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14)
“야…… 대구까지 왔으면 납작만두! 납작만두 좀 먹어야지! 거기에 막걸리 한 사발 먹어야 딱 입가심 안 되겠냐?”
“닥쳐!”
노형진은 오광훈에게 으름장을 놨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오광훈을 바라보던 고연미가 옆에서 작게 물었다.
“저기…… 노 변호사님, 저분…… 검사님 맞아요?”
“맞아요.”
“네? 아니, 그런데 좀, 그러니까…….”
“압니다. 무식해 보이죠?”
노형진이 대놓고 말하자 고연미는 깜짝 놀라서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 정도는 아니고요, 좀 호탕해 보인달까?”
“아니, 저건 무식한 거 맞아요. 호탕은 개뿔. 저 새끼 밴댕이 소갈딱지입니다.”
“내가 뭐라고?”
“너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그게 뭔데?”
“하아, 보셨죠? 무식한 거 맞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고연미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검사 한 명이 동행할 거라 했다.
그리고 검사가 왔을 때, 진짜 순간적으로 혹했다.
딱 10분만.
생기기는 엄청나게 잘생겼는데, 입을 여는 순간부터 무식이 막 흘러넘쳤으니까.
“다른 타입하고는 좀 많이 다릅니다, 제가. 으하하하!”
“아…… 네…….”
물론 사람 성격이라는 게 다 다르기는 하다.
분명히 검사 중에도 공격적이고 호탕한 성격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들은 검사라는 인텔리다.
즉, 똑똑한 호탕함인데, 저 사람은 아무리 봐도 근본이 없는 무식이다.
“왜 저런 사람을 선택하신 거예요? 다른 검사들도 많잖아요. 스타 검사로는 영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그냥…… 인연이 좀 있습니다.”
차마 실적 안 주면 잘리는 게 당연한지라 어쩔 수 없이 골랐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저거 부려 먹으려면 검찰 내부에 박아 놔야지.’
그리고 이번 아이디어를 만들게 도와준, 아니 속을 뒤집어 준 것이 바로 오광훈 아닌가?
더군다나 다른 검사들과 다르게 아는 게 없어서, 도와 달라고 하면 넙죽넙죽 잘 도와준다.
“아니면 빵이라도. 나 배고파.”
검사라는 놈이 일하러 와서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걸 보면서 노형진은 한숨만 나왔다.
“좀 있다가 먹자, 이 새끼야.”
“헐, 새끼.”
거칠게 말하는 노형진을 보고 놀라는 고연미.
아마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모습일 것이다.
“그나저나 그 사건, 나도 기록을 보기는 했는데 전혀 모르겠던데.”
“네가 아는 건 있냐?”
“미린다원칙!”
“미란다라고! 미린다는 음료수고!”
“어? 그거 미린다 아니었어? 미란다였어?”
“눈깔은 폼이냐? 한글 못 읽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그러자 그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큭큭거리면서 웃는 고연미.
“왜 그러십니까?”
“아니, 노 변호사님이 의외로 이런 상황에 약하다 싶어서요.”
“약하다고요?”
“네. 상대방이 악의 없는 무식을 뽐낼 때는 방어를 잘 못하시네요.”
“끄응…….”
노형진은 신음을 내면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으니 이제는 일해야 할 시간이다.
“이곳이 마지막으로 찍힌 곳이라 이거죠.”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찍힌 곳.
노형진은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왼쪽으로 가면 톨게이트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에 보면 차는 오른쪽 차선으로 붙어 있어요. 즉, 톨게이트로 가지 않았다는 거죠. 왜일까요?”
노형진은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을 보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요. 이해가 안 가요.”
거기서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가면 톨게이트가 있다.
그런데 레드윙스는 직진을 선택했다.
“내가 한번 볼까?”
“보면 아냐?”
“아니.”
“근데 왜?”
“그래도 검사잖아. 영상은 찍어야지.”
뒤에서 돌아가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이는 오광훈을 떨떠름하게 바라보다가 서류를 넘기는 노형진.
옆에서 오광훈이 진중한 얼굴로 지도를 살폈다.
그런 오광훈에게 노형진은 한마디를 건넸다.
“지도 거꾸로 들었다.”
“아…….”
“호호호호.”
“끄응…….”
노형진은 신음을 내면서 갈림길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제법 많은 차들이 다니는 갈림길.
하지만 대부분의 차들은 왼쪽으로 빠지지, 오른쪽으로 빠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이 앞에는 뭐가 있지?”
“어디 보자…… 작은 동네 몇 개 있는 것뿐이네. 혹시 멤버들의 고향이 그쪽이거나 그런 거 아냐? 그러면 잠깐 들렀을 수도 있잖아.”
“애석하게도 아니야.”
이미 멤버들의 고향도 확인했다.
그들의 고향은 전혀 다른 곳이고, 이 앞으로 갈 이유가 없다.
