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908)
대동의 주주들을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노형진도 일부지만 주식을 가지고 있다.
대동이 당장 무너질 기업도 아니고, 돈이 되는 기업인 것은 사실이며 만일의 경우 주주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였다.
노형진이 나서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자 대주주들은 발끈하면서 동의서에 사인해 줬다.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무슨 스파이?”
노형진이 직접 찾아오자 신동우는 기가 막혔다.
자신의 가장 큰 적의 변호사가 자신을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요구는 너무 합당함과 동시에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이 서류 안에는 조요진의 산업스파이 행위에 대한 증거들과 그로 인한 추산 피해액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 주주들은 이러한 피해를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조요진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고발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해 주십시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우리 기술이 대룡에 넘어간 건 다 아는 사실 아니었나요?”
신동우는 말문이 막혔다.
다 아는 사실이다.
대룡이 기술을 공개하는 바람에 익히 알려진 사실.
“그리고 조요진이, 대룡에 우리 기술을 넘겼고요.”
“그건…….”
그는 차마 자기가 그렇게 명령했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순간 자신이 산업스파이 혐의를 뒤집어쓸 테니까.
물론 그 정도로 잘리지는 않겠지만, 후계자 싸움에서 심각한 약점이 될 것이다.
“그녀는 우리의 기술을 알아내서 대동에 넘겼습니다. 그런 만큼 그 배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형진은 당당하게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했다.
그걸 본 신동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문제는 노형진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쯤 자신들은 조요진에 대해 손해배상 및 산업스파이 혐의로 고발을 진행했어야 했다.
“왜 그녀를 고발하지 않으시죠?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건…….”
말을 하지 못하는 신동우를 보면서 노형진은 미소 지었다.
‘그래, 말할 수가 없겠지.’
배신을 당하는 순간 그녀는 노형진과 사람들에게 자신이 산업스파이가 맞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만 그 명령의 주체는 대동이 될 것이다.
“그건 월권입니다.”
“범죄자를 처벌하는데 월권이라……. 꼭 그녀를 처벌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그리고 우리는 월권한 적이 없습니다.”
주주라는 것은 그 회사의 권리를 가진 사람.
그 권리로 부정한 짓을 한다면 명백하게 월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노형진은 다른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래, 받아들여도 문제, 안 받아들여도 문제가 될 테지.’
받아들이면 그녀가 신동우를 배신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주들이 신동우를 의심하며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증거는 모아 놨지.’
그녀가 자료를 넘겼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은 많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로지 그녀의 책임이다.
“고발을 안 해 주실 겁니까? 만일 안 하신다면 저희가 고발을 진행하겠습니다만.”
“그게 가능합니까?”
“범죄의 피해자라면 충분히 가능하지요.”
물론 고소는 범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발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말 그대로 신고하는 행동이니까.
‘설마 자기 작전에 자기네 주주가 태클을 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대부분의 주주들은 회사의 경영에 관심이 없다.
그런 걸 판단하라고 전문 경영인을 두는 것이고.
그러나 주식이라는 것 자체가 그 회사의 권리다.
즉, 권리가 있는 이상 이쪽이 고소해도 문제가 없다.
“그건…….”
“아, 그리고 그 경우, 이 문제를 다른 주주들에게 말하겠습니다.”
신동우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알았습니다. 저희가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개자식.”
노형진이 나간 문을 바라보면서 신동우는 이를 악물었다.
자기네 주주들에게 이 정보를 흘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전화기를 들어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당장 들어오라고 해!”
* * *
“진짜로 고발을 할까?”
“안 할걸. 할 수가 없지. 애초에 산업스파이로는 처벌 못 해. 뻔하잖아? 시간 끌면서 무마하겠지, 뭐.”
너무나 당연한 그들의 선택이다.
“다른 방법도 있잖아. 제가 책임지고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같은 거.”
산업스파이를 할 정도라면 충성심은 충분히 검증된 상황이다.
그러니 그럴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상관없어. 중요한 건 그녀가 대동 소속이냐 아니냐거든. 그건 끝까지 부정하겠지. 그녀 입장에서는 대동에서 근무한 것도 부정할 테고.”
“그게 무슨 말이야?”
“고발을 피할 수는 없어. 그러면 대동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그들은 똑똑하다.
고발하지 않으면 그 화살이 고발하지 않는 수뇌부로 향할 거라는 걸 안다.
“책임지고 감옥에 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내 전적을 대충은 알 거야.”
그리고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
“그때 나는 가족들을 족쳤지.”
“아, 그랬지. 맞아, 기억난다.”
성화에서 누군가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게 되었을 때, 노형진은 그를 내버려 두고 가족을 흔들었다.
그가 책임지고 감옥에 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가족은 몰락 정도가 아니라 파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노형진을 도와서, 그 죄가 회사의 명령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당사자는 회사에 충성심을 가지고 있겠지만 가족들은 아니다.
“이번에도 가족들을 흔들 거야?”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 알고 있어.”
그러니 가족들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 뻔하다.
“그럼 남은 건 하나뿐이지. 그녀를 도주시키는 것.”
고발하기 전에 그녀가 도주하면 이쪽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런가?”
“그래. 그들은 가족과 함께 그녀를 도주시킬 거야.”
“하지만 어디로?”
한국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
그리고 대동이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
“일본이지.”
일본은 대동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조요진은 일본에서 공부한 대동 장학생 출신이다.
“거기에다 남편까지 일본 사람이란 말이야.”
일본은 한국과도 가까워서 충분히 왕복도 가능하다.
“도주하면 보통은 사건이 정지될 거야.”
하지만 대동의 힘이면,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만드는 게 어렵지 않다.
길어 봐야 1년.
그때쯤이면 주주들도 잊어버릴 테고.
그 후에 사건이 무마되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
“그들이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어.”
“뭔데?”
“고소는 피해자 주소지에도 넣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대동의 본사는 다름 아닌 일본이다.
“이미 일본에서 조요진을 고발해 놨지.”
즉, 조요진은 일본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체포당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
“애초에 일본으로 보낼 생각이었구나.”
“그래.”
“하지만 그런다고 그녀가 일본에서 입을 열까?”
“아니, 안 열겠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지만 입을 열 사람은 따로 있어.”
“따로 있다고?”
손채림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했다.
“체포당해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될 거야,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