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912)
대한민국 정부도 난리가 났다.
한국의 갱단이 자국의 경찰관에게 현상금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은 필리핀 정부가 대한민국의 대사관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 대사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다.
대한민국 대사관은 다급하게 필리핀 정부에 연락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대한민국 대사관은 강유연의 집에 직원을 파견했다.
그러나…….
“우리는 몰라요.”
“진짜 모르십니까?”
“네, 몰라요. 1억이나 현상금을 걸다니? 지금 걸린 현상금이 7억이나 된다면서요? 저희가 그럴 돈이 어디에 있어요?”
공무원은 강유연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7억은커녕, 집이고 뭐고 다 팔아도 3억이나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진짜 모르신다는 거죠?”
“저희가 그 돈이 있으면 현상금을 걸겠어요?”
“하긴…… 그러네요.”
한 1,500만 정도 쓰면 알음알음 무마하고 꺼내 올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돈조차 없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7억이나 현상금을 걸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 미치겠네.”
외교부 공무원들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그에 관련해서 아시는 거 없구요? 혹시 주변에 조폭이나 갱단과 아는 사람 있습니까?”
“저희는 선교사 집안인데요? 그런 사람들 몰라요.”
척 봐도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상금이 걸렸고, 몇 차례 습격 시도가 있었다.
필리핀 정부 말로는 그 관련자들 주변으로 수상한 그림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알겠습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네.”
공무원들은 머리를 부여잡고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이 필리핀 정부에 할 수 있는 말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는 것뿐이었다.
* * *
“왜 피해자들한테 말 안 하는 거야?”
“피해자들에게 말하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하겠어?”
“어?”
“정부에서 사실 조사한다고 피해자들을 족치고 다니겠지.”
“아…….”
그러면 자신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내 계획은, 한국인에 대해 필리핀의 부패한 경찰이나 정부가 셋업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야. 그런데 만일 특정 누군가라고 한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만 풀어 주고 똑같은 짓을 또 하겠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까지 셋업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아니다. 이루어졌다.
다만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졌을 뿐.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한국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불확실성.
그게 셋업 범죄를 저지르는 경찰이나 공무원에게는 아주 큰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누군가 진짜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주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노 변호사님 말씀대로 현재는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누가 돈을 주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그런 소문이라, 반군도 시큰둥하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그걸 믿고 또 범죄를 저지르는 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서장이 총격을 당했다고 하고요.”
이주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노형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주 차가웠다.
“상관없습니다.”
“사…… 상관없다니요?”
“결국 그들이 자초한 거 아닙니까? 그들이 감옥에 넣은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아십니까?”
“그건…….”
“네, 그들은 감옥에 넣으면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도 그런 겁니다.”
필리핀의 감옥 상황은 말 그대로 지옥 같다.
규정상 여섯 명이 써야 하는 감옥에 서른 명씩 들어가 있는 데다가, 들어가는 식품이나 의약품은 중간에 빼돌려져서 병에 걸리면 그냥 죽어야 하는 곳이다.
“그들이 그 책임을 졌나요?”
“그건 그렇군요.”
이주호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감옥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한국인이다.
아니, 생각보다 한국인이 많다.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했고, 병으로 죽기도 했다.
심지어 감옥 내에서 집단 강간을 당해서 자살을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고 죽이는 사람은요?”
“이주호 씨, 사람을 헛소문 때문에 죽일 정도의 인간이 정상적인 인간일까요?”
“…….”
안 봐도 뻔하다.
누구한테 돈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헛소문이다.
그런데 그걸 믿고 일단 사람을 죽이는 놈은 제정신일 가능성이 없다.
“아마 그 녀석도 결국 갱단이겠지요.”
“그건 그런데…….”
“변호사가 사람을 구하는 직업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가 구할 첫 번째 순위의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의뢰인이다.
그 범위가 넓어지면 한국인일 수도 있지만.
“가해자는 최후의 구조 대상이지요.”
사실 구조 대상이라기보다는 복수 대상에 더 가깝다.
“물론 저도 그들이 죽는다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 좀 편하자고 이 꼴을 그냥 보고 있으면,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고통받을 겁니다.”
“음…….”
“제 신조가, ‘제 몸에 똥칠하더라도 청소하자.’입니다.”
이주호는 부정을 못 했다.
그 말이 사실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들을 제압하는 겁니다.”
“그래도 이미 총격이 벌어졌는데…….”
“네, 벌어졌지요.”
“네?”
노형진의 말에 이주호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아마 제가 알기로는 뒷좌석에 날아갔을걸요, 총알이?”
“그걸 어떻게?”
“그리고 부서장의 차량은 아마 방탄 차량일걸요.”
“……!”
다들 입을 쩍 벌렸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건이다.
그런데 노형진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저라면 부서장보다는 서장을 노릴 겁니다. 서장이 현상금이 더 큰데 왜 부서장을 노리겠습니까?”
“헉!”
이주호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설마 그 총을 쏜 게…….
“그건 추적도 못 한다죠?”
“…….”
총알은 방탄유리에 뭉개져서 추적도 못 한다.
거기에다 필리핀은 워낙 무허가 총기도 많다.
“안타까운 일이네요.”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말하는 노형진.
“한 가지는 확실해졌네요. 일단 누군가 죽이려고 했으니 경찰들 발등에 불 떨어진 거.”
“…….”
너무 놀라서 입을 쩍 벌리는 이주호.
노형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자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아, 알바비 입금하러 갑니다.”
“네?”
“필리핀은 이게 좋아요. 인건비가 싸서, 사람을 여럿 고용해도 부담이 없다니까요, 우후후. 때로는 누군가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법이지요.”
노형진은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