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00)
“반갑습니다. 노형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토스케라고 합니다.”
사장은 잔뜩 기대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로 이곳에 온 이유는 투자 목적이니까.
‘신동하를 만나러 왔다고는 할 수가 없지.’
그래서 노형진은 자신을 한국의 대룡엔터테인먼트 고문 변호사로 소개하며, 일본 진출을 대비해서 투자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뭐, 틀린 말도 아니고.’
실제로 대룡엔터테인먼트는 AV 출신 일본 배우들을 여럿 데리고 있고, 한국에서도 규모가 큰 곳으로 유명한 데다가 일본과 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커피라도 한 잔……?”
“아니요. 괜찮습니다.”
노형진은 기대에 찬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후줄근하고 아무것도 없고……. 진짜 작은 공간이네.’
용케 유지가 된다는 생각에 노형진은 입맛을 다셨다.
‘직원이라고 해 봐야 저기 여직원이 한 명이라…….’
그나마 공식적으로 신동하가 로드 매니저이니까 그가 끝일 가능성이 높다.
‘왜 이런 곳을……. 아니, 당연한 건가?’
어지간한 곳은 신씨 일가의 입김이 들어가니 그를 써 주지 않을 테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그가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기 때문이 써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딱히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까.
‘이런 곳은 입김이 들어갈 정도로 큰 곳도 아니고 사람이 급하니 한국인이라도 써 주겠지.’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애써 미소 지었다.
‘일단 재정 상태는 답이 없고.’
온갖 좋은 말과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이곳의 상태는 알고 왔다.
재정은 개판이고 체계적이지도 않으며 돈도 없다.
좀 독하게 말하면, 당장 야쿠자가 들어와서 사장 장기를 털어 가도 이상하지 않은 게 이곳의 사정이다.
그러니 저렇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거고.
“그러므로 저희 프로덕션은…….”
“그런데 직원 한 명은 어디 있습니까?”
“아, 매니저라 아이들이랑 있습니다.”
“그럼 일하는 사람을 보죠.”
“네?”
“일하는 사람을 보여 달라고요.”
노형진의 말에 사장은 다시 물었다.
“우리 애들을 보자는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일하는 사람을요.”
“당장 불러오겠습니다.”
“아니요. 우리가 그쪽으로 가죠.”
“네?”
“꾸민 모습이 아니라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제 지론은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잘된다는 거거든요. 직원이 죽상인데 회사가 잘될 리가 없죠. 여기로 불러오면 그대로 얼어붙을 텐데요.”
“아…… 네…….”
“그래서 어디 있습니까?”
“좀 떨어진 숙소에…….”
우물쭈물하는 사장.
노형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간을 끌어 봐야 어차피 여기는 답이 없다.
“갑시다, 숙소로.”
* * *
숙소는 좀 떨어져 있었다.
‘일단 벽이 있으니 숙소라고 해야 하나?’
일본 만화에서 많이 나오는 오래된 빌라.
그것도 아주 작은 빌라다.
그 안에 당혹스러운 표정의 다섯 명이 있었다.
여자애들 네 명이 그 아이돌일 것이다.
‘하이레스라고 했나? 외모는 괜찮아. 근데 진짜 이건 너무하잖아. 뭔 놈의 음반 판매가 이따위야?’
음반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일반 매장에서 파는 게 아니라 자기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조금씩 파는 것이었다.
그 판매량은 실로 처참했다.
댄스 트레이닝? 보컬 트레이닝? 외국어 교육?
그냥 개소리다. 그들의 현실은 바닥에 놓여 있는 도시락 두 개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도시락은 두 개인데 젓가락은 다섯 개라…….’
소속사에서 식단 조절을 소금이 잔뜩 들어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할 리는 없으니, 답은 하나뿐이다.
돈이 없으니 두 개 사다가 다섯 명이 나눠 먹는 거다.
‘끄응.’
노형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여기를 써먹을까 아니면 빼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빼내?’
하지만 결국은 여기를 써먹을 수 있으면 써먹기로 했다.
일단 빼낸다고 해도 그의 능력은 검증이 안 되어 있다.
결국 이름만 팔아먹어야 하는데, 과연 ‘내가 당신 이름을 팔아먹겠습니다.’라며 접근하면 허락해 줄까?
안 그래도 다른 형제들에게 잔뜩 겁먹고 있는 사람이?
‘결국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가 어느 정도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거지.’
사람이 성장하면 야망이 생기는 법이다.
당장 도시락 두 개를 다섯 명이 나눠 먹는 상황인 사람에게 야망을 가지라고 하는 것만큼 개소리가 있겠는가?
아마 저들의 최고의 꿈은 한 명당 도시락 한 개씩 먹는 걸 거다.
“미안합니다. 못 보일 꼴을…….”
도시락과 젓가락을 보고 사장인 토스케는 허둥거렸다.
그도 바보가 아니니 상황을 바로 눈치챈 것이다.
‘그래, 써먹자.’
허둥거리는 토스케를 보면서 노형진은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여기서 나가 봐야 뭘 하든 방법이 없다.
도리어 지금 상황에서 그가 작은 기업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곳으로 신동성의 공격이 쏟아질 게 뻔하다.
‘하지만 있던 곳이 커지면 애매해지지.’
노형진은 마음을 굳히고 애써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신동하 씨? 신동하 씨가 여기 왜 계십니까?”
“에에? 저를 아십니까?”
신동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신동하라는 이름은 알아도 자기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는데, 투자하러 왔다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다니?
“에에? 저희 직원을 아십니까?”
사장도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기에 노형진은 모른 척했다.
“제 직원이 큰 실수라도?”
“아니, 그게 아니라…… 신동하 씨 모르십니까? 어떻게 신동하 씨를 모르세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던 토스케는 다음 말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대동그룹의 삼남 아니십니까?”
“에에엑!”
“에엑!”
사장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던 여자애들까지 당황해서 소리를 높였다.
노형진은 애써 모른 척 이야기를 꺼냈다.
“아…… 집안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이룩하겠다고 집을 나가셨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아, 이런……. 그런 건가요? 제가 말을 잘못한 것 같네요?”
“아니, 그냥…… 그게…….”
신동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지. 남자란 다 그런 거지.’
노형진이 자신을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아닌데요. 집에서 쫓겨났는데요.’라고 말할 남자는 없다.
“그게……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공교롭네요. 저희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투자하러 온 건데요.”
눈을 반짝거리는 토스케.
“솔직히 미심쩍었습니다만.”
“그게…….”
“신동하 씨가 여기를 고른 걸 보니 이유가 있겠군요.”
노형진은 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습니다. 신동하 씨의 그 안목을 믿어 보지요. 제가 투자를 하겠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신동하는 당황했고 노형진과 같이 온 직원은 더 당황했다.
“저기, 노 변호사님? 그렇게 쉽게요?”
“쉽게가 아니죠. 재벌 3세가 다 버리고 인생을 걸었다는 건, 여기에 뭔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건가요?”
신동하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직원은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뒤로 물러났다.
“자, 그러면 투자 계약을 할까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