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1)
대부분의 조폭들은 대부분 시다바리라고 하는 아래에서 잡일이나 하는 놈들이라 전문가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위에 있는 놈들이 여기로 올 리는 없고 말이다.
“음…… 예를 들면 미국의 《캐치 미 유 어 라이프》이라는 영화 아시죠? 그게 실화라면 믿으시겠어요?”
《캐치 미 유 어 라이프》은 FBI에 고용되어 그 천재적인 사기 능력을 발휘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오래된 영화다.
“네, 그 영화처럼 이제는 손을 털고 싶어 하는 전문 범죄자를 구하는 거죠. 물론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니 건물은 따로 구하고 그들에게는 이곳의 출입을 제한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 해도 그들은 만족할걸요?”
“흐음…….”
“그 말, 잘 아시지 않습니까? 가장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변호사 아니면 사기꾼이라는 거.”
“그건 그렇지.”
변호사들이 법에 대한 해석의 전문가라면 사기꾼들은 법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다. 어찌 보면 자물쇠와 열쇠 같은 사이랄까?
“어차피 손을 털면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자들을 고용한다면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지요.”
“끄응…….”
노형진이 가끔 범죄자들의 도움을 얻는다는 건 송정한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예 팀을 꾸려서 준비하자고 하다니.
“어차피 사기 사건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리고 변호사들은 그에 대한 반응이 느리다. 아무리 법적으로는 해석해도 사기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음, 그거야 그렇다 치고 경호 문제는 어쩌자는 건가?”
아무래도 송정한 역시 이참에 새로 경호 팀을 만드는 걸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이 수긍해 준다면 되는 거고 안 된다면 별수 없는 거죠.”
“그래?”
“네.”
“일단 만나 봐야 안다는 소리군.”
“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잘될지는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형진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그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몰랐다.
* * *
“후우!”
노형진은 허름한 빌라를 올려다보았다.
“정우찬이라…….”
정우찬.
만일 함께 회귀한 사람이 있다면 그 이름이 노형진의 입에서 나왔을 때 기겁하면서 도망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찬은 희대의 살인마이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 죽은 사람만 해도 무려 서른세 명. 그들은 하나같이 고문당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죽어 갔다.
그리고 노형진이 정우찬을 아는 이유는 회귀 전에 그가 변호한 대상인 탓이다.
“아직은 살인을 저지른 시점이 아니니…… 쩝.”
원래 정우찬은 소시오패스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다르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인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아예 감정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게 왜 나쁜 짓인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을 고문해 죽이기도 한다.
반면에 소시오패스는 이게 누군가가 슬퍼할 일이자 나쁜 짓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양심이 없다. 그래서 그런 일을 서슴없이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감정이 없는 존재라면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소시오패스는 갱생이라도 가능하지.’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상대방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느끼는 데에 집착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치료가 힘들다.
그에 반해 소시오패스는 목적에 집착한다. 그래서 목적만 확실하게 부여한다면 통제할 수 있다.
문제는 그가 납득할 만한 목적을 부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하지만 정우찬은 노형진이 직접 변론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정우찬의 어머니. 그가 정우찬의 목적이었다.
정우찬의 어머니는 평생을 고생하면서 정우찬을 키웠다. 아버지가 사업을 한답시고 전 재산을 날리고 죽어 버리는 바람에 빚을 갚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암에 걸렸고 결국 돈이 없어서 병원에서 쫓겨났다.
그 결과, 그녀는 죽었는데 그게 최악의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삶의 목적인 어머니가 죽자 정우찬의 목적이 바뀐 것이다, 복수로.
그때부터 그는 살인마가 되었다. 부모님을 쫓아낸 병원 관계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회사 직원, 시도 때도 없이 와서 어머니를 괴롭히던 빚쟁이들, 살아생전 어머니를 무시하던 친척들까지 죽인 결과 무려 서른세 명이라는 희대의 살인극을 벌였다. 소시오패스에, 머리까지 좋아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탓이다.
‘위험한 짓이 아닌지 몰라.’
아무리 그래도 미래의 살인마를 고용하는 것은 위험한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만 하면 미래의 서른세 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확실한 보디가드를 얻는 셈이다. 새론의 변호사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를 죽여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그는 조폭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희대의 살인마다. 따라서 어쭙잖은 마음으로는 죽이기는커녕 접근도 못할 것이다.
딩동.
벨을 누르자 그 너머로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법무법인 새론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정우찬 씨 계신가요?”
“제가 정우찬입니다만.”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
이때쯤이 그가 가장 힘들어 할 때다. 어머니가 암 초기인 것이 드러났는데 보험회사에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서 보험료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고용 문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고용요?”
정우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취업하지 못하고 있어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긴 했지만, 법무법인에는 낸 적이 없었다.
“잘못 오신 것 같습니다. 전 이력서를 낸 적이 없습니다.”
“잘못 온 거 아닙니다. 저희가 사람을 찾다가 정우찬 씨를 발견한 겁니다. 당연히 정우찬 씨가 이력서를 낸 적이 없지요.”
