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3)
“뭐야? 체불임금이 많은 것도 아니네.”
기록을 보니 체불임금은 세 달 치로 총 450만 원이었다. 그가 몇 달씩 안 주고 수천만 원씩 체불한 걸 생각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수준.
“쯧쯧, 고작 그걸 가지고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
그 당시 수많은 가정들이 파탄이 나서 얼마나 힘들어 했던가? 그런데 고작 세 달 치 가지고 죽는 소리를 하다니.
“좀 더 고생해 보시길.”
노형진은 옆에 쪽지에 ‘기각 대상 : 과거에 사업을 하며 전문적으로 임금 체불을 하던 업자였음.’이라고 써서 서류에 첨부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원래 평등재단에서 도와줄 리도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였다.
“좀 더 고생하고 나서 오세요, 아저씨.”
물론 아예 도와주지 않으려는 건 아니다. 한 1년쯤 고생하고 와서 돌아온다면 도와줄 생각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왕요상은 말 그대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된다. 당시에 회사를 빼앗기면서 아내와는 이혼당했고 애들은 재산을 들고 도망갔다. 혹시나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을 나눠 달라고 할까 봐서였다. 그 때문에 홀로 남은 그는 평생 해 본 적이 없는 노가다와 공장 일로 먹고살 수밖에 없었던 것인데 그마저도 체불된 것이다.
결국 1년 후 그가 다시 새론에 왔을 때는 보증금마저 없어서 길바닥에서 노숙하다가 죽기 직전인 상태라 드디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마저도 빚잔치하고 끝나 버렸지만.
결국 자신이 남에게 한 짓을 평생 반복적으로 당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그의 경험과 스펙을 가지고 제대로 된 기업에 취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건 된 것 같고. 어떤 사건을 해야 하나.”
노형진이 사건 목록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빼꼼 얼굴이 나타났다.
“노 변호사님.”
“응? 이은영 변호사, 무슨 일입니까?”
“아, 혹시 시간 되시나요?”
“그럼요. 뭐, 도와 드릴 일이라도? 아, 들어오세요.”
이은영 변호사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자 노형진은 주스를 따라 그녀 앞에 내밀었다.
“뭐, 어려운 사건이라도 있습니까?”
“네, 사실은 1심에서 진 사건이 있어서요.”
“졌다고요?”
“네, 의심은 가는데 도무지 방법을 못 찾겠어요.”
“그래요?”
“네, 그래서 2심을 신청하기는 했는데 여전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이런 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2심까지 진행했다는 건 의뢰인이 요구했거나 이쪽에서 해 줬다는 건데 보아하니 후자인 듯했다.
‘그렇다면 진짜 이상하다는 건데.’
의뢰인이 해 달라고 한 거라면 그에게 찾아올 리가 없다. 그런데 변호사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2심을 신청한 것이라면 자기 수익을 포기했다는 뜻이 되는데 그게 변호사가 보기에도 무척이나 이상하다는 뜻이리라.
“무슨 사건인데요?”
“강간요.”
“강간?”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알아챈 이은영 변호사는 손을 마구 흔들었다.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강간범에 대한 변호이기는 하지만 사건 자체가 이상해서 그런 거니까.”
노형진은 어렸을 적의 사건 이후에 강간범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래서 그 사건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의뢰인을 위해 강간 사건을 피했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이은영 변호사가 강간 사건을 들고 오다니?
“이상하다니요?”
“사실은…… 이거 꽃뱀 사건 같아요.”
“꽃뱀?”
“네.”
꽃뱀이라는 말에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확실히 강간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꽃뱀도 많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그쪽으로 파고들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여성 단체에서 말이 많아서요.”
“여성 단체?”
“사실은…….”
이은영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떤 대학교의 교수가 학생을 강간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런데 교수는 절대로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해자와 여학생회, 여성 단체가 합심해서 교수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압력은 무시하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압력에 굴하게 되면 변호사 노릇은 못 한다. 게다가 협의회 같은 곳은 원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뭐, 그런 압력 때문은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 그 사건은 여러모로 이상한데 증거가 강간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거죠. 녹취록도, 정액도 있으니 말이죠.”
“그럼 합의에 의한 성관계 후에 여자가 말을 바꿨다는 건가요?”
“그게 아니에요. 아예 그 해당 학생과 관계를 가진 적도 없다네요.”
“네?”
노형진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액이 나왔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성관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유리하게 거짓말하려고 한다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 안 된다. 정액이 나온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하면 불리해져서 일반적으로는 무조건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네, 이상하죠? 더군다나 아무리 봐도 여자 측에서 먼저 접근한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네, 대부분의 연락을 여학생이 먼저 했어요. 교수님이라고 불린 사람은 대체로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요. 전화상의 기록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 간 것도 여학생이 먼저 한 걸로 되어 있어요.”
“여학생이 먼저 전화했다?”
“네.”
“흠…….”
