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60)
“레일입니다.”
어차피 소속사는 같은 건물 안에 있다.
돈이 없으니 공동 숙소를 쓰고 있고.
그러니 레일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만난 레일은 그다지 성격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변호사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왠지 건들거리는 자세로 말하는 레일.
노형진은 그런 레일을 보면서 씩 웃었다.
“뭐, 타입을 보니 알겠네요.”
“뭘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악마의 편집에 희생된 거라고 들었는데, 제대로 한판 해 볼 겁니까?”
“네?”
노형진의 말에 레일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리저리 말을 돌렸다.
그런데 한판 해 보자니?
“아저씨, 변호사 맞아요?”
“레일아!”
소속사 사장이 찔끔하면서 그를 불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형진이다.
사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한테 아저씨라니.
“죄송합니다. 이 애가 그 사건 이후에 더 삐딱하게 나가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랩을 한다는 사람이 예의 차리면서 고개 숙이면 그것도 이미지가 이상하니까요. 그리고 레일 군, 변호사 맞으니까 여기에 있는 겁니다.”
“음.”
레일은 잠깐 고민했다.
사실 강한 척은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고작 열아홉 살 나이다.
그나마도 소속사 사장 안 만났으면 어디서 자장면 배달이나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장님, 이거 해야 해?”
“허! 야…… 당연히 해야지. 너 자꾸 내 심장 쫄깃하게 할래?”
“내가 뭐 아나? 쥐뿔 아는 게 있어야 뭐 법적 대리를 하라고 하든지 말든지 하라고 하지, 시…….”
“야! 욕 쓰지 말라고! 아직도 못 고쳤냐?”
“아…… 미안. 평생 하던 버릇이 어디 가나?”
“마지막 말은 팔이겠지요?”
“허? 이 미친 아저씨 보소?”
레일의 말에 사장은 거의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버렸다.
“레일아!”
“아, 괜찮아. 뭐, 잘못되면 나 짱깨나 배달하지, 뭐. 요즘 짱깨 배달비 많이 준대.”
“내가 안 괜찮다!”
두 사람의 코믹 단막극을 보던 노형진은 사장을 진정시켰다.
“뭐, 상관없습니다. 원래 동의는 의미만 전달되면 되거든요.”
“네?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니까요.”
“네?”
“동의서 써 주셨죠?”
사장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편집 방향에 불만을 가지지 않겠다는 동의서.
그걸 써 준 이상,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항은 무리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지요.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동의서에 사인을 했을 겁니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는 없는 노릇.
“문제는 그걸 악용하는 자들이지요.”
그걸 알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이득을 챙기는 자들.
“뭐야, 아저씨도 별거 없네.”
“레일아, 제발 좀! 입 좀 닥치고 있어라.”
“사장님도 거친 말 하면서 무슨.”
“아이고, 미치겠네.”
사장은 통제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뭐, 입이 거칠기는 하지만 성격이 진짜 나쁜 건 아닌 모양이네.’
진짜 성격이 나쁜 사람이라면 아마 지금쯤 사장 멱살을 잡고 싸우고 있을 것이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냐.”
“어떤 건데?”
“동의서는 방송국을 대상으로만 효과가 있거든.”
“그건 알죠. 그래서 방법이 없는 거 아닙니까?”
“방법이 없는 게 아니지요. 다만 변칙적인 방법이 있을 뿐. 아, 그러고 보니 장도리? 그 애 소속 그룹이 어디야?”
“그룹?”
“아까 소속 그룹 띄우려고 나왔다며?”
“아, 그랬지. 블러드소울이라는 그룹이야.”
“처음 들어 보는데?”
“넌 원래 걸 그룹 아니면 취급 안 하잖아. 비트박스의 신흥 그룹이야. 요즘 아주 핫 하지.”
“핫 하다라…….”
노형진은 턱을 스윽 문질렀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
“방법이 없는 겁니까?”
노형진이 곤란한 얼굴을 하자 옆에서 조용히 있던 박상규가 약간은 안타까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참 애매한데요…….”
