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907)
손채림은 조요진 상무의 뒤를 조용히 캐고 있었다.
조요진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녹음까지 된 상황에서 새론의 추적을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대포폰으로 만들면 어지간해서는 피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지요.”
고문학은 손채림과 함께 조요진의 뒤를 캐면서 느긋하게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면 모든 범죄는 다 안 잡힐 겁니다.”
그는 식당에서 느긋하게 밥을 먹으면서 40대 여성을 바라보았다.
조요진. 이번 사건의 주범.
“전형적이네요.”
“전형적이라고요?”
“네, 딱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기 좋은 사람입니다.”
40대의, 상당한 미모를 가진 여성.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얼핏 보면 30대 초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외모.
“거기에다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방심하게 되죠. 그렇다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라서 아예 철없다는 느낌도 없고.”
고문학은 조요진을 보면서 눈을 이글거렸다.
“딱 이런 일을 하기 좋은 신분입니다.”
“으음…….”
“다만 아예 이쪽으로 훈련받은 부류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요?”
“네, 안 그랬으면 핸드폰을 꺼 놨겠지요.”
고문학이 그녀를 추적한 방법은 간단했다.
자주 가는 곳을 추적한 것.
“전문가라면 이동하는 내내 전화기를 꺼 놨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일이 터지자 바로 조요진은 핸드폰을 폐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을 하는 당시에는 핸드폰을 켜 놨기에, 그 기록만 보면 어느 곳에 자주 가는지 특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들과 만나지 않은 식당을 고른 건요?”
“조요진은 스파이입니다. 자기 동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연구자들과 가지 않은 식당을 추려 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 말은, 이곳이 저 여자가 개인적으로 오는 단골이라는 소리고요.”
물론 이 정도 기록을 빼내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정보 팀에서 일하는 고문학에게 그 정도 능력은 있었다.
“아마 첫 번째 접촉한 사람은 남자일 겁니다.”
“에? 그건 어떻게 아세요? 맞아요, 남자.”
“척 보면 착이지요.”
다짜고짜 접근해서 기술을 넘기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저 정도 외모면 접근 방식은 정해져 있습니다.”
슬쩍 접근해서 좋은 관계를 가진다.
그 과정에서 미인계를 통해 육체관계까지 간다.
그 후에 슬쩍 정보를 흘리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이성에 관해 의외로 숙맥들이 많아요. 그래서 좀 잘해 주고 육체관계 몇 번 해 주면 홀딱 넘어옵니다.”
“아아아.”
“그래서 스파이가 사라지지 않는 거고요.”
물론 나중에 그 연구자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동료를 소개시켜 줬을 테고.
“남자 몇 명 꼬신 후에는 여자 꼬시는 건 일도 아니죠.”
동료 연구자가 신분을 보증하는 사람이니 여자 연구자들도 믿고 만났을 테고.
“잘 아시네요.”
“산업스파이들의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정보를 건네는 데 쓸 줄은 몰랐지요.”
고문학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 지금 바로 잡으시겠습니까?”
고문학은 슬쩍 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지금 바로 잡으라고 하면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손채림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랬다가는 우리가 불리해요. 우리는 저 여자가 대동과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하지만 그녀는 공식적으로 대동과 관련이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그녀는 엔타운트라는 중소기업의 상무다.
“하지만 엔타운트는 하는 일이 명확하지 않죠?”
“네.”
공식적으로 엔타운트는 헤드헌팅 기업이다.
즉, 유능한 사람들을 스카우트해 주는 그런 곳.
그렇다 보니 실적을 확인할 수도 없다.
한국의 특성상 그런 곳이 크게 이득을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
“결국 그들이 대동과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건데.”
입술을 깨무는 손채림.
자신의 업무는 여기까지다.
그녀를 찾아내고,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
“언젠가는 방법이 생기겠지요. 그나저나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런 건 정보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요.”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난 노형진이 맞은편에 앉자 놀라서 손채림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야! 알아보면 어쩌려고?”
