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1)
“얼마 전에 본 사람이네요.”
그 말에 눈을 번쩍 빛내는 노형진이었다.
‘역시!’
사실 완전히 뜬금없는 상황이기는 했다. 일본에 온 것은 확실하지만 이 넓은 일본 어디에 있는지 예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가 심각한 일본 야동 중독이라는 것과 그의 기억 속에서 마이 소라를 무척이나 만나 보고 싶어 한다는 생각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진짜로 만났을 줄이야.
“이 사람의 이름은 아십니까?”
“이름이…… 구…… 구…… 구 뭐라고 했는데?”
“구환 아닙니까?”
“아, 맞아요. 구환 상.”
“그가 만나서 뭐라고 하던가요?”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마이 소라.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죠. 완전히 미친놈 같았으니까요.”
“미친놈 같다니요?”
“자기랑 같이 가자고 얼마나 집요하게 매달리던지.”
“매달린다?”
“자기가 절 구해 주겠다. 이런 생활 다 때려치워도 된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든 날 구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정말.”
‘쯧쯧…… 멍청한 놈.’
한국 사람들은 이런 직종에 있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한국은 그게 정상이다. 시장 자체도 작고 그나마도 일본 작품에 밀려서 거의 증발 직전이라 크게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연예인으로 대접받으며 인기가 많으면 아무리 속칭 AV 배우라고 할지라고 공중파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로 열린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생각만 가지고 구제해 주겠다고 그 난리를 쳤으니 그의 연봉 정도는 우습게 벌고 있는 마이 소라의 입장에서는 가당치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일은 일이니까 웃으면서 대하기는 했지만 한국사람들, 너무 짜증 나요.”
“하하하.”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런 인간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뜻이리라.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뭐, 볼 것도 없었죠. 더 이상 만날 이유도 없고 그냥 헤어지고 신경 끄기로 했어요.”
“혹시 연락처 같은 거 받아 놓은 거 없나요?”
“그 인간 연락처를요? 그럴 리가요. 형진 상 전화번호라면 모를까, 그런 녀석 번호를 왜 받아 둬요?”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립서비스인 걸 알지만 기분 나쁜 말은 아니니까.
“이 녀석이 누군데요?”
“한국에서 도둑질을 하고 도망친 범죄자입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그래서 돈이 많다고 그렇게 막 뻐긴 거군요.”
“그랬나요?”
“네.”
“혹시 다른 사람도 있던가요?”
“그를 따라다니던 두 사람이 있었어요. 양복을 입고 있던데요?”
‘젠장…… 역시 그랬군.’
그만 덜렁 일본으로 보낼 리가 없다. 그렇다면 경호원, 아니면 야쿠자를 붙였다는 뜻이리라.
‘야쿠자일까? 아니야. 야쿠자라면 마이 씨가 모를 리가 없어. 더군다나 야쿠자라면 약점을 잡아서 성화를 협박할 수도 있는 일. 그렇다면 성화에서 개인적으로 보낸 경호원이겠군.’
아마도 그를 보호하는 것이 주요 임무일 것이다.
“그 녀석들이 말을 한 건 없나요?”
“없어요. 그 인간하고 같은 방에서 밥을 먹은 것뿐이고 외부에 있던 인간들은 관심도 안 보이더라구요. 도리어 날 짜증 나는 얼굴로 바라보던데요?”
‘그렇겠지.’
절대 보호해야 하는데 고작 일본 야동 배우 한 명 보겠다고 자신들을 노출시키는 게 마음에 들 리가 없으리라. 문제는 그렇게 얼굴과 존재를 알았다고 해도 결국은 일본에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근처에 있을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그 이후에 마이 소라 근처에 없다는 것은 이곳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애초에 한번 드러난 이상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젠장. 결과적으로 온 것만 확인한 건가.’
물론 중국에서 삽질하고 있다는 다른 팀들을 불러들인다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화는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감시하고 있을 테고 중국을 뒤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작전이 먹혔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구환이 마이 소라를 만나겠다는 부탁을 들어줬을 테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 용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위치를 찾으려면 조용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건데…….’
노형진이 막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마이 소라는 이런저런 음식을 먹으면서 그런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노형진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손님을 불러 두고 정신을 팔았네요.”
“호호호. 괜찮아요. 그런 분도 있고 저런 분도 있는 거죠. 그나저나 꼭 잡아야 하는 사람인가 봐요?”
“네.”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핸드폰 시장은 미국에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음…… 도움이 솔직히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생각나는 게 딱 하나가 있기는 있어요.”
“어떤 거죠? 도움을 주신다면 보답하겠습니다.”
“어떤 거냐면…….”
그녀가 해 주는 말에 노형진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정보를 줬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바로 움직여야겠네요.”
“헤에, 급하시네.”
“하하하. 좀 급하기는 합니다.”
노형진이 나가려고 하자 마이 소라는 웃을 뿐, 말리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인사하고 나가려던 노형진은 멈칫했다. 보답하겠다는 방금의 말이 생각난 것이다.
‘나중에 불러서 보답할 수도 없고…….’
잠시 고민하던 노형진은 몸을 돌려서 마이 소라를 바라보았다.
“보답하겠다고 하겠으니 보답하죠. 2011년 3월에 일본에 계시지 마십시오.”
“네?”
