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939)
“제두 어페럴 괜찮을까? 엉뚱한 피해자 만드는 거 아냐?”
손채림의 걱정에 노형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멀쩡해.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 말이 5천억이지, 그들이 필요한 단기자금은 2천억 정도야. 그러니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아. 물론 본사 차원에서 약간의 자금 문제가 생기겠지만.”
“너 진짜 무섭구나.”
애초에 노형진이 노린 것은 증권회사가 아니었다.
자신이 투자를 함으로써, 그 증권회사 뒤에 있는 대기업을 자극하려고 했던 것.
“어차피 난 손해 보는 건 없지. 금방 돌려받는 돈이니까. 하지만 들어온 돈이라는 것은, 결국 메꿔야 하는 돈이기도 하거든.”
하물며 제두 어페럴은 이제 시작하는 시점이다.
가게를 내야 하고, 물건을 만들고 홍보해야 한다.
한데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시점에 돈이 펑크가 났으니 그들이 화가 안 날 리 없다.
“더군다나 그 원인이 전혀 엉뚱한 증권회사 때문이라고 하면 눈이 안 돌아갈 리 없지.”
“그리고 증권회사는 구섬수를 자를 수밖에 없고 말이지?”
“그래, 후후후.”
이번 일로 인해 증권회사는 그 믿음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만들어야 하니까.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아주 큰 타격은 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내부에 자금 흐름이 말라붙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증권사라는 이름상 타격이 안 갈 수가 없다.
“3억쯤 버니까 벌금은 무섭지 않겠지. 하지만 땡전 한 푼 못 벌게 되면 제법 무서울걸.”
노형진은 피식하면서 웃었다.
* * *
“그 인간 쫓겨 갔다던데?”
“그래?”
얼마 후 노형진이 들은 구섬수의 소식은 의외였다.
“회사에서 잘리고는 복직 소송 걸었나 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소송에서 이길까?”
“일단 이기기는 하겠지.”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만두게 하긴 했지만, 사실 정당한 해직 사유는 아니었다.
단순히 노형진에게 잘못 보인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오래는 못 할 거야. 구섬수 본인도 그걸 알 테고.”
“응? 어째서?”
“한 번 사고 친 사람을 다시 데리고 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거든.”
더군다나 그는 노형진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찍혀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그라는 존재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사를 갔을 가능성이 높아. 더 이상 큰 기업에 있을 수 없으니 작은 곳에라도 가야겠지.”
“아아.”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그는 이 집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똑똑한 사람이니까.
“치킨 하나로 인생 바꿔 먹은 거네.”
“원래 치킨이 좀 비싸잖아.”
노형진은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그런데 재기할까?”
“언젠가는 하겠지.”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할 것이다.
그리고 재기하는 것까지 노형진이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건 너무 가혹하니까.
“하지만 또 똑같은 실수를 한다면…….”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또 나를 만나게 될 거야, 후후후.”
한철 장사해서 먹고산다고? 나는 1년 내내 일한다
노형진은 가족들과 함께 놀러 다니는 일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워낙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한번 시간 내서 놀러 갈 때는 좋은 곳으로 가는 편이었다.
“이야, 날씨 좋네!”
“역시 우리 처남.”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네 식구까지 다 함께 간 계곡은 무척이나 깨끗하고 맑았다.
“좀 이르기는 하지만 역시나 좋구나.”
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계곡으로 놀러 간 노형진네 가족.
노형진은 그런 가족들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그래, 이 맛에 돈 버는 거지.’
회귀 전에는 돈을 많이 벌어도 돈으로 인해 기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돈이 많다는 것보다, 돈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더 행복했다.
회귀 전에는 돈을 벌었다고 해도 그저 쌓여만 갈 뿐 딱히 느껴지는 것도 없었으니까.
“역시 내 동생. 호텔비 아끼려고 이런 계곡을 고르다니. 거기에다 휴가철을 피하는 그 꼼수란.”
물론 남매간의 투덕거림은 변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여름에 미친 듯이 바쁠 텐데.”
“맞아. 그건 나도 인정.”
노형진의 말에 슬쩍 편들어 주는 박광석.
“사람에 치여 일에 치여, 차라리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남는 거라니까. 애 데리고 휴가철에 피서 가면 얼마나 치이는지 알잖아?”
