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22)
한편,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노형진은 속으로 키득거렸다.
‘한국제 CS탄이 좀 독할 거야.’
소위 말하는 사과탄.
사실 이제 재고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지만, 그걸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샌더슨은 프랑스의 민간 군사 기업 소속이기 때문에 이런 비살상무기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열까요?”
침입해 온 자들은 몰랐지만, 공장의 문은 그냥 문이 아니었다.
전자식 자물쇠로, 원격으로 잠겨 있었다.
-콜록콜록!
-열어 줘!
-살려 줘!
화면에 비치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테러범들.
그들은 문에 매달려서 두들겨 댔지만 쇠로 만든 문이 열릴 리 없었다.
“아니요. 최소한 애국가 4절까지는 부르고 나와야지요.”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국에서 통하는 농담입니다, 후후후.”
유격 훈련의 지옥 같은 장면을 생각한 노형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열어 줘, 제발!
뒤쪽에서는 화마가 솟아나고 독한 가스가 공간에 꽉 차 있으니, 그들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그들이 믿고 있던 총은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고.
“슬슬 꺼내 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보고 있던 샌더슨이 걱정스럽게 말할 정도였다.
“그럴까요?”
노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샌더슨은 옆에 앉아 있던 직원에게 눈짓했다.
잠시 후 내부 스피커로 방송이 나갔다.
-너희들은 지금 카메라로 감시받고 있다. 무기를 버려라. 한 놈이라도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러범들은 너도나도 무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콜록콜록!”
다급하게 바깥으로 튀어나와서 숨을 쉬려고 발악하는 테러범들.
그들은 일단의 병력이 와서 자신들을 제압하는데도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노형진은 헉헉거리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이분들이 테러범이군요.”
“아니, 우리는…….”
“뭐라고 변명하셔도, 저기 불타는 건물을 보면서 생각나는 건 그것밖에 없는데요?”
노형진의 말에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사람들.
“간이 부었군요, 여기를 습격하다니. 300만 달러라……. 그걸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대장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설마 자기들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그렇겠지.’
설마 자기편이 이쪽에 취업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이제 신고를 해야겠군요.”
핸드폰을 드는 노형진, 절망이 깃드는 대장.
“아니면 협상을 하든가.”
“협상요?”
옆에서 통역이 해 준 말에 그들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떻게 할까요?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신고를 할까요, 협상을 할까요?”
꿀꺽.
모두의 시선이 대장에게 쏠렸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대장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신고하면 감옥에 간다는 소리인데, 동티모르의 감옥은 지옥 그 자체다.
거기에다 반군 출신에 테러범이라면 어떤 고문이 기다릴지 모른다.
못해도 20년 이상 감옥에서 살아야 할 텐데, 그 기간 동안 수많은 고문을 이겨 내고 살아남을 자신 따위는 여기에 있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어…… 어떤 협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 요구는 간단합니다.”
노형진은 그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진실.”
* * *
-우리는 그들의 부탁을 받고 제1 공장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300만 달러를 약속했고, 계약금으로 10만 달러를 줬습니다.
그들에게 요구한 진실.
그건 언론에 사실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 대신 인도네시아로 추방해 주겠다고 한 것.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받아 줄지는 의문이지만.
“인터넷에 난리가 났어.”
의약품 업체가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자선단체에서 만들고 있던 의약품 제조 공장에 테러를 가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 사이에 있는 그 둘 간의 소송이나 법률적 관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겠지.”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가진 약품 중 20년이 지난 약품에 대해 모조리 무효 소송을 할 거야. 그리고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아무래도 무효하다는 결과가 나오겠지.”
그리고 자신들은 이제 당당하게 합법적으로, 복제 약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동티모르 한 곳이지만 다른 곳에서도 약을 생산하게 된다면 단가는 계속 떨어질 것이다.
“습격할 걸 알았던 거야?”
“글쎄, 솔직히 뭐,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어. 조심한 건 사실이지만.”
설마 하는 생각도 있기는 했다.
‘다만 경쟁사가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한 것만 기억하고 있었지.’
