에 시작되지요.”
사람들이 다 처음부터 이러는 건 아니다.
이건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다.
“억울한 마음에 인터넷에 글을 올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사람들이 호응하고 편들어 주고 위로해 주니까 기분이 좋았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했을 겁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며 다른 뭉치를 툭툭 쳤다.
그녀가 올린, 다른 식당들에 대한 글을 모은 것이었다.
“문제는 그 후죠.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 거짓을 말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추앙을 받는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권력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
자신이 쓴 글 하나에 가게 하나가 날아가고, 사람들이 고통받고 잘못했다고 비는 걸 보면서, 자신들이 대단한 권력이라도 잡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소위 말하는 ‘관종’이 된다.
“문제는 그 후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
“이게 지금 아내분들의 현실이지요.”
입을 쩍 벌리는 남편들과 시부모들.
그리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친부모들.
“저희는 얼마 전 그분들의 이상 증세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
노형진은 측은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분들의 정신과 치료를 권해 드리려고 합니다.”
“정신과 치료요?”
“그렇습니다. 지금 그분들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가게들이 수억 단위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게 주인들은 현재 그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요.”
“네?”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 보상이라 피할 수도 없습니다. 명백하게 범죄로 인한 피해 보상이기에, 파산이나 면책이 되지 않거든요. 배상액만 몇억이 나올 겁니다.”
“몇억요?”
“피해를 입은 가게만 서른 곳이 넘습니다.”
다른 의미에서 입을 쩍 벌리는 한 남편.
서른 곳이라니?
한 곳당 1천만 원씩이라고 가정해도 무려 3억이다.
“물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니 저희로서는 그게 최선이지요. 하지만 새론은 아시다시피…….”
노형진은 잠깐 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아주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약자를 우선시하는 곳입니다. 그분들은 가해자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지요. 이대로 두면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헉!”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까지 말한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이런 걸 던져 주고 가시면……!”
“저희도 여기까지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입니다.”
노형진은 안타깝다는 듯 그들이 모여 있는 커피숍을 나왔다.
그리고 나오기가 무섭게 아까와 다르게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와, 가증스럽다.”
“내가 뭘?”
“뭘 그렇게 착한 척해?”
“일단 우리가 피해자인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만일 이쪽에서 화를 내고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반격할 것이다.
“그 말은 우리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뜻이지.”
그래서 노형진은 자료만 주고 조언할 뿐, 요구를 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선택해야 해. 아내가 정신이상이라는 걸 인정하고 상담 치료를 받게 하든가, 아니면 싸우든가.”
“그런데 정신이상 맞아?”
“일단…… 정신학적으로 보면 맞아. 성격장애에 들어가지.”
“성격장애?”
“그래. 사람들은 헛소리를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만 정신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성격장애는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하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사람들의 성격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타입이 정신병으로 취급받는 것은, 주변에 입히는 피해 때문이다.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불만을 가지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서슴없이 만들어 내.”
“으음…….”
“성격장애는 다른 정신병과 달라. 그래서 장애라고 하는 거야. 그건 사회생활은 할 수 있거든. 하지만 주변을 피곤하게 하지. 너도 이번 사건을 빼고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을걸.”
“으음…….”
손채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그런 사람들 있네.”
작은 일도 크게 키우고 거짓말을 하고 이유도 없이 이간질하고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분명 존재했다.
“그들과 이번 사건의 다른 점은, 그들은 온라인상에 권력이 없다는 것뿐이야.”
“그러네. 하는 행동 패턴이 비슷하네.”
손채림은 갑갑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그런 애들은 그냥 안 보면 그만인데. 오래가 봐야 도움이 안 되거든.”
“알아. 하지만 우리는 의뢰를 받았고, 안 보면 그만인 상황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고쳐야지.”
그리고 그 첫 번째 계획이 가족들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다.
“고치면 여기서 끝인 거야?”
“그래야지. 그냥 보상받는 수준에서 끝내야지.”
이번 사건은 크게 키울 수 있는 타입의 사건이 아니다.
그럴수록 이쪽이 불리하다.
“그렇게 될까?”
“사실대로 말해서?”
“응.”
“아니, 안 될걸.”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미친놈이 자기가 미쳤다고 하는 걸 본 적 없거든.”
노형진의 감정이야 어떻든, 애석하게도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는 없었다.
* * *
“미친 거 아냐!”
아이엄마들이다.
비록 그녀들이 한 행동이나 카페에 올린 글이 구역질이 나지만, 그래도 아이엄마라는 생각에 가족들은 일단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처럼 반응했다.
외부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극단적인 공격성 표출.
“아니, 우리가 미쳤다고?”
“미쳤다는 게 아니라…….”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
“인터넷에 쓴 글을 봐. 그게 정상적인 거야? 어?”
결국 발끈한 남편.
그리고 그게 최악의 수였다.
“뭐, 인터넷? 설마 내 뒤를 캐고 다닌 거야?”
“아니! 신고가 들어왔다! 가게마다 돌아다니면서 망할 때까지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데 소문이 안 나겠어!”
“미친 거 아냐? 왜 사람 뒷조사를 하고 다녀?”
“뒷조사가 아니라니까! 네가 한 일에 대한 문제야! 지금 그 사람들이 허위 사실을 말한 것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한다고!”
“하라고 해! 내가 없는 일을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딴 새끼들이 뭐라고 하든 안 무서워!”
“야!”
“야? 야? 지금 ‘야!’라고 했어?”
결국 터지고 만 싸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다 미쳤어! 다 미쳤다고!”
길길이 날뛰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은 앞이 캄캄해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