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2)
“북해도라.”
“제가 봐서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요? 역시 노 변호사님은 대단하십니다. 우리는 이런 것까지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노형진은 뇌물을 주고 그가 투숙한 날짜에 유료로 구입한 영화 목록을 받았다. 아무래도 호텔에서는 매월 정산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노형진은 기억 속에서 그가 북해도 관련 영화를 많이 찾아봤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호텔을 통해서 그 기록을 받아 냈다. 그리고 권강수에게는 그걸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북해도는 이구환에게 전혀 다른 새로운 곳입니다. 당연히 걱정되었겠지요. 그러니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 이런 영화들을 골랐을 겁니다.”
“북해도……. 북해도……. 그런데 너무 넓지 않습니까?”
“사람이 없는 곳을 골랐을 겁니다. 아마도 외딴 농장이나 그런 것이겠죠. 북해도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습니다. 당연히 한국인이 돌아다니면 눈에 띌 겁니다.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작은 농장같이 인적 드문 곳을 고를 겁니다.”
“그런가요?”
“네.”
한국 사람이 아무리 일본어를 잘 배워도 일본 사람이 듣기에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일본 사람이 한국어를 잘 배워도 한국 사람이 듣기에는 다르듯이 말이다. 더군다나 이구환은 일본어를 하기는 하지만 아주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는 딴에 구애라고 마이 소라한테 이야기했겠지만 마이소라는 그걸 거의 요구나 협박으로 받아들인 것이고 말이다.
“그렇게 티가 납니까?”
“많이 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관동대지진 당시에 벌어진 오십 원 오십 전 학살 사건이죠.”
“오십 원 오십 전 학살 사건?”
“네.”
일본에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정부는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한국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거나 사람을 죽이거나 방화해서 일본인들을 죽이려고 한다는 거짓말을 유포시켰고 방어라는 이름으로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하여 한국인들을 무차별 학살하였다. 이때가 일제강점기인지라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았기에 살기 위해서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그때 일본군이 쓴 방법이 바로 오십 원, 오십 전이라는 한자를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어로 읽으면 ‘쥬고엔 고짓센’이라고 발음되는데 한국인이 발음하면 특유의 버릇으로 인해서 약간 다르게 발음되었다. 그러면 무조건 죽여 버리는 잔악한 학살극을 벌였다.
“하여간 그런 상황이라면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분명 어딘가 작은 농장에 숨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농장을 어떻게 찾는단 말이죠?”
수많은 농장이 있는데 그중에서 어떤 사람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네?”
“이 사건에서 우리를 이끈 건 이구환의 성적 취향이죠. 그걸 따라가면 됩니다.”
“성적 취향?”
“그 녀석은 심각한 포르노 중독입니다. 당연히 성인 채널을 신청하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성인 채널을 다수 신청한 곳을 일단 의심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
아무리 일본이라고 해도 죄다 성에 환장하지는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결국 유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농장이라면 일을 해야 하니 신청해 봐야 한 개, 많아야 두 개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구환은 농사를 지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어디서 일을 할 것도 아닐 겁니다. 하루 종일 집에 갇혀서 지내야겠지요.”
“그렇군요. 아마도 상당한 양의 성인 채널을 신청했을 가능성이 높네요.”
“그것만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녀석이 있는 곳을 특정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권강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들은 누구도 찾지 못하고 심지어 중국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중국만 뒤졌다. 그런데 노형진은 순식간에 그를 찾아내고 거의 근접하기까지 했다.
“그 녀석은 조만간 우리 손에 들어올 겁니다.”
노형진은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토사구팽 (1)
“진짜 춥네요.”
아직은 한겨울이다 보니 북해도는 엄청나게 추웠다. 그리고 도시 바깥으로 나가자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넓은 눈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밭이었다.
“이 정보가 확실한 걸까요?”
“확실하면 좋겠지만 그러길 기대해야지요.”
노형진이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자 대룡에서는 모든 선을 다 동원해서 해당 지역 내에서 갑자기 성인 방송을 많이 신청한 곳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일주일 사이에 무려 열다섯 개나 되는 유료 성인 방송 채널을 신청한 작은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보통은 한두 개, 많아 봐야 다섯 개를 안 넘는 상황에서 무려 열다섯 개나 되는 유료 채널이 신청된 것은 특이한 일이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곳에 이구환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그 녀석을 잡고 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다만 데리고 가는 게 문제이기는 하네요.”
자신들은 경찰이 아니다. 물론 고소하기는 했지만 아직 정확하게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인인도 조약으로 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겁을 주든 협박을 하든 설득을 하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과연 움직이려고 할까요?”
“하도록 해야지요.”
그러면서 노형진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자신들의 차량을 따라오는 다른 차량들이 보였다. 현재 성화도 그곳에 경호원들을 배치한 상황이기 때문에 싸움은 피할 수 없으니 그걸 위해서 추가적인 인원을 데리고 온 것이다.
‘응? 뭐지?’
그걸 보던 노형진은 뭔지 모를 위화감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데……. 뭔가…… 이상.’
그리고 다음 순간 뭐가 이상한 건지 한 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하얀 설원 위를 달리는 시커먼 자동차들. 무심결에 차를 빌리다 보니 하필이면 자신들이 선택한 색이 검은색이었던 것이다. 물론 검은색은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색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는 하얀 설원이라는 것.
“이런 젠장! 얼마나 남았어요?”
“네?”