“알아봐도 상관없어. 아니, 내가 끼어들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을걸.”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요진은 밥 먹는 데 신경 쓰느라고 이쪽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다 알아내기는 했어. 그런데 왜, 어쩌려고?”
“어쩌긴, 조요진을 흔들어야지. 아까도 말했지만 조요진이 대동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
“무슨 수로? 이미 며칠간 그녀를 따라다녀 봤어.”
하지만 그녀는 대동 쪽으로는 접근도 하지 않았다.
물론 통화하는 걸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자리에서 통화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거기에다가 그녀가 본사인 대동에 접근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한 건이 끝났으니 일단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을 겁니다.”
고문학도 그럴 거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저런 자가 연속해서 일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유 회장님도 그러더군요.”
대룡이라고 해서 마냥 바른 것도 아니다.
그쪽에도 저런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1년간은 대동 쪽으로 눈도 안 돌릴 겁니다.”
설사 한다고 해도 제삼자를 통해 연락을 받으면서 조용히 일할 것이다.
“압니다. 그건 이제 방법을 찾아야지요. 그나저나 진짜로 어떻게 아신 겁니까?”
노형진은 이미 그녀가 미인계를 이용한 것을 알고 있다.
연구원들의 기억도 읽은 데다가 그들이 내놓은 자료도 봤으니까.
“뭐, 흔한 일입니다. 산업스파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것이 미인계이니까요.”
“아아.”
“그나저나 방법을 찾으신다더니요?”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찾았거든요.”
“네?”
“저 사람이 대동과 관련이 없는 거죠?”
“현재로써는요.”
“그렇다면 그녀가 대동으로 가게 만들어야지요.”
“대동으로 가게 한다고? 무슨 수로?”
“대동이 신씨 일가의 회사는 아니잖아? 물론 운영진이 그들 일가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100% 소유한 건 아니지.”
“그렇지.”
“대동에 투자한 사람들이나 투자사들이 많지?”
“그렇지.”
“그들 입장에서 저 여자는 뭘까?”
“뭔데?”
“산업스파이.”
“……!”
손채림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번쩍했다.
이쪽 입장만 생각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다.
대동 입장에서 그녀는 기술을 빼낸 산업스파이다.
“우리는 그녀를 산업스파이로 고발하지 못해. 하지만 대동은 그녀를 고발할 수 있지.”
이미 특허가 있는 기술이라고 하지만, 전반적인 모든 내용 전부를 공개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접근해야 한다.
“대동이 고발하지는 않을 텐데요?”
고개를 갸웃하는 고문학.
자기네 스파이를 자기들이 고발할 가능성은 낮다.
“대동 입장에서는 그러겠지요.”
하지만 주주는 아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기술을 복제해서 넘겨 버렸다.
그리고 대룡은 그걸 무료로 뿌려 버렸다.
“지금 대동은 그 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본 셈입니다.”
“응? 아니, 사실상 피해 본 건 없잖아?”
그 기술이 제품에 적용되기 전에 이미 자기들 기술이라고 공개했으니 딱히 손해 본 것은 없다.
“맞아, 없지. 하지만 대주주들은 아니야. 아니, 설사 손해가 없다고 한다고 할지라도, 대주주들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해.”
“그러면?”
“그래. 대주주들은 대동에 그녀에 대한 고발을 요구할 수 있어.”
노형진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대동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말이야.”
결국 그 둘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래서 공짜로 뿌리라고 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써먹을 수는 있잖아.”
이쪽에서 손 털고 나갔으면, 개발비만 날리고 끝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은 모른 척 해당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
그리고 대동은 그걸 자기 기술이라고 주장했고.
“그러면 주주들이 알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함정 판 것을 모르는 주주들이 과연 무슨 말을 할지는 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주주들 중 한 명이고 말이야,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