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1)
“인정할 수 없습니다.”
노형진은 상대방의 말에 기가 막혔다.
“인정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범인이 자수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원고 측의 인정 여부는 의미가 없을 텐데요?”
“아닙니다. 그 위조범인 장상필은 여러 전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동양화 위주의 위조범이고 단 한 번도 유화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유화를 만들어서 자수한다니요? 그건 이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유화를 만들어서 자수한 게 아니라 유화를 만들어서 팔았다고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요. 그에 관련된 기록에 따르면 그는 동양화 전문이지 유화 전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수한 것은 명백하게 누군가가 사건을 조작하고 하는 뜻일 겁니다.”
‘이런 미친.’
저들은 아예 자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저들이 말하는 누군가라는 건 자신들을 뜻하는 거라는 사실을 모를 노형진이 아니었다.
“우리가 사건을 조작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겁니까? 천강우 화백은 예술가입니다. 예술가의 혼을 알지도 못하는 원고가 예술을 평가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실 이 재판에서 이긴다고 한들 천강우 화백은 그다지 이득이 없다. 자신이 그린 게 아니니 돈을 받을 것도 없고 기껏해야 자존심을 지키는 것일 것이다. 그나마도 치매가 왔다고 하니 몇 년이나 갈지 모르는 상황. 그런데 그가 자수하려면 상당한 돈을 받아야 한다는 가정이 생기는 건데 그걸 즐기겠다고 수억씩 주면서 그를 자수시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원고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에 관련된 전과 기록 조회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그는 동양화 위조에 관련된 전과뿐이지, 서양화에 관련된 전과는 없습니다.”
심지어 판사까지 원고의 편을 들어 주는 상황.
“동양화 전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양화 관련 범죄만 걸렸다는 뜻이지, 그거 서양화에 관련된 능력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사실 노형진은 그에 대해서 은근 슬쩍 영사했고 그 결과 그가 원래 서양화 전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화 문제로 걸렸던 것은 돈이 급한 상황에서 섣불리 동양화 위작을 만들어서 팔았기 때문이지, 실질적으로 서양화 위작으로는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는 실력가 였던 것이다.
“증거가 없잖습니까?”
상대방은 깐죽거리면서 바라보자 노형진은 혈압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아, 진짜 좆문가질 아주 끝판왕이네, 개새끼들.’
원래 소송은 변호사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할 수 있으며 그걸 대리해 주는 것이 바로 변호사이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서 상대방, 즉 국립중앙박물관과 평론가라는 인간들은 변호사 없이 사건을 진행했다. 그 논리가 웃긴 게 고작 변호사들이 예술가들의 심오한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게 저런 식이냐?’
문제는 그들이 예술가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변호사 없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데에 반해 정작 자신들이 변호사들의 세계를, 아니 법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더군다나 말로는 예술이 어쩌고 하지만 자기들 스스로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가짜들에게 예술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재판장님, 이 사건은 명백하게 피고 측이 조작한 사건입니다.”
“원고 측, 이번은 말이 좀 심합니다.”
보다 못한 판사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로 그들은 오로지 우기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경고가 나오면 사과하기 마련인데 상대방은 그런 게 없었다.
“하지만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저희는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수차례의 검증을 거쳐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저쪽은 치매에 걸린 노친네 한 명만이 있을 뿐이고 그나마 증거라고 내놓은 것이 동양화 전문 위조범 하나뿐입니다.”
“원고! 말조심하세요! 치매 걸린 노친네라니요! 지금 당신들이 고소한 사람들은 당신들이 원작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할 정도로 유명한 예술가입니다!”
“그래서요? 그걸 인정하는 건 우리입니다. 만일 우리가 위작이라고 하면 그건 위작인 거예요. 당신이야말로 그걸 모르는군요.”
‘저런 개 같은…….’
저들이 저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는 이유. 그건 대한민국의 잘못된 구조에 있다. 작품에 대한 가장 큰 권리자는 원작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게 아니다.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인정하면 그건 원작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작으로 판명되며 그걸 판 원작자는 처벌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라 저들은 자연스럽게 절대적인 위치에서 예술가들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만 해도 그렇습니다. 수십 명의 평론가들이 그 작품을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한꺼번에 그렇게 속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불가능합니다.”
자신들은 틀리지 않는다는 지독한 아집. 믿음을 넘어서 신념이 되어 버린 생각들.
‘쯧쯧.’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이 유통되는 단계에서 흐르는 돈을 쫓는 녀석들.
“재판장님, 피고 측은 사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한 채로 명확하지 않은 증거만을 가지고 해당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싸워 봐야 의미가 없으니 재판장님께서는 고견으로 이 사건을 끝내 주시기 바랍니다.”
“재판장님, 세상어디에 원작자가 인정하지 않는 원작이 그 사람의 이름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원고 측의 주장은 말도 안 됩니다.”
“흠…….”
판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확실하게 마음이 굳어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재판을 끌 이유가 없을 것 같군요. 다음 변론 기일까지 피고 측이 만들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바로 결심하겠습니다.”
“이런 젠장!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도대체 얼마나 받아먹은 거야?”
노형진은 사무실로 와서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세상 천지에 어떻게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단 말인가?
“소문에 따르면 그림 문제가 달려 있다고 하던데요?”
고문학은 탁자를 찡그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림요?”
“네, 노 변호사님이 이상하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얼마 전에 그 판사가 그림 한 점을 샀다고 하더군요.”
