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3)
“노 변호사님, 괜찮으십니까?”
“네, 다른 사람들은?”
노형진은 코너 너머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달려왔던 길에 족히 네 명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무릎 부분이 박살 나 있었고 바닥에 누워서 끙끙거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끄응…….”
“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럴 수가 없는 게 그들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그 옆에 있는 남자들이 사정없이 두들겨 팼기 때문이다.
“끄아악!”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 명이 비명을 지르자 그 옆에 있던 남자가 쓰러진 남자의 면상을 그대로 발로 차 버렸다.
퍽!
얼굴이 획 돌아가면서 허공을 날아가는 하얀 물체들.
“입 닥치라고 했습니다. 그 뜻 모릅니까? 영원히 입 닥치게 만들어 드릴까요?”
순식간에 이빨을 왕창 잃어버린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남은 이빨이라고 지켜 보겠다고 자기 입안으로 자기 주먹을 밀어 넣어서 울음소리를 삼켰다.
“으으으…….”
그걸 본 노형진을 따라오던 조폭은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싸고 말았다.
“보면 알겠지? 비명을 지르면 더 고통스러울 거야.”
피범벅이 된 쇠 파이프를 치켜드는 정운찬이었다.
“제…… 제발…….”
위협을 느낀 조폭은 구원을 바라는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조폭질을 하고 남을 등쳐 먹고 다닌 그였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시오패스 앞에서는 맹수 앞의 초식동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권 팀장이 찾습니다.”
노형진이 말리려고 하는 찰나, 정운찬이 말을 먼저 꺼냈다. 즉, 자신의 일이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후우.”
노형진은 잠시 그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죽이지는 마세요.”
“죽이지는 않습니다.”
확실히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평생을 다리 병신이 되어서 절뚝거리면서 살아야겠지만 말이다.
“끄아아악!”
등 뒤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를 애써 무시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가자 싸움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뭡니까?”
권강수는 완전히 질려 버렸다는 얼굴이 되어 노형진에게 다가왔다.
“저희 새론의 경호 팀입니다”
“경호 팀이요? 이건 경호가 아니라 학살입니다.”
“학살은 아니죠. 죽은 놈은 없었으니.”
넓은 마당에는 피를 뚝뚝 흘리는 조폭들로 가득했다. 공통점은 그들의 무릎뼈가 박살 나 있다는 것. 무릎뼈는 박살 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즉, 평생을 절뚝거려야 한다.
“이분들이…… 좀…… 극단적이죠.”
노형진의 계획에 따라서 소시오패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호 팀은 단 하나의 목적만 생각했다. 바로 새론의 변호사들의 보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리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용서란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권강수는 질렸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런 싸움은 보통 팔다리 하나 부러지면 끝난다. 하지만 저들은 집요하게 무릎을 노렸다. 다시는 재기시키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좀 특이한 사람들이기는 하지요.”
사실 이들은 싸움에 들어오기 전 피부에 미리 준비한 국소마취제를 바른 상태였다. 그 덕분에 상대 깡패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전력을 다해서 때렸는데 상대방은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는커녕 히죽 웃으면서 그들이 휘두른 무기를 두 손으로 잡아서 빼앗았기 때문이다. 원래 야수 같은 분위기에, 그런 기괴한 행동까지 더해지니 상대방 조폭들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무기를 빼앗은 경호 팀은 사정없이 조폭들의 무릎을 박살 낸 것이다.
‘후우, 진짜 무섭기는 무섭네.’
소시오패스들은 목적이 부여되면 그걸 이룩하기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듣기는 했지만 싸움이 있을 거라는 말에 어디선가 가지고 온 국소마취제를 바르는 모습을 보고 형진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고용한 형진조차 그런데 그들에 대해서 전혀 정보가 없는 권강수는 어떻겠는가? 아군인데도 불구하고 등이 서늘하고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느낌이었다.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경호원들은 반병신이 된 조폭들을 끌어서 한곳으로 모으는 사이 노형진은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드디어 이번 사건의 주범을 잡을 수 있는 순간이 된 것이다. 그때였다.
“끄아아악!”
갑자기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그 비명이 바깥이 아니라 안. 그러니까 집 안에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뭐야?”
“적이다!”
사람들이 후다닥 집으로 뛰어들려 한 순간 문이 열리면서 손에 회칼을 든 남자 한 명이 튀어나왔다.
“죽어! 이 씨팔 새끼야!”
다짜고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노형진에게 달려드는 남자. 하지만 노형진 역시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돌리면서 달려오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는 그대로 뒤집어 메쳐 버렸다.
“크엑!”
등짝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통증에 그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 통증은 별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렸다. 주변에 있던 경호 팀이 그를 미친 듯이 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보고 절로 욕이 나왔다.
“이런 젠장!”
그의 칼에는 누가 봐도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안쪽에서 싸움이 일어난 적이 없었는 데다가 방금 전 그 비명이 왠지 꺼림칙했다.
“서둘러요!”
그가 두들겨 맞든 말든 노형진은 안으로 뛰어들었고 2층 침실로 들어가는 순간 얼굴에는 절망감이 서렸다.
“젠장!”
침대에 누워서 목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서 바둥거리는 남자. 그는 누가 봐도 이구환이었다.
‘실수했다.’
생각해 보면 이구환은 이번 사건의 키워드이자 가장 강력한 증거다. 과연 그런 그가 성화의 손을 벗어나 다시 대룡에 넘어가게 되었을 때 성화가 그냥 둘 리가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지.’