“그런가요?”
“네, 그런데 문 안 열어 주실 겁니까?”
그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정우찬은 조용히 문을 열어 줬다. 노형진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어찌 보면 노형진도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셈이다. 만일 일이 틀어지면 미래의 살인 대상에 그가 속할 수도 있다.
“들어오시지요.”
정우찬은 자리를 권하자 노형진은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흔하게 나오는 물도, 차도 없었다.
‘하긴.’
이런 류의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과 가족뿐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정우찬 씨를 고용하려고 합니다.”
“전 변호 쪽은 잘 모릅니다.”
고개를 흔드는 정우찬.
노형진은 그에게 천천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변호가 아니라 경호입니다.”
“경호?”
“네.”
노형진은 새론에 벌어진 일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경호 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우찬은 그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 안전을 위한 경호 팀을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왜 절 찾아오셨습니까? 저 말고도 경호 회사는 많을 텐데요?”
맞는 말이다. 경호 회사는 많다. 하지만 노형진의 목적에 맞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의 경호 회사의 90%는 조폭 출신입니다. 말이 경호인 거지, 사실상 깡패죠.”
“그래도 10%는 남습니다.”
“그들은 남남이니까요. 그리고 그들에게 장기간 맡기기에는 비싸거든요. 차라리 직접 팀을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죠.”
“그게 절 고용하려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원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 말에 노형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찌 보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정우찬 씨여야 하는 이유는 정우찬 씨의 성격에 있습니다.”
“제 성격이 좀 특이하기는 하지만 주변에 알려질 정도는 아닐 텐데요?”
“일견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정우찬 씨는 소시오패스 아닙니까?”
순간 정우찬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한번 죽음을 겪은 노형진조차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역시…… 싹이 다르다는 건가?’
증언에 따르면 정우찬의 눈앞에 서면 저항도 못 할 정도로 온몸이 움츠러든다고 했다. 마치 쥐를 바라보는 배고픈 뱀의 눈이라고 할까? 그래서 대부분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어 간다고 한다.
‘무협지에서 나오는 천살성 같은 건가?’
그건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는 사람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
“어떻게 아신 겁니까?”
“저희한테는 정보 라인이 따로 있으니까요. 필요한 정보는 구할 수 있습니다.”
노형진은 승부를 보기로 결정했다. 그들에게 감정으로 호소해 봐야 의미가 없다. 어차피 신경도 안 쓰니까.
“간단하게 말하죠. 저희와 일하신다면 월 250만을 드리겠습니다. 초봉 기준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치료비 전액을 저희가 부담해 드리지요.”
“전액 말입니까?”
“네.”
그 말에 안 좋게 흘러가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했다. 그 정도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우다.
“본인이 소시오패스이니 소시오패스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아시겠지요?”
그 말에 정우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형진이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형진의 말은 진심이었다.
실제로 어떤 아이가 정신지체에 문맹이라 취업도 못하고 생활도 불가능해서 부모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의 어머니가 생각을 뒤집어서 가장 완벽한 기밀문서 파쇄 서비스라는 걸 오픈했다. 정신지체가 있다 보니 빼돌리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일이 없는 데다 문맹이라 글 자체를 읽거나 기억할 수도 없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는 여러 기업들과 계약해서 잘나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파쇄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도 마찬가지다.’
결국 위험한 정신병이기는 하지만 그걸 통제할 수만 있다면 가장 완벽한 경호원이 될 것이다. 적에게 자비 없으면서 아군을 배신하지 않는 경호원.
“전 격투 기술은 잘 모릅니다.”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저런 말을 했다는 건 자신에 대해 알아낸 것을 불문에 부치겠다는 뜻이다.
“그거야 조금만 배우면 됩니다.”
어차피 이들이 경호원으로 등록되면 가스총이나 전기 충격기 같은 걸 쓸 수 있다. 그리고 싸움에서 그런 전투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도망치지 않는 마음인데 그들은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목적에 반하는 대상을 파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탓이다.
“좋군요.”
정우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구할 수 있는 직장 중 최고로 좋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취업도 안 된다. 하지만 경호원이라고 하면 이 분위기가 이해될 것이다. 도리어 산전수전 다 겪어 본 프로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내게 딱인가?’
특유의 성향이 문제가 되기는커녕 도리어 이득이 되는 직종. 그게 바로 경호원이다.
“물론 상담 치료 같은 건 병행해야 합니다. 아시죠?”
“그 부분은 인정하죠.”
경호의 과정이 너무 과도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상담 치료를 통해 적절히 통제하면 된다.
“하시겠습니까?”
노형진의 질문에 정우찬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급차를 부르지요.”
“네?”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노형진은 계약서에 사인하는 대신 구급차를 불렀다. 그렇게 최초로 소시오패스가 경호원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 * *
“분위기가…… 좀…… 그렇군.”
송정한은 입맛을 다셨다. 정우찬이 왜 일을 못 구하는지 알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싸늘해질 정도로 냉기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1층에 대기실을 만들고 나면 훨씬 나아질 겁니다.”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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