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090)
“뭐? 그 사람들과 접촉하겠다고?”
“네, 그들과 접촉하겠습니다.”
“미쳤나?”
유민택은 기가 막혔다.
자신을 죽이러 온 이탈리아 마피아.
그런데 그들과 접촉하겠다니?
“그들을 처벌하면 자네가 보복당할 거라며?”
“압니다. 그래서 확실하게 하려고 하는 겁니다. 두한은 그 점을 노린 걸 겁니다. 그들은 제가 유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들이 잡힐 가능성 자체도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노형진이 그들을 제압할수록 노형진과 그들의 원한 관계는 깊어질 것이다.
“아마 종국에 가서는 그들이 극단적 방법을 쓸 수도 있겠지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국내에서 총기류를 쓸 수는 없지만, 일이 그쯤 되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노형진이 출근하는 차량에 대고 기관총을 갈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영약한 놈들입니다.”
“그런데 그들과 접촉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나?”
“됩니다. 현재 그들의 목적은 저를 사고사 처리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런데 그들이 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면 제1 순위 혐의자가 됩니다.”
“자네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이 뭐가 있다고?”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도움을 청하는 겁니다.”
그들은 한국에 공식적으로는 도자기 수입을 목표로 하고 왔다.
그 말은, 좋든 싫든 공식적으로 그들은 도자기 판매 업체와 접촉을 해야 한다는 거다.
“제가 상대 업체의 대리인으로 나가 그들에게 무리한 조건을 걸 겁니다. 그리고 계약을 깰 겁니다.”
“계약을 깬다?”
“어차피 진짜로 수입을 할 것도 아닐 테니까요.”
“아하!”
노형진이 무리한 조건을 걸어서 계약을 깨고, 그 문제로 트러블이 터지면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러면 그들에 관해서 경찰에 기록이 남으니, 만일 노형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경찰은 그 출동 기록을 기반으로 그들을 추적할 것이다.
“사고사 처리가 쉽지 않게 되겠군.”
“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접촉하는 도자기 업체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할지라도 도자기 업체에 선이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대룡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도자기 업체는 싫든 좋든 도와줄 수밖에 없지요.”
“뭐, 그건 어려운 일은 아닌데.”
현실적으로 무슨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니까.
“변호사 노형진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는 대룡이 도움을 요청하는 게 그들로서는 더 부담이 될 겁니다.”
물론 그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해야겠지만 말이다.
“그러도록 하지.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들이 자네를 노리지 않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다음 방법이 있거든요, 후후후.”
* * *
“선불이라고 했습니까? 그건 무리입니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조직원인 미켈레 그레코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기존 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거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과의 거래도 없었던 회사 아닙니까?”
“신흥 회사라니까요.”
“이미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생긴 지 7년이나 된 회사가 신흥은 아니죠.”
‘이런 썅.’
미켈레 그레코는 절로 욕이 나왔다.
자신들의 표적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 신분 자체도 심지어 단순 접촉을 하기 위해 접근한 도자기 회사의 대리인이다.
“최소한 1차분은 선금으로 주셔야 합니다.”
“그런 식의 거래가 어디 있습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요.”
노형진은 미켈레 그레코를 계속 몰아붙였다.
최대한 언성을 높이다가, 싸우고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말이다.
‘어쩔 수 없겠지.’
회사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했지만, 그들이 마피아고 애초에 거래 가능성 자체가 없다는 사실에 움찔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물론 그 대신에 그들의 이탈리아 진출을 미다스가 돕는다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말이다.
“우리 조건은 간단합니다. 1차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선금, 2차 선적분에 대해서도 최소 80% 이상 선금 지급을 해 주셔야 합니다.”
“당신들이 물건을 안 보내면 어쩌려고요?”
“우리 회사는 역사만 40년 전통의 본차이나 전문 기업입니다. 그런 곳이 물건을 안 보낼 리 없지요. 재무제표 역시 보여 드리지 않았습니까? 빚이 총자산의 10% 이하입니다. 우리가 계약을 어그러트릴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쪽이라면 모를까.”
“뭐요?”
“요즘 국제 사기꾼들이 하도 많아서 말이지요.”
“보자 보자 하니까!”
미켈레 그레코는 속에서 열불이 났다.
노형진이 자신들이 암살자인 것을 알아챘을 리야 없지만, 어쨌든 국제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염병.’
문제는 그걸 부정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실제로 시대가 바뀌고, 사기꾼들은 국제적으로 놀고 있다.
거기에다가 자신들이 만든 회사도 말 그대로 이럴 때 쓰는 유령 기업이다.
당연히 실적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도자기가 그렇게 큰 시장도 아닌데 우리가 위험부담을 끼고 거래를 하고 싶지는 않네요.”
아무리 거래 목적 자체가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정거리는 노형진을 좋게 볼 수는 없었다.
“지금 우리를 모욕하는 겁니까?”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거기에 한국 도자기 시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도 힘들고.”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노형진이 표적이니 애초부터 좋게 볼 수가 없고, 노형진은 그런 그들을 도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성이 높아지자 노형진의 계획대로 한 무리의 경찰들이 찾아왔다.
“신고가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어? 뭐야?”
아무리 국적이 다르다고 해도 마피아는 본능적으로 경찰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겁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우리를 위협하시더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언성이 높아진 것뿐입니다.”
“글쎄요. 언성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사기를 치려다가 걸리니까 우리를 위협한 것처럼 들렸습니다만.”
경찰들은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노형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죄송한데 여권을 좀 달라고 해 주시겠습니까?”
세 사람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해졌고, 반면에 노형진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함정을 이용한 함정
“그들이 주변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경찰에게 걸린 게 꺼림칙한 모양이더군요.”
사실 언성을 높여 다툰 자체는 경찰이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노형진이 경찰을 부르도록 이야기를 해 놔서 경찰이 온 것이다.
“아마 당분간은 조심할 겁니다. 저와 트러블이 있는데 제가 죽으면 그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건 알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들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고문학은 걱정스럽게 말했다.
경호 팀이 현재 노형진을 밀착 경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스물네 시간 삼백육십오 일 매일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저들을 잘라 내야 하는데요, 방법이 없습니다. 신고를 하실 생각입니까?”
신고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끝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고문학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신고 안 할 겁니다. 다만 그들의 원한을 제가 아닌 두한으로 돌릴 겁니다.”
“두한요?”
고문학은 깜짝 놀랐다.
대충 상황이 어떤지는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두한이 나오다니?
“두한은 의뢰인 아닙니까?”
“두한은 의뢰인이지요.”
두한이 의뢰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들의 의뢰 목적을 속일 생각입니다.”
“네?”
“두한이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건 사실이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마피아는 모르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만일 두한의 목적이 제가 아니라 마피아라면?”
“네?”
“만일 두한이 제가 아니라 마피아를 노린 거라면요? 과연 마피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가 미국 정부 쪽에 좀 알아보니까, 그들은 미국의 추적을 받고 있는 대상이더군요.”
다만 증거가 없어서 체포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들에게서 정보를 캐낼 겁니다. 정확하게는, 마피아 내부의 정보를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이런 거죠.”
노형진은 사실 진짜 목표가 아니라 미끼일 뿐이다.
CIA가 두한과 손잡고 그들을 외부로 끌어낸 것이다.
그들에게서 정보를 캐내어 마피아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게 가능할 리 없지 않습니까?”
가능할 리 없다.
전통적으로 마피아는 다른 조직들에 비해 훨씬 결속력이 강하다.
스스로를 패밀리라 부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불가능하죠, 보통은.”
노형진은 살짝 웃었다.
“하지만 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