노형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논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레일이 당한 것에 대한 보복을 하거나 또는 그 보상을 받는 겁니다. 둘째, PD들이 편집권을 무기처럼 휘두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리는 것을 막는 거죠.”
재미있게 하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한 사람을 파묻어 버리는 건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그게 진짜 선량한 사람이라면 말이지요.”
“하긴……. 아마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아마 더러워서 덕질 못 할 겁니다.”
박상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매니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내면을 잘 알고 있었다.
“진짜 뜬 녀석들 중에는 인성이 안 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저게 인간인가 하는 놈들도 있지요.”
“압니다.”
노형진은 왠지 씁쓸하게 웃었다.
알다 뿐이겠는가?
그가 무명 걸 그룹만 덕질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최소한 무명일 때는 자기 성격대로 못 하니까 어떻게든 착한 척하지만, 뜨고 나서 변질되는 아이들도 많다.
그나마 입 다물고 있으면 티가 안 나는데 SNS가 발달하면서 거기에 손가락 잘못 놀려서 훅훅 날아가는 애들이 넘친다.
‘퍼거슨의 의문의 1승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니지.’
노형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일단 전자는 쉽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우리 엄마요? 에이, 그건 아니지.”
가볍게 말하는 레일이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확고한 의지가 배어 나왔다.
“후자는 그 편집권을 이용하는 PD들에게 엿을 먹이는 건데…….”
솔직히 이건 방법이 안 보인다.
아무리 법적으로 생각해도 편집권의 부분은 PD의 영역이니까, 출연자가 그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후자는 나중에 해결하더라도, 전자라면 해결 가능하다고?”
손채림은 어리둥절했다.
“아니, 해결이 가능한데 왜 레일의 엄마가 등장해?”
“대상이 방송국이 아닐 테니까.”
“뭐라고?”
“방송국에는 편집에 대해 군말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쓴 상황이야. 물론 이게 맞는 건지는 소송을 해 봐야겠지만, 현재로써는 한계가 있지. 하지만 같이 출연한 그 장도리인지 장망치인지 그놈과는 각서 같은 게 없지.”
“아!”
손채림은 바로 알아들었다.
장도리와 레일 사이에는 아무런 약속도 없다.
사실 공중파에서 한 일은 그냥 조용하게 넘어가는 성향이 있지만, 그건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이다.
“명예훼손이구나.”
“그래.”
명예훼손으로 장도리를 공격하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
이길 수는 있는데…….
“그러면 그걸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소속사 사장은 기대감을 안고 말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러면 어머니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어째서요? 그 허위 사실 유포나…… 그런 거 있지 않나요?”
“일단 허위 사실 유포가 안 됩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 유포가 훨씬 처벌이 강합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은 307조다.
1항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그 처벌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500만 원 이하 벌금인 데 반해, 2항인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그리고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 말은 우리가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넣는다고 해도 저들은 사실을 까발릴 거라는 거죠.”
“…….”
즉, 어머니라는 존재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그건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저들의 행동으로 보건대 아마도 가장 더러운 형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 술집에서 촬영을 했을 수도 있지요.”
그 말에 레일이 눈을 찌푸렸다.
“우리 엄마는 이미 그만뒀는데. 지금은 옷 가게 하는데요?”
“그래요? 그러면 촬영분은 없겠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의 증언 같은 건 촬영해 놨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분명 그럴 거야.’
여차하면 하차시켜야 했을 테니까, 확실한 약점을 잡고 있으려고 했을 것이다.
“더럽다, 진짜.”
손채림은 얼굴을 찌푸렸다.
설마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절대 안 돼요. 우리 엄마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일찍 뒈져 버린 우리 아빠라고. 그렇게 일찍 죽어 버리면 우리 엄마더러 뭘 어쩌라고…….”
“레일, 진정해.”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레일을 진정시키는 소속사 사장.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까?”
“글쎄요. 그거 말고는…….”
그거 말고는 합의하는 수준인데, 비트박스라는 소속사에서 인정할 리 없다.