“2011년 3월에 일본에 계시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라고 하시더니 점쟁이신가 봐요?”
“하하하…… 뭐, 비슷한 능력이 있다고만 알아주십시오. 그럼 이만.”
노형진은 몸을 돌려서 바깥으로 나갔고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2011년 3월이라…….”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에 뭔가를 저장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그녀의 목숨을 건지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별일 없었습니까?”
노형진이 안에서 나오자 은근히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사람들.
“별일 있었습니다.”
“오오오!”
“하하하,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아깝군요.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겁니까?”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구환, 찾았습니다.”
“여기라고요?”
노형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호텔. 일본에 있는 5성급호텔의 12층에 로열 룸이었다.
“네, 마이 소라 씨의 말씀으로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자기 방 호수를 알려 주고 갔다고 하더군요.”
그는 자신을 찾아오기를 바라면서 준 것이겠지만 정작 그곳을 찾아온 것은 마이 소라가 아니라 노형진이었다.
‘드디어 잡았다, 이 개새끼.’
정확하게 특정된 위치만 찾는다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동하다 보면 그 녀석이 어디 있는지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확인해 보니 일주일 정도 지냈다고 하더군요.”
원래는 불법이지만 권강수는 직원에게 막대한 돈을 주고 그가 여기서 지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마이 소라를 기다렸지만 마이는 결국 오지 않았고 일주일이 지나자 성화의 경호원들이 안전을 위해서 그를 끌고 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더군다나 호텔에 어디로 간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하던데요?”
하긴 호텔에 그런 걸 이야기하고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가 알아서 찾아보겠습니다.”
“네?”
권강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전에 있던 곳은 그래도 그의 집이었으니 자신들이 발견하지 못한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는 호텔이다. 모든 것이 다른 방과 똑같고 지급되는 물건이다.
“그냥 바깥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조용한 상황에서 제가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니까요.”
“그런가요?”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권강수는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고 노형진은 천천히 호텔의 안쪽을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보이는 수많은 물건들.
“음…….”
노형진은 그가 가장 많이 썼을 만한 물건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침대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곳에 있는 침대는 이게 곤욕이란 말이지.”
잠깐 기억을 읽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일본 AV를 방불케 하는 엄청난 포르노의 향연. 그 안에서 뭔가를 찾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음…….”
노형진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시선이 고정된 것은 다름 아닌 리모컨이었다. 그리고 그의 한 가지 가능성을 찾아냈다.
“이구환이 포르노 중독이었지?”
포르노 중독인 이구환이 포르노의 대국인 일본에 왔는데 과연 일반 방송을 봤을까? 노형진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리모컨은 접촉이 적단 말이지.”
계속 리모컨을 잡고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정보도 침대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었고, 노형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구환의 기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환장을 했구만.’
한손에는 리모컨을 든 채로 그는 끊임없이 채널을 돌려가면서 한국에서 보지 못한 수많은 성인 방송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 안 그래?’
그는 끊임없이 성인 방송을 봤고 나중에는 아예 별도로 결제하는 방송들까지 보기 시작했다. 즉, 본격적으로 포르노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 에서 노형진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해도.’
북해도. 일본의 최북단으로 겨울에는 상당히 추운 곳이다. 그리고 의외로 외진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영화들은 광활한 대지가 필요하면 가서 찍는 곳이 북해도일 만큼 그곳은 넓다. 당연히 숨어 지낼 만한 곳이 많다.
‘아무리 성화라고 해도 이 녀석을 몇 년 동안 특급 호텔에 묵게 할 리가 없지.’
돈이 문제가 아니다. 특급 호텔에 몇 년씩 묵으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돌아서 다닌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눈에 안 띄는 곳은 의외로 멀쩡한 집이다. 누구도 남의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는 않으니까.
‘다음 장소는 안전 가옥이군.’
이구환은 포르노를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성화에서 미리 준비한 안전 가옥으로 가서 그곳에서 지낸다고 했다. 장소는 북해도에 있는 무슨 농장이었다. 정확한 주소는 모른다. 자신을 경호, 아니 감시하고 있는 작자들이 알려 주지 않았다. 그저 북해도에 있는 작은 농장을 사서 안전 가옥으로 쓴다는 것이 다였다.
‘쯧쯧쯧.’
그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화에서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혹시나 그곳에 인터넷과 성인 방송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었다.
‘비참하군.’
평생을 부모의 말대로 공부만 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도 모르고 1등만을 위해서 달려왔다. 그리고 그런 그를 위로해 준 것은 오로지 음란물뿐이었고 그것에 빠져서 이제는 모든 것을 버리다니.
“후우.”
노형진은 리모컨에서 손을 떼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한고비 넘어가니 또다시 한고비가 생긴 것이다.
“북해도라……. 문제는…… 작은 농장이라는 곳이 너무 많다는 건데.”
북해도에 농장은 엄청나게 많다. 당연히 그곳의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동하는 순간까지 정확한 위치는 이구환에게 알려 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노형진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문득 끝내주는 방법이 생각났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북해도에 대해서 알아냈는냐는 걸 핑계를 대는 건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북해도까지 가는 것은 생각보다 먼 거리에 가는 것이다. 아마도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최대한 먼 거리 단위로 이동하는 모양인데 그런 상황에서 노형진이 갑자기 북해도로 갔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북해도…… 북해도…….”
노형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손바닥을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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