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66)
“도대체 왜 승진시킨 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불러서 상담해도 되는데 과장급들을 모조리 부장으로 승진시키고 나서 상담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고연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담 자체는 그다지 특이한 게 아니다.
그런데 노형진은 과장급을 모조리 부장급으로 승진시키고 난 후에 면담을 하도록 하게 했다.
그 결과 마진건설은 과장급이 전혀 없고 부장급이 넘쳐 나는 괴상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아, 그거요? 일종의 협상술이죠.”
“협상술요?”
“네. 부장은 공식적으로 신분이 다르거든요.”
“신분이 다르다는 게 무슨 의미죠?”
고개를 갸웃하는 고연미.
하긴, 그녀는 아이돌을 하다가 바로 변호사가 되었으니 사회생활 경험이 없다.
그래서 회사의 직급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과장급까지는 노동자로 분류됩니다. 무슨 의미냐면, 만일 해직하고 싶어도 그를 해직하는 것은 노동법을 거쳐야 한다는 거죠. 그에 반해 부장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부장급이라고 해도 근로자로 취급하는 회사는 많다.
하지만 계약서상의 내부 기준으로 보면, 마진건설에서 부장급은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다.
부장급이 되면 외부에서 스스로 활동해서 공사를 따 오는 대신에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태로, 사용자로서 계약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지요.”
즉, 부장으로 승진하는 순간 그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경우 해직이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대기업의 경우는 해직을 위해 승진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승진을 위한 해직요?”
“네, 모 기업의 경우는 사용자가 이사급부터죠.”
그래서 그 회사에서는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진짜 일 잘해서 하는 승진, 나머지 하나는 적당히 시간 지나면 해직시키기 위한 승진.
“후자가 아무래도 저항이 덜하거든요.”
일단 해직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대기업 이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서 취업이 편한 데다가, 부장급일 때보다 월급이 더 많기 때문에 어차피 잘릴 거 한 푼이라도 더 챙겨서 나갈 수 있어서 곱게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거랑 마찬가지죠.”
“아아.”
일단 부장이 되었으니 노조의 보호나 근로자로서의 보호는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자들.
그들이 비밀을 감추려고 한다고 하면 가차 없이 자를 수 있다.
“다른 이유는 계급의 정체 때문이지요.”
“계급의 정체요?”
“네, 지금 부장이 넘쳐 납니다. 그들의 눈앞에는 현재 선택지가 있는 셈이지요. 위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아래로 내려가느냐.”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위에 빈자리가 생기는 것.
“아하! 그러네요! 빈자리가 생기면 자기가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
“그렇습니다.”
당연히 적극적으로 고발을 진행할 것이다.
반대로 제대로 고발을 하지 않거나 하면 강등되거나 해직당할 수도 있다.
결국 철저하게 저들을 배신하고 유가족들의 편이 되어서 증언을 한 사람들만이 이사가 되거나 부장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건지 어떻게 알아요?”
“과장 자리가 비어 있잖아요? 거기도 채워야 하니까.”
“아아.”
과장 자리가 비어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승진해서 거기를 채워야 한다.
당연히 아래에서는, 승진했던 사람이 다시 강등되어 내려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결국 회사라는 시스템은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는 구조거든요.”
당연히 그 증언을 누군가는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증언에 따라 가치가 없는 부장급들은 모조리 잘라 버리면 그만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강등이죠.”
부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다시 강등이 되어서 돌아간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이 회사 내부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자존심도 상하겠지만, 승진한 과장급들이 있지요. 구조상 그들은 친유가족 파가 될 수밖에 없고요.”
“왕따시키겠군요.”
“나갈 수밖에 없죠.”
끝까지 배신자로 남고자 한다면 결국 나갈 수밖에 없다.
유가족에게 사실을 말하고 증거를 넘긴 사람들은 승진했을 테니까.
“치밀하시네요. 갑자기 왜 부장급으로 모조리 승진시킨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잠깐 월급은 많아지겠지만, 그것도 함정입니다.”
더 많은 돈을 받았던 사람들이 과연 그걸 포기하고 입을 다물까?
조금만 더 하면 이사급이 눈에 들어오는데?
“결국 배신자들이 넘쳐 날 겁니다.”
배신자들에 대한 배신.
그리고 그럴수록 백조수는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기회가 될 겁니다, 후후후.”
* * *
“이거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백조수 일파는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과장급은 자신들이 일을 처리할 때 가장 많이 써먹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지금 부장급이 되어서 자신들의 치부를 유가족들에게 나불거리고 있었다.
“이미 고발이 몇십 개나 진행 중이라고요!”
한두 개도 아닌 수십 개의 고발이 진행되고 있고 증거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증언뿐만이 아니었다.
증거를 없애라고 했는데 몇몇 놈들이 작정하고 빼돌려 둔 것이 있었던 것.
“젠장!”
백조수는 어이가 없어서 욕이 절로 나왔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자기들이 똘똘 뭉쳐서 눈을 가릴 수 있다.
하지만 추용서는 내부 사람이었다.
그러니 감출 수도 없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생각을 한 거야?”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사람을 대표로 선임해서 조사를 시킨다니, 그로서는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많다.
물론 ‘그 법적 처벌을 받고 나서’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천재적인 사기꾼을 자문으로 불러들여서 사기꾼들을 잡은 일이 있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사제 저격총을 만들었던 사람을 나중에 관련 기업이 고용해서 저격총을 개발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보안을 위해 해커를 고용하는 기업은 많다.
“어쩌죠? 이거 이대로는 다 죽게 생겼습니다.”
그들은 부하들이 자신들을 보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먹잇감을 보는 시선.
너는 끝났다며 바라보는 그런 시선.
“지금이라도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고발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들에게 업무는 전혀 오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내부 보고 라인 정리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모를 리 없다.
“새로 온 부사장도 문제입니다. 가차 없이 내부를 정리하고 있어요!”
노형진이 보낸 진짜 전문 경영인.
그는 백조수와 그 일파가 만들었던 주먹구구식의 운영 방식을 모조리 정리하면서 그 안에서 그들이 해 먹던 모든 꼼수를 다 찾아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백조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여기서 버텨 봐야 돌아오는 것은 고발뿐이고 그럴수록 자신들만 비참해진다.
“그만둡시다.”
“그래요, 그만둡시다.”
그들은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고개를 끄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