“기껏해야 방송위에 고발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면 기껏해야 경고나 나올 테고.
“그리고 사실 현재 상태에서는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째서요?”
“경고받은 프로그램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경고를 받아도 타격은 별로 없다.
경고가 무서운 이유는, 그 경고가 쌓이면 방송 출연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거죠. 특히나 공중파는 말이지요.”
방송에 대놓고 살인 장면이나 강간 장면이 나가도, 방송하다가 사람이 죽어도 그게 끝이었다.
경고가 나갈 뿐, 단 한 번도 방송 자격이 정지된 적은 없다.
“일단 경고가 들어가면 PD에게 다소 승진상의 불이익이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그게 끝이지요.”
더군다나 그 PD가 소위 정치 쪽에 선이 닿아 있는 자라면 경고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경고가 나온다고 해도 결국 레일의 억울함이 풀리는 건 아닙니다.”
경고는 이제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거지, 했던 행동에 대해 보상하고 사과 방송을 하라는 게 아니다.
“결국 레일은 그냥 묻혀 버리겠지요.”
“큭.”
‘회귀 전에 어땠는지 기억나면 좋겠지만.’
하지만 그때는 기억에 없다. 그때는 방송이나 연예계 쪽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었으니까.
“일단은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요.”
노형진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어머니는 강하다
“와, 이거 방송법 지랄맞네.”
손채림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법전을 다 뒤졌다.
하지만 최고의 수준이 사과 방송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과 방송이 이루어진 경우는 극도로 드물어. 설사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고.”
노형진도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까지 사과 방송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효과가 있었던 경우는 없었다.
“결국 이걸 표면으로 이끌어 내서 소송전으로 들어가야지.”
“그런 걸 기자들이 좋아할 테니까.”
“그건 그렇지.”
그러면 사실이 널리 알려진다.
하지만 그만큼 레일의 어머니의 존재 역시 드러날 가능성이 커진다.
“음…… 그런다고 레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건 레일 잘못이 아니잖아.”
“레일 잘못이 아니지. 하지만 어머니가 문제잖아. 그 공격이 레일에게만 향할 것 같아?”
“아…….”
차라리 레일을 향하면 다행이다.
그는 연예인이고, 감수하고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공격이 어머니를 향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100%다.
“너도 알겠지만 말이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선두에 서서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 그룹 뭐라고 했지?”
“블러드소울.”
“블러드…… 하여간 거기. 거기 팬클럽이 어마어마하게 공격해 댈 거야.”
핫 한 그룹이면 당연히 그들이 공격을 해 댈 것이다.
노형진이 만든 공동 팬클럽 모임 소속이라면 통제라도 해 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비트박스는 조합 소속이 아니라서 팬클럽도 개별적으로 운영된다.
“하긴…… 가끔 극단적인 애들이 있지.”
본 적도 없는 남자 배우와 열애설이 났다고 여자 배우의 집에 목이 잘린 고양이를 보내는 자들이 있을 만큼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다.
그게 잘못된 집단의 힘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으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두 사람이 고민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직원 한 명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노형진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노 변호사님.”
“무슨 일입니까?”
“손님이 오셨는데요.”
“손님?”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이 없었으니까.
“사건 때문인가요?”
“레일 어머니라고 하면 아신다는데요?”
“레일 어머니?”
손채림은 화들짝 놀랐다.
레일 어머니가 왜 여기서 나온단 말인가?
“어떻게 알고 오신 거지?”
“알고 오다니?”
“아니면 여기로 올 이유가 있어?”
올 이유가 없다.
손채림의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 찼다.
“영 안 좋은데…….”
“그래, 영 안 좋아. 일단 들어오시라고 해요.”
노형진의 말에 들어온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상당히 관리를 잘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삶에 지친 흔적은 감출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아…… 음……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노형진과 손채림의 말에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여성.
“레일 어머니입니다. 유숙자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아, 네…… 어머님. 그런데 여기는 어떤 일로……?”
“레일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저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 품위 있는 말은 잘 못합니다. 돌려 말하지도 못하고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드러나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은 그런 취급 당할 아이가 아닙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예상대로였다.
