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926)
“일본에서 제작된 영상을 모조리 구입해서 폐기하겠다고요?”
마이 소라는 노형진의 말에 당혹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게 가능해요?”
하이스카이에서 데뷔한 사람들, 그들은 일본에서 성인물에 출연한 전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들의 영상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게 그들이 공중파로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고.
“불가능하겠지요. 아니,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전 세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모두 뒤질 수는 없으니까요.”
거기에다 일본은 그런 상품이 정식으로 유통되는 나라다.
그런 유통된 상품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폐기하지 않는 이상, 수십 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툭 튀어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이슈죠.”
“이슈?”
“네. 저는 이번 일에 여성 단체를 끼워 넣을 생각입니다.”
“전 이해가 안 가는군요.”
여성 단체와 이번 일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노형진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마이 소라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분들이 야쿠자의 폭력으로 어쩔 수 없이 성인물을 촬영한 건 마이 소라 씨가 가장 잘 아실 겁니다.”
“그렇지요.”
고개를 끄덕거리는 마이 소라.
“그리고 그들은 여성이지요. 여성 단체에서 가장 힘쓰는 것이,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런가요? 잘 모르겠네요. 그들과 일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보통은 그렇습니다.”
물론 뻘짓을 하는 여성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여성 단체들은, 폭력이나 기타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움직인다.
“그들과 함께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거죠.”
“그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요.”
한국에서 불법이었다고 해도, 일본에서는 상품으로 판매된 영상들이다.
그걸 삭제해 달라고 요청받았다고 해서 야쿠자들이 네, 알겠습니다 할 리 없다.
애초에 그렇게 해 줄 인간들이었다면 야쿠자를 하고 있을 리 없으니까.
“압니다. 그래서 여성 단체를 끼워 넣은 겁니다.”
“여성 단체요?”
“네, 여성 단체를 끼워 넣고 그들이 그걸 구입하게 하는 거죠.”
“구입요?”
“전반적인 권리 말입니다. 사실 이제 오래된 영상은 야쿠자에게도 수익을 거의 안 주지 않습니까?”
마이 소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용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도 아니고, 매년 수많은 영상이 새롭게 나온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 영화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게 그런 영상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은퇴해서 이쪽으로 온 사람들의 영상은 이제 오래되어서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걸 구입한 후에 인터넷상에서 삭제하는 겁니다. 그러면 세 가지가 가능하지요.”
첫 번째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것.
두 번째는 여성운동가들이 제대로 일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
세 번째는 그 당시 일했던 여자들에게 피해자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것.
“으음…… 복잡하네요.”
“복잡하지요. 하지만 그걸 시작하면 여성운동가들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거거든요.”
“공식적으로요?”
“네.”
하이스카이의 이름으로 여성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만일 거절하면, 여성 단체는 이권만 노리고 여성운동에는 관심도 없는 조직으로 추락한다.
“그러니 그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사실 그런 일을 한다고 해도 여성운동가들 스스로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 맡기는 형태가 될 테니까.
말 그대로 그들은 이름만 올리는 것이다.
“다만 자기들이 보호하게 되는 순간부터, 그들은 일부 학부모 단체나 종교 단체들의 공격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드를 쳐야 할 것입니다.”
“아!”
노형진이 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것이었다.
두 집단의 충돌은 소문으로 퍼질 테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주게 될 것이다.
“노이즈라는 것은 잡음을 뜻하지요.”
그 말은, 다른 의미로 본다면 또 다른 의견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인간의 삶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더러운 여자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보기에는 기존의 폭력 조직에게 압력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성인물을 촬영한 피해자들이다.
“그리고 여성 단체가 저항하기 시작하면, 아마 학부모 단체나 종교 단체는 지금처럼 거세게 공격하지 못할 겁니다.”
자기들과 관련이 없는 정부나 기업을 공격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단체들은 서로 끈끈한 선을 가진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 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그런 경우가 많다.
여성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학부모 단체에 가입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무차별적인 공격을 차단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역시 똑똑하시네요.”
그냥 두면 그들의 공격은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
노이즈 마케팅은 노이즈 마케팅으로 끝나야지, 진짜 노이즈가 되어서 평생을 따라다니면 곤란하다.
적당히 알려졌을 때 잊혀야 한다.
“전에도 느낀 거지만, 노 변호사님은 광고 쪽으로 왔다고 해도 성공했을 것 같네요.”
마이 소라의 말에 노형진은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