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2)
노형진은 그를 고용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1층 코너를 막아 경호원 대기실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야간 경비도 함께할 계획이니 딱 맞는 위치였다. 그래서 그 공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는 중인데 그 싸늘한 분위기에 주변에서 접근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사람이라도 죽여 본 눈빛이야, 허허허.”
“하하하하.”
노형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의 그는 사람을 죽이고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란 그런 존재다.
‘목적에 잘 적응해야 할 텐데.’
그마나 다행인 것은 그가 취업했다는 사실에 가장 좋아한 것이 그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는 이번 일자리가 마음에 든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끄응…….’
다만 문제는 같은 소시오패스들이 뭉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냐는 것이다. 만일 최악의 살인 집단이 된다면 악몽 같을 것이다.
‘진짜 모험이긴 한데.’
물론 반대로 말하면 고용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람 하나쯤은 눈 깜빡하지 않고 죽일 수 있다는 뜻이 되니 그만한 피고용인도 없긴 하겠지만.
“일단은 2주만 참으세요. 2주 후면 완성되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그 더 뽑을 생각인가?”
“봐서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소시오패스는 의외로 많다.
다행히 중증이 아닌 사람들은 그저 나쁜 놈 소리를 들어 가면서 살아가지만, 반대로 증상이 심한 사람들은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세상을 적대적으로 대하다 보니 살아가기 힘들다. 당연히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좋다.
‘범죄자가 되기 전에 막는 거지.’
그렇다면 손해는 아닐 것이다. 당장 정우찬을 고용하면서 무려 서른세 명이나 살린 셈이니까.
“일단은 상황을 봐 가면서 고용하는 걸로…….”
한창 송정한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뭔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끄응…… 또 왔군.”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상황인지라 송정한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본격적으로 부자 부모들을 구출해 내기 시작하자 안하무인으로 자라 온 녀석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나가 봐야지요.”
“젠장, 이제 소방 기구 회사에서 우리를 알아본다고.”
올 때마다 소화기로 제압하고 경찰을 불러 대니 소방 기구를 파는 사람은 화재 훈련을 자주 하냐고 물을 지경이었다.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이러는 거 합법이야? 앙? 합법이냐고!”
노형진과 송정한이 바깥으로 나가자 손에 야구방망이를 든 남자가 깽판을 치는 게 보였다.
“누구야?”
“아, 지난번에 부모를 정신병원에 넣은 녀석이에요.”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넣어 버린 놈이란다.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가 풀려나면서 그를 유언장에서 빼 버리고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까지 걸어 버리는 바람에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되었단다.
와장창!
“얼씨구, 또 부서지네.”
접대를 위한 테이블은 또 부서졌다. 일주일에 한 번은 부서져 나가는 듯한 느낌.
송정한은 소화기를 들고 나서려는데 노형진이 말렸다.
“일단 두고 보죠.”
“응?”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그가 깽판을 치기 시작하자 늘씬한 정장을 입은 정우찬이 앞으로 나서서 그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뭐…… 뭐야?”
남자는 정우찬을 보고 찔끔했다. 그 눈에서 흘러나오는 뭔지 모를 분위기에 순식간에 압도당한 것이다.
“그러는 너는 합법이냐?”
“뭐, 뭐라고?”
“우리가 일하는 건 불법이고 네가 깽판 치는 건 합법이냐고 물었다.”
“그…….”
반박하고 깽판을 쳐야 하는데 그 남자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남자에게서 나오는 살기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줄에 묶여 꼼짝도 못하게 하는 듯한 느낌.
“으으으…….”
“나, 오늘 첫 출근이다. 기분 좋은 날이니까 그냥 꺼져.”
정우찬은 무심하게 말했지만 상대방에게는 협박으로 들렸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하긴 편하게 자란 녀석이 감당할 살기는 아니지.’
애초에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 만큼 위험한 사람의 살기다. 그걸 일반적으로 살아온, 아니 부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더 편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으으으…….”
주춤주춤 물러나는 녀석.
“조용히 가라.”
정우찬은 조용히 경고했다.
“이런 싯팔.”
남자는 갑자기 어이가 없어졌다. 자신이 누군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던가? 그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녀석에서 쫄아서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다니.
“썅! 덤벼!”
그는 발악하는 심정으로 정우찬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정우찬은 비키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좀 더 빨라 투드득 소리와 함께 그가 입고 있던 재킷의 단추들이 떨어졌다.
“단추가…….”
그리고 그걸 본 정우찬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쪼…… 쫄았냐!”
정우찬이 말하지 않자 그가 쫄았다고 생각한 남자.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말은커녕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었다.
“크헉!”
갑자기 살기가 엄청나게 강해지면서 말 그대로 온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네놈이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아무런 감정도, 고저도 없는 정우찬의 목소리.
그는 꼼짝도 못하는 남자에게 다가가서 한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키가 185센티나 되는 큰 키인 데다가 손까지 커서 그의 목은 순식간에 손안에 들어왔다. 그러자 남자는 살기와 손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네놈이 먼저 공격했으니 이걸 법적으로 뭐라고 하던가? 정당방위?”
정우찬은 진심으로 화가 난 상태였다.