분명 어떻게 해서든 방해할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말이다.
“당장 나가서 구급차 불러요! 어서!”
노형진은 그에게 다가가서 목의 상처를 틀어막았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피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젠장.’
목을 칼로 그어 버리면 사람은 사실 거의 살릴 방법이 없다. 동맥이 지나가는 데다가 상처를 압박하기 위해서 강하게 누르면 질식하고 약하게 누르면 과다 출혈로 사망하기 때문이다. 즉,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위치라는 뜻이다. 그걸 알고 노린 걸 봐서는 아마도 마지막 그 녀석은 단순 경호원이 아니라 비상시 그의 뒤처리를 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젠장, 이봐!”
노형진은 피가 꿀럭꿀럭 흘러넘치는 그의 목을 잡았지만 그걸 막을 수는 없었다.
“컥컥컥.”
“크윽.”
노형진은 순간 손을 떼고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염병…….”
접촉하는 순간 흘러들어오는 엄청난 공포, 두려움 그리고 죽음의 느낌.
‘젠장.’
그동안 죽음에 대해서는 몇 번이나 영사하면서 읽었지만 그건 다 끝나고 난 후 잔류 기억을 읽은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구환은 죽어 가고 있었고 그 느낌은 과거의 기억을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크으…….”
하지만 노형진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그 순간 노형진이 읽은 기억은 배신에 대비한 그의 방법이었다.
“젠장! 이구환! 어디냐! 증거는 어디에 감춰 둔 거야! 말을 해!”
이구환은 성화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 욕심 때문에 대룡을 배신했지만 그도 성화를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배신할 때를 대비해서 성화와의 통화 내역과 관련 증거들을 모조리 감춰 뒀던 것이다.
“끄르륵!”
그의 기억을 읽어 낸 노형진은 그를 붙잡고 다그쳤다.
“증거들 어디다 뒀어! 이구환!”
“크르륵.”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그였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었으리라 피가 흘러넘치면서 기도는 막혔을 테고 이 정도 칼이 깊이 들어갔다면 성대 역시 상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나.”
구급차가 온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이곳은 아주 멀리 있는 동떨어진 농장이니까 못해도 30분 이상은 걸릴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구환을 살릴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후우.”
노형진은 심호흡을 했다. 이런 경우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사이코메트리. 하지만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다.
“빌어먹을.”
그 찰나의 순간에 노형진의 정신 방어를 뚫고 들어온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죽음의 느낌이 그 정도로 소름 끼칠 정도로 무서웠는데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을 읽어 내지 못하면 대룡은 이번 싸움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하자. 어차피 한번 죽었던 것, 두 번은 못하겠냐.”
천천히 마음을 다잡은 노형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에게 다가갔다. 노형진은 원래 살해당해서 다시 회귀한 것이다. 즉,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어딘가에 죽음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반응은 둘 중 하나다. 그걸 기억하고 적응하든가, 아니면 미쳐 버리든가.
“이구환! 기억해 내, 증거들! 너를 배신한 성화에 한 방 먹을 수 있는 기억을 빨리 떠올려!”
노형진은 그의 손을 잡고 그렇게 유도하면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이 닥쳐왔다.
“으으윽!”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 정도로 위험하다. 더군다나 지금 이구환은 죽어 가는 중이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말이다.
“으으으으으.”
노형진은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두려움, 공포, 절망.
‘도망…… 도망가야 해.’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감정. 하지만 이성은 그런 그의 감정를 잡고 있었다.
‘이번에는 물러날 수 없어…… 절대로. 죽음이 대수냐? 한번 겪어 본 것 두 번 세 번 겪어도 상관없잖아? 난 버틸 수 있어.’
애써 그들의 감정을 이겨 내려고 노력하는 노형진. 다음 순간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독한 공포감에 자신도 모르게 바지가 뜨뜻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싼 것이다.
‘으으으.’
그러나 그거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노형진는 애써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이 이걸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뭐냐? 어떻게 하는 거냐…….’
분명 자신은 한번 죽었던 사람이고 회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는 다 기억하는데 그것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즉, 그 공포를 이겨 낼 만한 뭔가가 있다는 느낌.
‘응?’
이구환의 기억을 읽으면서 내면 깊숙이 들어가던 노형진은 알 수 없는 느낌에 멈칫했다.
‘뭐지? 안도감? 포근함? 죽음이 왜?’
도무지 죽음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작은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은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그 감정에 접촉한 노형진는 갑자기 진정되기 시작했고 그제야 제대로 그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다.
“이구환…… 너를 배신한 성화다. 그 녀석들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 둔 거지? 너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그 말에 동조하는 것인지 원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 도감이 커질수록 이구환은 자신의 기억을 가다듬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그 기억을 따라서 어딘가로 자신이 끌려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냐……. 어디에 감춘 거냐.’
노형진은 그 기억을 읽으려고 최대한 노력했고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이구환 역시 그 기억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다음 순간 뭔가 확 하고 노형진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곳에 대한 기억이 터져 나오자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아까 잠깐 읽은 기억대로 이구환은 관련 증거를 모조리 어딘가에 감춰 두었는데 그게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끄르르륵.”
그 순간 그의 숨이 넘어가면서 그대로 기억이 팍 끊어져 버렸다. 노형진은 재빨리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그대로 얼어붙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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