“거리 말입니다! 얼마나 남았어요!”
“2킬로미터 남았는데요?”
“이런 염병할!”
노형진이 갑작스럽게 그렇게 반응하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차 색요! 너무 검은색입니다. 설원에서는 너무 튄단 말입니다.”
“아차!”
그제야 권강수는 아차 했다. 하얀 설원을 세 대의 시커먼 차들이 달리고 있으니 눈에 안 들어올 리가 없다.
“어쩌지요?”
“끄응…….”
돌아가기에는 너무 가까이 와 버렸다. 안 봤다면 모르지만 봤다면 도망갈 가능성이 너무 높다.
‘돌아가서 기회를 노려?’
하지만 자신들을 봤다면 어디론가 도망칠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자신이 기억을 읽는다고 해도 찾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에 일본이 아니라 전혀 다른 제 3국으로 가 버리는 경우에는 아예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달려요! 최대한!”
“네?”
“이렇게 된 이상 기습은 물 건너갔습니다. 달려요!”
그 말에 급가속을 하는 선두 차.
부아아앙.
선두의 차량이 급속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자 무전기로 연락받은 다른 사람들도 차량을 빠르게 몰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망원경을 꺼내서 농장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젠장, 역시 걸렸어.’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벌써 바깥에 차가 나와 있거나 시동을 거는 등 도망갈 준비를 하는 게 보였다.
“도로를 막아요! 어차피 눈밭이라 도로만 막으면 도망은 못 갑니다.”
그 말에 세대의 검은색 승합차가 나란히 달리면서 도로를 틀어막았고 유일한 도로가 막히자 그쪽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어나는 듯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흉흉한 무기들이 손에 들려 있었다.
“끄응.”
노형진은 신음성을 흘렸다. 최대한 기습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한 것이다.
“숫자가 적지 않군요.”
듣기로는 두 명이 따라다닌다고 했는데 여기서 보니 못해도 열 명은 되어 보였다.
“이쪽이 많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권강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숫자가 많다고 해도 아주 근소한 차이다. 노형진을 빼고 나면 열세 명. 방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조심하십시오. 이구환이 도망치기 전에 잡아야 합니다.”
“어차피 사방이 눈밭입니다. 도망 못합니다.”
권강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죽장갑을 끼었다.
“다들 준비해! 절대로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네!”
급속도로 달려가는 차량은 바로 코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멈췄고 차가 멈춤과 동시에 차에서 경호원들이 뛰어내렸다.
“야! 밟아! 죽여!”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오는 남자들. 그걸 보고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조폭인가?’
하는 행동이나 그런 걸 봐서는 정상적인 경호 훈련을 받은 사람은 아니었다.
“뒈져, 씨발아!”
각목을 휘두르면서 다가오는 남자. 권강수는 자신의 윗도리를 벗어서 그대로 각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으헉!”
싸움이 안 될 것 같은 일이지만 사실 권강수는 주머니 안 에 지갑같이 무거운 물건을 넣어 둔 상태였고 그 덕분에 휘리릭 돌면서 각목을 감싸 버렸다.
“젠장.”
조폭은 그걸 당겨 봤지만 그건 꿈쩍도 하지 않았고 도리어 권강수가 그를 당겼다.
“어어.”
순식간에 당겨 오는 조폭의 얼굴에 권강수는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날렸고 당겨오는 힘에 더불어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맞은 조폭은 코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 녀석들, 별놈들 아니다! 빨리 잡아!”
“네!”
여기저기 난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노형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숫자가 많은 데다가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날카로운 살기가 노형진을 덮쳤고 노형진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그 위로 휭 하는 소리와 함께 쇠 파이프가 소리를 내면서 지나갔다.
“씨팔!”
노형진이 고개를 들었을 때 조폭 중 한 명이 노형진을 노리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런 염병.’
노형진은 격투술을 배운 적은 없었다. 아니, 설사 배웠다고 해도 조폭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지?
노형진은 그가 휘두르는 쇠 파이프를 이리저리 구르면서 피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싸움은 완전히 난전이 된 상태여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좀 뒈져! 이 새끼야!”
노형진이 계속 피하자 짜증이 난 듯 남자는 아예 집요하게 노형진만을 노리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대로 집의 코너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거기 안 서!”
남자는 그런 노형진을 따라서 집으로 뛰기 시작했고 노형진이 코너로 숨자 볼 것도 없이 코너를 돌아서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노형진이 노리는 것이었다.
“으아아악!”
노형진은 코너를 돌자마자 몸을 낮추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먹질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 본능적으로 휘두른 쇠 파이프에 맞으면 손해는 자신이 볼 테니 코너를 돌자마자 몸을 낮추고 그대로 넘어오던 남자의 다리를 걸어 버린 것이다.
“크악!”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조폭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고 쇠 파이프도 그의 손의 벗어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싯팔.”
그는 코피가 줄줄 흐르는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이 씹 쌔끼가 뒈지려고 작정했구나?”
그의 눈에 광기를 본 노형진은 바닥에 떨어진 쇠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피식 웃었다.
“아가야, 네가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냐? 사람 죽이는 거, 보통 일이 아니다.”
하긴 노형진의 외모는 누가 봐도 아주 어려 보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잘못 생각한 게 있었다.
“그거 별거 아닐 것 같은데?”
노형진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 남자. 정운찬이었다. 그의 손에는 벌써 피범벅이 된 각목이 들려 있었고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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