“끄응…… 그건 인정.”
노현아도 결국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끼리 놀러 갈 때는 차라리 사람을 피해서 가는 것이 훨씬 좋았다.
“자, 조금 더 들어가자. 안쪽이 더 좋을 거야.”
아이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가족들.
이미 놀기 좋은 곳을 확인한 터라 그곳에 가서 제대로 놀아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
인터넷으로 확인한 놀기 좋은 곳, 그 자리에 인터넷에서 본 적이 없는 시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건 뭐지?”
“가게? 여기에 가게가 왜 들어와?”
노형진이 알기로는 이곳에 가게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그 가게 앞에 세워 놓은 나무판에 노형진은 눈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그걸 보고 눈을 찡그렸다.
거기에 붙어 있는 가격표가 그 가게의 정체성을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계곡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아예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백숙 13만 원
파전 3만 원
김치전 3만 원
막걸리 1만 원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건가?”
노형진이 눈을 찌푸리는 대상은 다름 아닌 계곡의 식당들이었다.
사실 산의 계곡은 국가의 땅이지만 무허가로 저런 가게들이 들어선다.
그런 가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강제로 음식을 팔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아주 골칫거리였다.
“끄응.”
그걸 피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계곡을 찾아서 온 것이건만.
‘하긴…… 저런 새끼들이 어딘들 안 들어오겠어?’
노형진은 눈을 찌푸리면서도 계곡을 살펴보았다.
좋은 자리마다 죄다 평상을 설치해 놓은 바람에 계곡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쩐다.”
노형진의 가족들이 고민하는 사이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오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
“여기서 놀려면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뭐요?”
“여기서 놀려면 음식을 주문해야 한다고.”
“세상천지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에 있지. 싫으면 가든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는 남자.
노형진은 그걸 보고 발끈했다.
“여기가 당신 땅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도 허가받고 하는 거야.”
“허가? 허, 어이가 없네요.”
여기는 허가가 나올 수가 없는 곳이다.
공무원이 허가를 해 준다?
그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상업 활동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어 있으니까.
“당신 진짜……!”
노형진이 발끈해서 덤비려고 하자 옆에 있던 노문성이 그를 말렸다.
“좋은 날이다. 싸우지 말자꾸나.”
“끄응.”
“그냥 대충 전 하나 시켜 놓고 놀자꾸나.”
“네.”
수영장에 왔다 생각하고 놀려고 하던 노형진.
하지만 그다음 말에 결국 화가 터지고 말았다.
“한 테이블당 10만 원 이상이야.”
“뭐요?”
“한 테이블당 10만 원 이상이라고. 한 테이블에는 네 명까지 앉을 수 있고. 그러니까 어디 보자…… 사람이 여섯 명이니까 두 테이블이네.”
“장난합니까?”
“장난 아닌데? 여섯 명 맞잖아.”
어른 다섯 명에 애가 하나다.
그런데 여섯 명이란다.
10만 원 이상이라고 해 봐야 결국 그만한 음식은 닭백숙뿐이다.
“싫으면 말든가.”
“당신, 신고할 거야.”
“신고하든가.”
피식하고 비웃음을 날리는 남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심호흡을 했다.
‘그래, 잊고 있었다.’
이러한 가게는 기본적으로 구청이나 그 장소를 관리하는 곳에서 비호해 주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한 달 매출만 작게는 수천, 많게는 억 단위가 나오는 작자들이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구청이나 시청 공무원들의 뇌물로 들어간다.
“내가 이런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신고해 봐야 구청에서 나와서 어떤 처벌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다.
와서 접대받고 돌아간다.
사실 구청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후우…….”
노형진은 깊은 심호흡을 하고 미소를 지었다.
“뭐, 좋습니다. 내죠.”
“어허?”
그런데 그 표정을 본 가족들은 왠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돈을 안 내면 물에도 못 들어간다 이거죠?”
“잘 아시네. 잘 아시는 분이 뭘 그리 캐물어?”
“한 테이블에 10만 원 이상 시켜야 하고요.”
“아, 그리고 한 번에 두 시간이야.”
“두 시간?”
“그래.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하잖아?”
그러니까 두 시간 놀고 나면 또다시 한 상을 시켜야 한다는 소리다.
“그거 불법인 건 아시죠?”