“동네를 가로지를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그러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는 그때, 오광훈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다른 톨게이트로 간 거 아냐?”
“다른 톨게이트? 그럴 리 없지. 여기서 1킬로미터만 들어가면 톨게이트야. 그런데 다른 톨게이트는 27킬로미터나 더 가야 한다고. 그런데 누가 거기까지 가?”
“아……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구박을 해?”
“아, 진짜…….”
노형진이 오광훈과 티격태격하는 그때 고연미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잠깐만요. 다른 톨게이트요? 다른 곳도 있다고요?”
“있네요, 여기.”
직진하면 분명 다른 톨게이트가 지도상에 나온다.
하지만 그쪽으로 가려면 시골길을 제법 달려야 한다.
“그쪽을 타려고 한 거 아닐까요? 그렇게 가다가 일이 터진 거고?”
“그럴 리가요.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게 빙 돌아서 가면 시간만 더 걸리는…….”
별생각 없이 부정하던 노형진의 머릿속이 문득 하얗게 변해 갔다.
지금껏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생각난 것이다.
“톨게이트는…… 다 다르지요.”
“네?”
“잠시만요. 확인해 볼 게 있습니다.”
노형진은 서둘러서 인터넷을 열어서 뭔가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다가가서 그 뭔가를 내비에 찍어 보고 눈을 찌푸렸다.
몇 가지를 확인한 노형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거였나.”
“네? 그런 거라니요? 이유를 알아냈나요?”
“네…… 우리가 실수했네요. 톨게이트라는 존재만 신경 썼지 그 사이즈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네?”
“이걸 보시죠.”
노형진은 사진을 펼쳐서 톨게이트의 로드 뷰를 불러왔다.
“우리는 나갈 수 있다만 생각했죠. 하지만 들어오는 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들어오는 거요?”
“네. 톨게이트는 보통 넓지요. 하지만 그 후에는 다시 좁아집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유조차 전복 사고가 나서 폐쇄되어 버린 메인 톨게이트.
로드 뷰로 봤을 때 그곳은 왕복 16차선쯤 되는 공간이었다.
“대구로 가는 메인 도로니까 이렇게 넓습니다. 하지만 이 도로는 아니죠.”
노형진은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톨게이트를 로드 뷰로 불러왔다.
“차선이 네 개뿐?”
“메인 도로가 아니니까요.”
대구 옆으로 빠지는 작은 톨게이트.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당연히 평소에는 출입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통로가 확실하게 좁아집니다. 거기에다가 거기까지 가는 길도 문제지요.”
메인 톨게이트는 일방만 8차선인 데 반해 이쪽은 양방 다해도 4차선밖에 되지 않는다.
“사고 소식을 듣고 나오는 차들이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거기에다 이 앞에는 신호등이 있고요. 사고가 난 쪽은 차들을 통행시킬 수 없으니, 그 앞까지 갔던 차들을 모조리 이쪽으로 다시 돌렸을 테고.”
“아!”
이곳은 어마어마한 정체가 발생했을 것이다.
단순히 10분, 20분 정도의 정체가 아니라, 톨게이트에서 나가는 데에만 시간 단위로 정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아까 차에는 왜 가 보신 거예요?”
“내비를 찍어 봤습니다, 어디로 안내하나.”
당연히 내비는 이곳으로 안내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비를 보고 다니는 현대이니 그들은 내비를 따라 이곳으로 몰렸을 것이다.
“매니저는 상황을 알아챈 거죠.”
이곳으로 빠져나가면 답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로드 생활을 오래 한 전문 매니저입니다. 아마도 이 앞에 다른 톨게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매니저 중 가장 하급이 바로 로드 매니저다.
로드Road 매니저.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주요 업무가 운전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세 개나 되는 그룹을 담당해서 전국을 다녔으니 길을 잘 알 테고.”
“정체를 피하려고 했겠네요.”
길이 거칠기는 하지만 27킬로미터만 가면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새로운 톨게이트가 있다.
그리고 그 정도는 20분이면 간다.
어차피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달리는 방향과 같으니 손해는 5분 정도.
“그래서 이쪽으로 향한 거군요.”
내비게이션과 사람들의 군중심리가 쏠리면서 만들어 낸 정체.
그리고 그걸 피한 매니저.
“그러면 남은 건…….”
노형진은 앞쪽에 있는 좁은 도로를 바라보았다.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내는 것이군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무언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데?”
몇 번이나 그 길을 왕복했다.
하지만 특이 사항은 없었다.
“당연한 거 아냐? 벌써 몇 년 전 사건이야. 증거가 남아 있을 리 없지.”
노형진은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염병할.’
몇몇 의심스러운 곳에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사용해 봤지만 역시나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
그 사이에 몇 개의 작은 마을이 있었다.
하지만 그쪽으로 갈 이유가 없다.