일반적으로 강간범들과 함께 있다 보면 여자는 위협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들이 갑자기 ‘아, 강간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무니 평소에도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위험한 눈빛을 보내니까. 당연히 여자가 먼저 연락할 리 없다.
“일단은 제가 직권으로 항고했습니다만.”
“민사는 아직인가 보군요.”
“네.”
노형진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사건이라면 자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특히나 체계적으로 일이 꼬이는 경우에는 무척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일단 제가 한번 보도록 하죠.”
노형진은 이번 사건을 함께 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황이 무척이나 급박하게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 *
“노 변호사님! 큰일 났어요!”
“알고 있습니다. 들어오세요.”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거기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엿 같은 상황이 되어 버렸군요.”
경선대학교 여학생회에서 난데없이 기자회견을 하더니 특정인을 강간범으로 지목하며 그를 고발하고 퇴출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그 특정인이 다름 아닌 노형진의 의뢰인인 서정훈 교수라는 것.
“어이가 없군.”
서정훈 교수는 노형진도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국제 통상 법률계의 1인자라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 통상과 국제적 기업 분쟁에서 언제나 등장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다.
‘근데 어떻게?’
원래 그는 교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역사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지만 난데없이 경선대학교의 교수가 된 것이다. 그래서 노형진은 처음에는 설마 서정훈 교수가 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교수로 활동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건 노형진의 행동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노형진이 로스쿨 커리큘럼을 제휴하기로 결정하면서 제휴 대상으로 경선대학교의 라이벌 학교인 백민대학교를 선택했다.
원래 백민대학교는 경선대학교에 밀려서 로스쿨 자격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노형진이 끼어들면서 백민대학교에 대한 새론과 대룡의 적극적인 지원과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경선대학교에 대한 인터넷상의 소문 관리로 인해 백민대학교가 경선대학교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판단되자, 경선대학교가 다급한 마음에 로스쿨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더 좋은 교수진을 구하다 보니 그가 비싼 돈을 받고 교수를 맡게 된 것이다.
“신성한 교육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자신의 짐승 같은 욕망을 채우고자 제자를 강간한 서정훈 교수는 즉각 반성하고 사퇴해야 합니다. 또한 그에 맞는 죗값을 받기 바랍니다.”
당당하게 서서 말하는 두 사람을 본 노형진은 한숨이 나왔다. 그가 아는 서정훈 교수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물론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가 회귀 전에 보여 준 모습은 바른생활 사나이 그 자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상황 참 지랄 같네.’
“이거, 이거…… 일이 힘들어지겠는데요?”
심지어 우연히 그 소식을 들은 남상주 변호사조차 노형진 옆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찰 정도였다.
“인민재판이라……. 능숙하군.”
“정치 지망생이 있거나 누가 들러붙은 것 같습니다.”
“글쎄요…… 전자일 가능성이 높겠군.”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의하자 이은영 변호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후우, 이런 강간 사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큰 문제 중 하나가 이런 사건이 공개되는 경우, 대부분 인민재판으로 끝난다는 겁니다.”
“인민재판이라니요? 우리나라에서 인민재판은 불법 아닌가요?”
“말로는 불법이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국민들은 진실과 상관없이 대상을 강간범으로 확정하고 욕한다. 그렇게 되면 재판은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어떻게 기적적으로 이긴다고 해도 이미 국민에게는 강간범으로 찍혀 있어 재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사회적으로 타살되는 것이다.
“그걸 알기에 변호사들은 이런 인민재판식의 공개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주 중요한 사건에서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모를까, 잘못하면 나중에 일이 커질지 모르기에 이렇게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이런 인민재판식의 기자회견을 하는 변호사는 없다.
“근데 왜?”
“정치적인 목적이죠.”
“정치적인 목적?”
“네, 상대방은 대학교수입니다. 기득권 세력에 들어가죠. 그걸 이용해서 상대방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 겁니다. 그리고 사건이 커지면 그 후에 정치에 투신하는 거죠. 대립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날리는 정치적인 방식입니다. 확실히 변호사들이 즐겨 쓰는 방식은 아닙니다.”
“헐? 그런 방법이 있어요?”
“네, 아직은 모르실 겁니다.”
아직 이은영은 변호사 초년생이다. 당연히 이런 방식에 대해 알 리 없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아마도…….”
노형진은 뉴스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아니, 사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두 사람일 겁니다. 경선대학교 총여학생회 회장 이미성숙과 부회장인 김박선화.”
“엥? 무슨 이름이 그래요?”
너무 이상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은영 변호사.
“잘못된 페미니즘이죠.”
“네?”
“보통 성이라는 것은 부계를 따라갑니다. 혈통을 구분하고 일종의 근친혼의 방어책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물론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전통도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하여간 그건 한국의 전통이죠. 그런데 요즘 일부 잘못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그 성이라는 것이 아버지의 성만을 받아들이는 잘못된 문화라고 주장하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을 두 개다 쓰는 쇼를 합니다. 그리고 경선대학교는 그런 페미니즘을 최선봉에서 지지하는 학교죠. 원래 여대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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