그들의 짓이라는 의심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서, 결국 그때는 흐지부지되었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약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노형진은 느긋하게 말했다.
“이제 자선단체들은 어마어마하게 돈을 아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널 싫어하겠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런 미움이라면 백 번이라도 받아 주지.”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을 테니까.
“자선도 결국 머리 써 가면서 해야 하는 거야.”
“아…… 진짜 남 돕는 데도 머리 써야 하다니, 참 복잡한 세상이다.”
“그래, 복잡한 세상이지.”
노형진은 씁쓸하게 말하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복수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매형.”
“응?”
“죽었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것을 죽었다고 표현한다면 나는 이미 죽어 있다.”
노형진은 매형인 박광석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죽을 맛인가 보네.”
“둘째가 성격이 보통이 아니야.”
원래 회귀 전 박광석은 검사였다.
하지만 노형진이 회귀를 하면서 그를 만나고 그를 대신해서 복수하고, 그 후 그는 노형진의 누나 노현아와 결혼까지 했다.
그리고 그게 그의 인생을 바꾸었고, 이번에는 검사가 아닌 판사가 되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너 있는 로펌으로 갈걸.”
“지금이라도 올래요?”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사람들이 모를 뿐 판사들의 업무량은 어마어마하다.
사실 증원을 해야 하는데 권력을 나누기 싫은 고위 판사들 때문에 증원도 막혀 있는 상황이라 아래쪽 판사, 특히 박광석처럼 일 좀 배우고 이제 슬슬 쓸 만하다고 하는 판사는 일에 치여서 죽을 수준이다.
“그렇다고 집에 안 들어올 수도 없고.”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둘째는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
그러니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원래 그런 겁니다.”
“끄응…….”
박광석은 신음만 낼 수밖에 없었다.
그것 말고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전 이만 가 볼게요.”
“미안해.”
“아니에요.”
노형진도 어떤 기분인지 알기 때문에 그저 피식 웃고 아파트를 나왔다.
중요한 일이 없다면 그냥 쉬게 해 주는 것이 지금은 제일 고마울 때니까.
“그나저나 인생이 바뀌어서 얼마나 올라갈까?”
그는 확실히 법원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충분한 지원이 된다면 제법 높은 자리까지 갈지도 모른다.
“좀 지원을 해 줘야 하나?”
노형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파트 입구를 나오다가 모자를 쓴 낯선 사람과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아, 씁.”
모자가 떨어지자 눈을 팍 찡그리면서 노형진을 노려보는 남자.
노형진은 잽싸게 그에게 모자를 주워서 건네주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눈깔 제대로 안 뜨고 다녀?”
거친 얼굴을 한 남자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노형진에게 겁을 주었다.
하지만 노형진이 얼어붙은 것은 그런 그의 모습에 겁먹어서가 아니었다.
‘조혁우?’
조혁우.
어찌 그를 잊을 수 있겠는가?
박광석을 괴롭히던 가해자이자, 회귀 전에는 누나와 결혼해서 결국 누나와 조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괴물.
그 괴물이 눈앞에 서 있었다.
“씨벌.”
그는 눈을 부라리고는 자기 갈 길을 갔지만, 노형진은 그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조혁우.
원래 역사에서 그는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 버린다.
이번에도 노형진이 그를 잡아서 감옥에 넣어 버렸다.
최대한 오래 있기를 원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결국 그는 그리 오랜 시간을 감옥에 있지는 않았다.
한국의 범죄 선처 주의 때문에 노형진의 예상과 다르게 채 5년도 채우지 않고 출소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일용직을 거쳐 술집에서 삐끼로 일하다가 사기와 협박으로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 지금 여기에서 조혁우를 만나게 된 것일까?
‘우연?’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비싼, 고가의 아파트촌이다.
조혁우가 살 만큼 땅값이 싼 동네가 아니다.
“설마……?”
노형진은 등골이 오싹했다.
사실 이런 경우 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도 숱하게 겪었던 일이 아니던가.
“젠장.”
노형진은 절로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