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01)
가장 먼저 접촉한 것은 검찰이었다.
“이거 오광훈 검사가 건진 사건입니다. 아시죠?”
“압니다만.”
“그런데 오광훈 검사한테 사건을 조사했다고 징계 준 게 소문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오광훈이 발끈해서 원장을 두들겨 팼지만, 다행히 원장의 범죄 사실이 너무 극악해서 도리어 빼도 박도 못하고 오광훈이 발굴한 사건이 되어 버렸다.
“끄응.”
“오광훈 검사가 지검장이랑 친한 거 아시죠? 그분한테 보고는 하신 건가요?”
“원하는 게 뭡니까?”
듣고 있던 부장검사는 눈을 찌푸렸다.
“외부에 안 터트릴 테니까 일단 오광훈 검사 3개월 감봉한 거나 무효로 만들어 주시죠. 아니면 오광훈 검사가 아동 학대 조사하는데 윗선에서 징계 먹였다고 발표하겠습니다.”
“후우, 노 변호사님. 이렇게 검찰이랑 서로 날 세워야겠습니까?”
부장검사는 어떻게 해서든 노형진을 설득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검찰이랑 변호사랑 친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노형진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검찰이랑 날 세우는 게 아니라 당신네 파벌이랑 날 세우는 거죠. 안 그런가요?”
검찰 내부에도 새론의 스타 검사 전략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번 징계를 이끌어 낸 것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겠지.’
승진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인데 실적으로 보나 외부에 드러나는 이미지로 보나, 스타 검사들이 훨씬 더 유리하다.
그러니 그들이 좋게 볼 수가 없다.
‘그럼 제대로 일을 하든가.’
스타 검사의 본질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억울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
그것만 제대로 하면 스타 검사가 된다.
그런데 저들은 정작 그건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승진 자리를 빼앗긴다고 징징거리는 것이다.
“아니면 발표할까요? 위에서 뭐라고 할까요?”
바보도 아니고, 자기 파벌 아니라고 무리하게 징계를 한 것이 드러나면 아마 위에서도 저들의 파벌을 가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역으로 저들에게 징계를 먹이겠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네, 뭐. 그러면 저도 기자랑 이야기를…….”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취소할 테니까…….”
전화기를 꺼내 드는 노형진의 행동에 다급하게 책상 너머로 손을 뻗어서 말리는 부장검사.
그는 속으로 이빨을 갈고 있겠지만, 칼자루는 이쪽에 있었다.
‘채찍질은 이쯤 하면 된 것 같고.’
노형진은 바보가 아니다.
물론 스타 검사 전략이 성공하면서 이쪽에 실적을 밀어줘야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저쪽에도 뼈다귀 정도는 던져 줘야 한다.
그의 말마따나 적을 많이 만들어서 좋을 게 없다.
‘더군다나 이건은 오광훈이가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세무 관련 기록을 파고 조사하기 위해서는 오광훈이 그 기록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당연히 넘겨줘 봐야 오광훈이 그걸 파고들 방법이 없다.
“물론 우리만 살자는 게 아닙니다. 아동 학대 건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건이 있는데 어떻게, 조사해 보시겠습니까?”
“비슷한 건?”
“네.”
노형진의 말에 부장검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사건은 이미 전국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비슷한 건수 하나만 털어 낸다면 스타 검사처럼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적당한 건이 있습니까?”
“네. 어떻게 보면 말이죠, 더 큰 건입니다.”
“더 큰 건이라 하면?”
“아동 학대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 건수죠.”
“그게 뭡니까?”
부장검사는 노형진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자 자신도 모르게 함께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탈세죠.”
“탈세?”
“네. 탈세와 포대 갈이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오광훈 검사가 청구한 영장은 기본적으로 아동 학대에 관련된 것뿐이죠.”
부장검사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떠올랐다.
아동 학대도 충분한 실적이 되지만, 노형진이 말한 건수도 절대 작은 게 아니다.
아니, 인사고과로 치면 이쪽이 더 높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영장을 청구하려면 관련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그런 게 있습니까?”
아무리 힘이 빠진 상대방이라고 해도 자신들의 탈세 기록을 남기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조작을 했을 테고, 설사 하지 않았다고 해도 영장이 나오지 않게 힘쓸 것이다.
“입증을 해 줄 사람이 있지요, 후후후.”
노형진은 눈을 반짝거렸다.
* * *
“분유를 기증하신 거 맞죠?”
“네, 맞습니다.”
노형진은 검사와 거래를 하고 바로 분유 회사를 찾아갔다.
‘이미지가 좋은 회사지.’
분유는 기본적으로 고가에 속한다.
그래서 보육원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분유 회사에서 직접 구입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 분유 회사는 일정 부분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처리하지.’
