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28)
“뭐요? 마약 신고?”
호만호는 벌떡 일어났다.
자신에 대한 마약 신고가 들어왔단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마약 딜러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마약 딜러라니요!”
-일단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냥 마약중독자도 사형을 때리는 판국에 마약 딜러라니,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사형이다.
-그런데 진짜로 그 돈, 어디서 번 겁니까?
아무리 뇌물을 주고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사기를 치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동안 상대방은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그건…….”
-왜 말을 못 해요?
“그건 좀 그래서…… 한국에서 벌어 온 돈이라서요.”
-한국에서 뭐 해서 벌었는데요?
“그게…….”
호만호가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상대방도 등골이 오싹해졌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이제 연락하지 마요. 우리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일단 마지막으로 하는 말입니다. 도망가요.
지금 잡히면 자신도 엮인다는 걸 안 상대방은 그 한마디만 하고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
“이런 니미 씨발!”
호만호는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다급하게 어디론가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지하에 있는 와인 저장고.
“아빠, 어디 가?”
중간에 아들이 부딪혀서 물었지만, 그는 대답할 틈이 없었다.
그는 와인 저장고 구석에 있는 나무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신고 서류에 마약이 숨겨 있는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닝기미…….”
그 안에서 나온 하얀 가루.
족히 3킬로그램은 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양.
“여보, 왜 그래?”
“아빠, 무슨 일이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를 따라 나온 가족들이 물었다.
“당했다! 함정에 빠졌어!”
“함정이라니?”
“집에 마약이 숨겨져 있어. 그래서 지금 중국 공안에서 우리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었단다.”
사색이 되는 가족들.
그들도 중국에서 살기 위해 공부해서, 중국이 얼마나 마약에 대해 치를 떠는지, 그리고 처벌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
“뭐?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여, 여보…… 그게 마약이에요?”
“끄응…….”
마약을 내려다보던 호만호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거 당장 버려요!”
“변기에 내리자! 영화에서 그랬어! 변기에 내리면……!”
“이것만 있을 것 같아!”
이것만 있다면 자신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자는 마약이 네 곳에 숨겨져 있다고 했다.
그중 언급된 자리는 이곳 하나고.
즉, 이걸 처분한다고 해도, 뒤지면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는 소리다.
“망할!”
그는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미 뭘 어떻게 하기에는 방법이 없었다.
“짐 싸! 아니, 몸만 나가!”
“네?”
“일단 한국으로 튀자!”
“한국으로요?”
“그래.”
“하지만 그랬다가는…….”
“걱정 마. 한국 짭새들한테도 충분히 먹여 뒀어. 들어갈 때 문제 안 될 거야. 어차피 우리는 중국인 신분이야. 일단 한국으로 가서 조용히 중국 신분증을 새로 딴 다음에 다시 중국으로 들어오면 돼.”
이도 저도 안 되면 입국한 중국인한테서 중국 여권을 사서 살짝 사진만 바꿔도 된다.
나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행히 출국 금지는 떨어지지 않은 상황.
“어서 움직여! 어서!”
호만호는 마음이 급했다.
그는 들고 있던 하얀 가루를 노려보다가 휙 집어 던지고는 다급하게 그곳을 뛰어나왔다.
그들이 다급하게 집에서 나가는 모습을 먼 곳에서 보던 노형진은 씩 미소를 지었다.
“빙고.”
“진짜로 도망가네?”
“중국은 마약 딜러는 무조건 사형이야. 그러니까 저들은 어쩔 수 없지. 신고된 상황이니 시간을 끌 수도 없을 테고.”
“하지만 어떻게 그 마약을 구한 거야?”
작은 양도 아니고 무려 12킬로그램이 넘는 양이다.
그걸 3킬로그램씩 나눠서 네 군데에 숨겼다.
“아무리 너라고 해도, 그만큼이나 구할 정도면 중국 정부가 알아차릴 텐데?”
“아, 그거? 요 앞 마트에서 구입했어.”
“뭐?”
손채림은 순간 당황했다.
무슨 마약을 마트에서 구입한단 말인가.
“잠깐, 그거 마약 아니었어?”
“내가 미쳤어, 진짜 마약을 구하게? 돈도 돈이지만, 잘못 걸리면 내가 사형당한다고.”
“그러면 마약이라고 한 건…….”
“사진상으로는 모르지.”
사진을 찍어서 신고가 들어가면 그게 마약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호만호가 정체 모를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거든.”
“아!”
그냥 가난한 사람이라면 경찰도 의심을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 그 재산이 수백억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약 신고가 들어왔다.
중국 공안 입장에서는 아주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거 전분이야.”
“헐.”
“아마 그 사실을 알면 눈깔이 돌아가겠지.”
노형진은 다급하게 도망가는 호만호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제 알 기회는 없을 거야, 후후후.”
넌 미끼를 물어 버린 것이여
한국으로 들어온 후 호만호는 바로 모처로 숨어 버렸다.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을 추적하고 있던 새론에서 계속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그는 몰랐다.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거야?”
“아니. 그러면 우리 계획이 틀어져. 우리는 조혁우를 잡으려는 거지 호만호를 잡으려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정작 조혁우네 집에서는 의뢰를 받지 않았잖아.”
“알아. 일부러 조혁우네 집은 의뢰를 안 받았지.”
“어째서?”
“일단은 조혁우가 빡치게 만들려고.”
노형진은 새로운 소장을 꺼내 들었다.
“이건 2차 소장이야.”
“2차 소장?”
“그래. 사실은 1차와 2차를 구분해서 나눠 놨어. 1차는 일단 선량한 피해자들 위주로, 2차는 질이 좀 안 좋은 피해자들 위주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있지.”
사기의 피해자라고 해서 다 착한 건 아니다.
진짜로 한 푼 두 푼 모아서 만든, 가족들이 먹고살 수 있는 미래를 다 털린 사람도 있는 반면, 조혁우의 가족처럼 직원들 월급은 안 줄지언정 외제 차는 끌고 다니던 질 안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2차 피해자들은 사실 이번에만 피해자였지, 월급이나 퇴직금 문제에서는 대부분 가해자였어.”
“그러니까 그게 무슨 관계냐고.”
“1차와 2차는 전혀 다르다는 거지.”
1차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2차는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1차에서 피해자 측이 이기는 순간, 그가 가진 재산을 압류할 거야.”
“그래서?”
“1차 소송에서 이겨서 재산을 압류하면 호만호에게는 남는 게 별로 없을 거야. 아예 없을 수도 있고. 문제는 2차야. 2차는 재판도 늦고 판결도 늦을 거야. 당연히 그 판결이 나올 때쯤에는 호만호가 가진 재산도 거의 없거나 아예 없을 테고. 그러면 아무래도 2차 소송을 한 사람들이 가지고 가는 금액은 훨씬 적어지겠지.”
“아!”
즉, 2차 재판에서는 이미 한번 털리고 남은 재산을 분할해서 가져야 한다는 거다.
문제는 호만호가 다 토해 낼 리 없다는 것.
진짜 철저하게 감춰 둔 것도 있을 테고, 또 그가 몇 년간 숨어 살면서 쓴 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2차에서 가지고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피해액에 비해 보상액이 터무니없이 작아질 거야. 그러면 조혁우는 기분이 어떨까?”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이다.
물론 아예 못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던 과거의 삶과 비교하면 비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제대로 빡 돌겠네.”
“그래. 그리고 조혁우라면 그 분노를 그냥 참지 않겠지.”
노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우리 고객님을 만나러 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