“그거랑 이번 재판과 무슨 관계가…… 이럴 싯팔…….”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대충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 그림, 설마 원작입니까?”
“네.”
“이런 염병할…….”
만일 그가 원작을 샀다면 몇십만 원짜리는 아닐 것이다. 수억짜리 그림일 텐데 만일 그걸 검증하는 사람들이 가짜라고 판결해 버리면 자신은 수억 원을 날리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많이 불리하죠?”
“불리할 수밖에 없죠. 후우.”
‘대한민국은 이게 문제야.’
원작자나 그 기술의 핵심 인력보다는 무리를 이끌고 자기 이권을 위해서 싸우는 자들을 더 인정해 주는 것 말이다. 가장 유명한 일이 바로 유명 피겨 선수의 훈장 문제였다.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선수이며 피겨의 신이라고 불린 그녀였지만 연맹에서는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정당한 상금 지불을 거절하기도 하고 선수 자격을 박탈시키려는 시도까지 했다. 나중에는 국가에서 훈장을 주려고 하자 훈장 자격이 안 된다면서 그의 훈장 수훈을 방해했고 결국 그 훈장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수가 아닌 연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어떤 정치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이기려면 상대방의 권위를 박살을 내야 한다는 건데.”
“현장에서 그리게 하면 안 됩니까?”
“저도 그렇고 싶지요. 하지만 재판부가 거부했습니다. 하긴 그렇게 되면 얄짤 없이 인정해야 하니까요.”
해외에서는 위작 시비가 났을 때 그 위작을 그린 사람이 직접 재판 현장에서 똑같은 그림을 그려 냄으로써 그게 위작이라는 것을 증명한 적이 있었다. 노형진은 그걸 생각하고 현장에서 똑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재판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했다. 사실 재판 시간이 길어지면 누군가 지키는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그리면 그만이다.
“일단 카메라로 찍어서 제출해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인정할까요?”
“그게 문제죠.”
카메라로 전 과정을 찍는다고 하지만 저쪽에서는 분명 또 조작 타령을 할 것이다. 본인이 자수해도 조작이라고 하는 놈들인데 과연 그걸 인정하겠는가?
“결과적으로 제가 봤을 때는 저 녀석들을 꺾으려면 그 좆문가질부터 꺾어야 합니다. 그 평론가라는 놈들의 눈은 개눈깔이라는 걸 알려 줘야 할 겁니다.”
“그런가요?”
“네, 그리고 그걸 언론을 통해서 제대로 홍보해야 하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이번 사건은 판사 자신이 구입한 그림이 있기 때문에 판사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합니다. 저들이 자신의 그림을 부정하면 수억을 날리니까요.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그 그림을 수억을 주고 사든가, 그 평론가 라는 새끼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서 믿을 수 없는 녀석으로 만들든가.”
그렇게 된다면 그 녀석들이 아무리 가짜라고 주장해도 세상에서는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사도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평론가라는 놈들도 웃기는 놈들이네요.”
“그렇게 말입니다. 하아.”
결국은 그들은 보고 판단할 뿐이지, 그걸 그릴 실력이 안 된다. 그런데 그걸 그린 사람들을 무시하다니 웃기다 못해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물론 평론가로서의 재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의 평론가들은 그걸 보고 즐기면서 하는 게 아니라 돈 있는 놈들이 자기들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결국은 좆문가 짓이지.’
전문가도 아니면서 전문가인척하는 좆문가질. 노형진이 가장 싫어하는 놈들 중 한 부류.
“하지만 저 녀석들을 어떻게 매장한다는 건가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겠죠.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네? 저 전문가들을 매장시킬 방법이 있다고요?”
“네.”
노형진은 아주 우연하게 봤던 뉴스를 보면서 기억을 더듬거렸다.
“미국으로 가야겠습니다. 이참에 저들을 아예 매장시켜 버립시다.”
“네에?”
미국으로 가자는 말에 고문학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법무법인 새론. 평론가들에게 도전장을 내다.
법무법인 새론. 평론가들도 검증이 필요한 시대라고 주장
며칠 뒤 대한민국의 뉴스에서는 갑자기 황당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새론에서 재판과 관련하여 그들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며 그들의 실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거, 이거, 미친 거 아냐!”
유명한 평론가이자 국립중앙박물관의 큐레이터인 송승현은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고작 변호사 따위가 우리 평론가들을 검증한다고? 이 새끼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예술에 대해서 알기는 아는 새끼야?”
“알 리가 없죠. 안다면 검증 운운하면서 떠벌리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예술에 대해서 좆도 모르는 새끼의 말은 들을 이유가 없지.”
송승현은 애써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소위 말하는 좆문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녀석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날리거나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만 믿고 투자하고 날리곤 했다. 그래서 전문가, 아니 좆문가에 대해서 상당히 적대적인 상황인데 그걸 검증하자고 하니 순식간에 인터넷 메인에 올라갈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아무래도 언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피하면 그걸 가지고 자신들의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갈 생각인 거죠.”
“끄응…… 그렇겠군.”
그들이 아무리 변호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변호사 없이 소송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형진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최후까지 싸우며 악착같이 생로를 만들어 내는 변호사. 승률이 90%가 넘는다는 건 그가 절대 만만한 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행동을 보면 분명 언론 플레이일 겁니다. 그 녀석은 언론 플레이에 능하니까요. 우리가 피하면 그걸 가지고 우리의 실력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을 게 뻔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매장시키시겠다?”
“그렇습니다.”
“흥, 웃기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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