“먹기 싫으면 말든가.”
남자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쩔 수 없지요. 애가 있으니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도 없고.”
아까와 다르게 실실 웃으면서 기꺼이 카드를 꺼내 드는 노형진.
남자는 카드를 긁고 나서야 철조망을 열어 줬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음식을 가져다줄 테니까.”
남자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노형진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자리를 잡았다.
철모르는 아이는 물이 좋다고 첨벙거리고 있었고.
“너 괜찮아?”
“응,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은데?”
노현아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무리 투덕거린다고 해도 결국 남매 아닌가?
한두 번 보는 사이도 아니다.
“네가 그렇게 실실 실성한 듯 웃으면 꼭 송장 치우던데.”
“내 송장 아니야. 걱정하지 마.”
“그러니까 그게 문제인 거야.”
그러는 사이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헐.”
13만 원짜리 백숙.
하지만 그 닭 한 마리는 결코 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중닭 정도 크기.
“너무 작은 거 아닙니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거 다섯 사람은 충분히 먹어요.”
주인을 대신해서 음식을 가지고 온 여자는 그렇게 타박을 하면서 가스버너를 켜고는 백숙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이걸 다섯 명이 먹어?”
아무리 잘 봐도 세 명 이상 먹을 수가 없다.
진짜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아마 이 닭으로 프라이드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1인 1닭을 충분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크기.
“흠.”
노문성도 그걸 보고 화가 나는지 잠깐 심호흡을 했다.
“아들아.”
“네, 아버지.”
“네 마음대로 해라. 오늘은 애가 있으니 참는다만.”
“네. 내일은 애가 없죠.”
“그래, 먹자꾸나.”
속으로 분노를 삼키면서 먹기 시작하는 가족들.
아이는 백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김치전과 파전, 그리고 어른들이 먹을 것을 추가로 시켰더니 그 비용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벽에 명시되어 있지 않던 아동용 탄산음료 한 병당 가격이 8천 원.
“그래, 맛나게 먹자고.”
노형진은 음식을 먹으며 가게 주인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먹는 최후의 만찬이 될 테니까.”
* * *
“그러니까 엿을 먹이겠다?”
“엿을 먹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 새끼들을 모조리 털어 내야겠어.”
“오올, 우리 노 변호사님 화났구나.”
“화가 안 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하긴, 그건 그래.”
손채림은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일은 벌써 수십 년째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경 유착이 워낙 심하다 보니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한 곳은 아예 축대까지 쌓아 올리고 영업하니까.”
“당해 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당하고 나니 무지하게 화나네.”
“그런데 무슨 수로? 이건 신고해 봤자 의미가 없잖아.”
노형진처럼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나서 움직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무원들은 출동한다는 소리만 하고 출동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하루만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음 날 출동한다고 하면, 신고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출동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거기에다 기껏해야 벌금이잖아.”
“아니야. 이 경우는 벌금이 아니라 과태료지.”
“뭐? 과태료였어?”
“그래, 그러니 문제가 되는 거야.”
벌금은 부여 주체가 경찰이다.
즉, 그 돈을 내면 전과가 남는다.
하지만 과태료를 물리는 건 구청이 아니라 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다.
당연히 전과도 남지 않는다.
“하루에 천만 원이 넘게 버는 곳도 있다는데 그런 곳에 50만 원짜리 과태료 물려 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형진은 실실 웃었다.
손채림은 그런 노형진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보아하니 말 그대로 아작을 내 놓을 생각이구나.”
“어떻게 알았어?”
“너 개인적으로 맘에 안 드는 놈 박살 낼 때 그런 식으로 실실 웃잖아.”
“으흐흐흐.”
“아주아주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
“내가 피해자가 되니까 이거 참 기분이 상콤하네.”
노형진은 그들을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 있는 그런 인간들을 모조리 털어 낼 생각이었다.
“물론 이번에 하는 건 시험적인 방법이고, 이게 제대로 되면 전국으로 퍼트려서 사건을 수임해야지.”
“수임?”
“응, 수임.”
신고 같은 걸 생각하던 손채림은 어리둥절했다.
수임이라니?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사건은 수임을 받을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수임이 왜 안 되겠어?”
받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걸로 제대로 엿을 먹일 수만 있다면 손해 볼 게 없다.
“자, 두고 보자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