기부해서 세금도 낮추고 사회적 책임도 다한다는 전략이다.
가령 분유 백 개를 주문하면 기부로 백 개를 더 주는 식이다.
“그런데 그게 다 어디로 갔을까요?”
“글쎄요. 저도 그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분유 회사의 담당자는 눈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분유를 공급하던 보육원에서 대단위 아동 학대가 벌어졌다.
그런데 그곳에는 분유를 먹어야 하는 애들도 있었다.
“그 보육원에서 빼돌린 양은 절대 적은 게 아니지요.”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분유를 먹는 시간 간격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다.
최소 하루에 일고여덟 번은 먹여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한 번 먹였죠.”
그렇게 네 번만 먹인 거다.
“절반의 분유가 사라진 거죠. 그 부분을 그대로 두고 보실 겁니까?”
분유 회사의 담당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걸 창고에 쌓아 두지는 않았겠지요.”
“외부로 팔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그건 그러네요. 하긴, 창고에 쌓아 두고 썩게 만들지는 않았겠지요.”
분유 한 통에 4만 원씩 한다.
백 개만 해도 400만 원이다.
이미 포대 갈이를 한 부분은 확정되어서 수사 중이라고 들었다.
그건 증언이 워낙 많으니까.
“하지만 분유를 먹는 애들이 증언을 하겠습니까, 아니면 신고를 하겠습니까?”
“씨발 놈의 새끼들.”
담당자는 얼마 전 본 자신의 손주가 생각났다.
먹는 걸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
그런 애들을 굶기고 분유를 팔아먹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 그놈들이 그걸 염가로 팔아먹으면 회사의 판매량에 차이가 심하겠지요.”
“아!”
그는 아차 싶었다.
당연히 그들이 판 건 시중으로 돌 테고, 그걸 파는 놈들이 있으면 자신들이 정가로 파는 분유는 판매될 리 없다.
“잠시만요. 김 과장, 전에 그 보육원 지역 판매 기록 좀 가지고 와 봐.”
다행히 지역별로 판매량을 집계해 둔 것이 있었다.
그가 그걸 받아 들고 살피자 노형진은 슬쩍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그 지역의 어린이집 목록입니다. 비교해 보면 대충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노형진은 히죽 웃었다.
사실 분유 회사에서 지역별 판매량은 가지고 있겠지만 지역별로 아이들이 얼마나 사는지 정보는 없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어린이집 목록만 있으면 대충 수량은 맞출 수 있지.’
물론 라이벌 회사의 점유율 같은 것도 있겠지만 그건 비슷하게 드러나지, 일정 지역에서 자기네 판매량이 급감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비슷한 지역에 비해 우리 분유의 판매량이 훨씬 적네요.”
비슷한 규모의 지역보다 절반 또는 그 이하 정도의 판매량.
“아무리 라이벌 회사를 감안한다고 해도 이건 좀 과한데?”
담당자는 눈을 찌푸렸다.
일이 이쯤 되면 자신들이 기증한 분유가 외부로 흘러갔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고발을 해 봐야겠습니다.”
이런 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한 곳에서 이러면 다른 곳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러면 이쪽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노형진은 미리 준비한 명함을 슬쩍 내밀었다.
“이건?”
“아는 검사님 연락처입니다. 세무 쪽으로 털 준비를 하고 계시니까 연락하시면 도와드릴 겁니다.”
노형진은 살짝 웃었다.
그들에게는 세무조사를 할 핑계가 필요할 것이고 분유 회사는 충분히 그 핑계가 될 것이다.
고발이 들어가면 물건을 추적할 수밖에 없고, 물건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서류를 들추어 볼 수밖에 없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법인지라 어쩔 수 없지.’
사람들은 영장이라고 하면 다 되는 줄 알지만 사실 영장의 한계는 뚜렷하다.
가령 수색영장의 경우 그 건물 안에서 발견된 건 확인할 수 있지만, 계좌를 열어 보거나 서류에 나온 걸 추적할 수는 없다.
그걸 위해서는 따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물론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신청하면 다 나오겠지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오광훈은 그런 전문적인 탈세와 세무조사를 할 능력이 안 된다.
그렇다고 그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원래 뼈다귀에 살이 붙어 있어야 사람들이 붙는 법이지.’
3개월 감봉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사건을 넘겨준다고 하자 한자리 차지하고자 한 상대방은 그걸 받아들였다.
‘사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저들은 어찌 되었건 원장의 청탁을 받아서 움직였다.
오광훈이 전담으로 조사하면 그게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낀 이상 원장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은 거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혼까지 털어 주십시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를 속인 게 있다면 모조리 털어 낼 겁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계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 그러면 다음은 기저귀 회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