이 옷은 어머니가 자신이 취업했다는 말에 병원에 입원하기 전, 돈이라는 돈은 다 긁어모아서 난생처음으로 사 준 양복이었다. 싸구려 시장 양복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처음으로 사 준 양복이자 오늘 아침만 해도 열심히 일해서 은혜를 갚아야 한다며 신신당부하며 직접 입혀 준 옷이었다. 그런데 첫날 근무를 시작한 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단추를 떨궈 버린 것이다.
“끄르르르륵.”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점점 버둥거리는 남자. 그는 눈을 슬슬 뒤집기 시작했다.
“정우찬! 그만해!”
노형진이 소리를 지르자 정우찬은 바로 손을 놔 버렸다. 화가 나지만 자신의 일은 이곳을 지키며 노형진을 보호하는 것. 그가 한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쿨럭…… 크륵…….”
축 늘어진 채로 바닥에 쓰러진 남자. 그의 바지는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 정도면 딱 좋아.”
제압하기 위해 목을 잡았는데 기절한 것뿐이니 정당방위 범위 내다. 물론 사람들 앞에서 기절하면서 똥오줌을 갈겼으니 쪽팔리기는 하겠지만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사람들이 위해를 끼치려 해도 가능한 상해는 입히지 마.”
“네, 형님.”
“아니, 형님이라고 부르지는 말고. 회사니까 변호사님이라고 불러.”
“네, 노 변호사님.”
그러는 사이 다른 직원이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피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기절한 것 같기는 한데요. 이거, 여기에 그냥 두면 온통 오줌 범벅이 될 것 같은데.”
“그럼 치워야지요. 경찰을 부르고 화장실로 데려다 둡시다.”
“네.”
누군가 경찰을 부르자 정우찬이 그에게 다가갔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그래, 좀 치워 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우찬은 남자의 머리통을 잡고 화장실로 질질 끌고 갔다. 남자는 기절한 상태에서도 머리가 빠지는 엄청난 고통에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끝내주네.”
송정한은 혀를 내둘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느끼기는 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난리를 치는 걸 단숨에 해결해 버린 것이다.
“청소비는 덜 들겠네.”
한번 난리를 치고 나면 청소하고 집기를 새로 사야 한다. 비용이야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메꾼다지만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라면 깽판을 치기도 전에 꼬리를 말고 도망갈 것 같다.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는데?”
송정한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긍정적으로 봐도 되겠어.”
“그렇지요?”
그렇게 희대의 살인마 정우찬은 사람을 살리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다.
사랑이 아닌 집착 (1)
“으아아악!”
바깥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에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또냐? 여기가 무슨 공포 체험 특급이야?”
본격적으로 구조 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찾아오던 녀석들은 대부분 항의하거나 깽판 치는 것이 목적이었다. 어떻게든 재산을 빼앗기 위해 말이다.
그들 외에도 일하다 보면 별별 놈들이 다 온다. 강간 사건 같은 건 합의하러 와서는 도리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법대로 하라고 깽판을 치는 게 아주 흔했다.
하지만 정우찬이 일을 시작하고 난 뒤로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생각보다 합의율도 올라갔고.”
이건 진짜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반성하지 않는 놈들을 정우찬과 같은 방에 두고 20분만 지내게 하면 눈물을 좍좍 흘리며 반성하면서 합의했다. 그 덕분에 사건이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물론 정우찬이 사람을 패거나 협박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함께 있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끝까지 가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해 드리지요.’라는 한마디만 하는 것뿐이다.
이걸 처음 알게 된 건 정우찬이 조사를 받던 도둑놈에게 음료수를 가져다준 날이었다. 그 도둑은 그 전까지만 해도 변호사 중 한 명을 화나게 해 방에서 쫓아낼 정도로 반성도 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으나 그를 보고 나서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 사지를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거참…… 생각지도 못한 일일세.”
어찌 되었건 나쁜 건 아니다. 합의하면 변호사는 일이 줄어서 좋고, 피해자는 정신적인 부담이 적어져서 좋고, 가해자는 전과를 달지 않아서 좋다.
“이래서 인간들이란.”
그런데 가해자들이 합의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버티면서 합의금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노형진은 그냥 재판에서 전액을 받아 내는 걸 추천하지만.
하여간 인간들의 심리는 단순하다. 불이익이 오지 않으면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
“응?”
서류를 확인하던 노형진은 의외의 기록을 발견했다.
“왕요상?”
왕요상. 요상공정의 사장으로, 노형진 때문에 기업을 빼앗기고 길바닥으로 나앉은 사람이다.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뭐야? 동명이인인가?”
그러나 동명이인치고는 워낙 이름이 특이해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살며시 미소를 떠올렸다.
“본인이잖아?”
왕요상은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이라 주민 번호를 가지고 있어 그의 주민 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노형진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이름이 올라온 건지 궁금해진 노형진은 사건 기록을 확인했다가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임금 체불?”
웃기게도 그가 맡긴 사건은 임금 체불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마저도 돈을 주고 맡기는 게 아니라 대룡에서 지원해 주는 평등재단을 통해 지원을 신청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과거 노동자들을 등쳐 먹던 왕요상이 이제는 노동자가 되었으며 자신이 하던 짓 그대로 체불임금 때문에 돈이 없어서 대룡과 새론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으흐흐흐, 이거 참 고소하네.”
자신이 했던 짓을 그대로 당하는 기분은 어떨까?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그는 더 이상 사장도, 갑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