설사 갔다고 해도, 그런 작은 마을에서 일이 터졌다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한다.
“확인해 봤어요. 하지만 몇 년 동안 그런 대형 사고는 난 적이 없대요.”
“역시나 그렇군요.”
고연미는 노형진을 대신해서 마을을 뒤지고 다녔다.
일단 외부적으로 그녀가 드러나야 하니까.
하지만 역시나 관련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저 지역은 CCTV를 확인하지 않았죠?”
“이쪽 방향으로 온 것조차도 몰랐는데 확인했을 리 없죠. 그때 영상이 지금까지 있을 리도 없고.”
더군다나 작은 동네라 CCTV가 없는 곳이 많다.
“이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어째서 이쪽으로 왔는지는 알아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오는 길에 CCTV도 없고.”
심지어 과속 방지 카메라 하나도 없다.
“미래의 재개발을 위해 미리 만들어 둔 톨게이트라는 건데…….”
“이대로 국도 타고 쭉 올라간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을까요? 이쪽으로도 사람이 몰린 걸까요?”
이곳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음 톨게이트로 넘어가려고 한 걸까?
“아니에요. 그럴 가능성은 낮아요.”
다음 톨게이트는 더 멀다.
더군다나 서울 방향도 아니다.
즉, 빙 돌게 되는 셈이다.
거의 100킬로미터를 더 돌게 되는 셈인데, 그러면 시간을 너무 까먹는다.
“내가 매니저라면 말이에요, 어서 가서 아이들을 쉬게 해 주고 싶을 거예요. 금이야 옥이야 내가 키우는 애들이니까. 거기에다 스케줄을 보면 말이죠, 그다음 날도 행사가 있어요. 고 변호사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스케줄?”
고연미는 이미 그걸 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만일 그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한다면 아무리 못해도 6시경에는 일어나야 해요. 연예인이 딸랑 가서 노래만 부르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머리하고 화장하고 다 준비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지요. 더군다나 이거, 큰 행사예요. 선배 가수들도 많이 오는 행사인데, 이런 경우 신인은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를 드리는 게 예의예요.”
고연미는 아이돌 때의 경험을 더듬으며 간략하게 말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아침 6시도 이른 시간은 아니고요.”
“그렇다면 아예 그쪽에서 자는 건 안 되나? 아니, 호텔이 넘치는데 뭐가 문제인지.”
세상모르는 오광훈의 말에 고연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아이돌 머리가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에요.”
익숙한 사람도 한 시간씩 잡고 있어야 하는 게 아이돌 머리다.
머리뿐만 아니라 화장도 해야 하는데, 그걸 능숙하게 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아이돌은 같은 콘셉트를 유지해야 하는데, 동네 미용실에 가서 ‘아이돌 머리 해 주세요.’라고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해 줄 수 있을 리 없다.
“어디서든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으면 코디가 왜 필요하고 헤어 디자이너가 왜 필요하겠어요.”
결국 평소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돌은 원래 가던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돌들이 지방으로 갔다가도 기를 쓰고 다시 올라오는 거예요. 사실 오늘은 부산, 내일은 대구, 그런 식으로 행사 있으면 맘 같아서는 근처에서 자고 싶죠. 행사 다닐 정도로 성공했으면 호텔비가 부담스럽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까 다시 올라오는 거죠.”
결국 매니저 역시 기를 쓰고 데리고 오려고 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뭔 일이 터진 거지?”
노형진이 도로 가운데서 양옆을 살펴보는 그때, 저 멀리 몇 대의 차량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어어? 이런 미친!”
좁은 도로이기 때문에 속도제한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차들은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무서운 기세로 내달려왔고, 노형진은 기겁을 하며 도로 옆으로 뛰어들었다.
부웅! 붕!
분명히 노형진을 봤을 게 뻔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매섭게 내달렸고, 오광훈은 그런 차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런 개새끼들아! 뒈지려고 작정했어! 어! 지금 검사 쉽게 보냐! 이 씹쌔끼들! 죽여 버린다!”
멀어지는 차량들.
그건 다름 아닌 ‘렉카’라 부르는 견인차들이었다.
“저거 뭐야?”
사람이 있든 없든 내달리는 그들을 보고 노형진은 어이가 없었다.
“저것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모르겠어요.”
“이 씹쌔끼들, 내가 가서 족치고 만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오광훈과 당황해서 쓰러져 있는 노형진.
그리고 멀어지는 차들을 바라보는 고연미.
문득 노형진은 등에서 진땀이 흘렀다.
“어쩌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낸 걸지도 모르겠네요.”
“네?”
“알아볼 가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노형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고연미는 그런 노형진을 보다가 저편에서 씩씩대고 있는 오광훈에게로 눈을 돌렸다.
“일단 검사가 도와주면 참 좋겠네요, 저렇게 복수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노형진은 소리 지르는 오광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소원, 들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