그녀는 허락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곳에 올 이유 자체가 없으니까.
“사장님을 괴롭혔지요.”
“사장님이라니요?”
“저도 엄마입니다. 자식이 힘들어하는 걸 모를 리가요.”
요 근래 아들이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물어봤지만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다.
아들 입장에서는, 부모를 그런 식으로 방송용으로 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사장님을 찾아갔지요.”
“끄응…….”
사장도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사장 입장에서도 말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인의라는 게 있는데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제가 계약 해지를 들고나오고 나서야 말씀해 주시더군요.”
“쩝…….”
어머니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레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한 모양.
“거참…… 모르셔도 되는 일인데.”
“아들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더더욱 알아야지요.”
자신 때문에 아들이 그런 모욕을 당하고 방송에서 찍혀서 전국적으로 나쁜 놈이 되어 버렸다.
어머니 입장에서 그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가 욕먹어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옛날 일입니다. 지금은 작은 가게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문제인 겁니다. 공격이 생각보다 심할 겁니다.”
차라리 술집을 하고 있다면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 못한다.
술집이라는 특성상 야밤에 하는 데가 많은 데다가, 아무래도 술집에서 난동이 일어나면 여러모로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 작은 옷 가게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옷 가게구요.”
“맞습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술집은 남자 손님들이 있기 때문에 깽판을 치면 그들과 싸움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옷 가게에는 남자 손님이 없다.
그러면 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경찰 입장에서야 술집에서 난 난동이 우선순위지 옷 가게의 진상이 우선순위가 아니다.
“옷 가게가 망하는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직접적인 공격도 벌어질 수 있다.
머리채를 잡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설마요. 그 정도로…….”
“그 정도가 됩니다.”
극단적인 팬클럽은 넘쳐 난다.
특히나 블러드소울같이 소위 핫 한 그룹의 경우라면 더더욱 극단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일부겠지요. 문제는 그 일부입니다.”
그 일부가 칼질하면 문제가 된다.
“물론 그런 일은 아주 드물 거예요.”
손채림은 자신이 여자라서 그런지 좀 더 강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손님인 척하면서 옷에 칼질하고 가는 건 어쩌실 거예요? 아마 옷들이 모조리 난도질당할 텐데.”
“그건…….”
그렇다고 손님을 일대일로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작은 칼 하나 가지고 와서 조그만 칼질만 하면 티도 안 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옷들은 팔 수도, 반품할 수도 없다.
“저도 여자지만 그런 여자들이 없다고는 말 못 해요. 어머님의 존재가 드러나면 그런 일이 벌어질 거예요.”
“상관없습니다. 필요하면 가게를 접겠습니다. 아들 인생 가로막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온 듯, 확고하게 말했다.
“가는 대로 가게는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소송을 진행해 주세요.”
“어머님!”
“제 결심은 확고합니다. 만일 변호사님이 안 해 주신다면 제가 기자회견이라도 하겠습니다.”
“끄응…….”
노형진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헉! 형진아!”
“하지만 제가 하는 방식대로 따라 주셔야 합니다.”
“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있기는 했다. 여전히 그녀가 드러날 가능성도 존재했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을 뿐.
“드러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최선을 다해서 실드를 치겠습니다.”
“실드를 친다고요?”
“네, 연막작전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겠지만.
‘결국 그것도 방법의 일부지.’
“방법이 있었어?”
“신분을 밝히는 것을 가정하면 방법은 넘쳐.”
“그럼 어머님의 피해 때문에 못 한 거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야.”
“그렇다면 더더욱 하겠습니다.”
그녀는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습니다. 그러면 일단 가게는 내놓지 마세요.”
“네? 하지만 공격해 올 거라고 하셨잖습니까?”
“공격을 해 올 거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감안해서 작전을 짜야지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채림을 바라보았다.
“넌 이제부터 사람을 찾아야 해.”
“누구를 찾아?”
“유숙자 씨를 찾아 줘.”
“으엥?”
당혹스러운 말에 손채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