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11)
서부 시대. 그 시대에는 인구도 많지 않았다.
당연히 지금과 비교하면 마을도 많지 않았다.
물론 터무니없이 적지도 않았지만.
“대도시는 배제하죠.”
노형진은 전자화된 기록을 보며 말했다.
다행히 미국은 과거의 자료를 보관하기 위한 전자화를 충분히 진행해서, 그 당시에 활동한 도시와 마을의 기록을 어렵게나마 찾을 수 있었다.
“대도시는 확장성이 강합니다. 내부도 언제 부술지 모르고 외부로 도시가 커질 수도 있죠.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 곳에 보물을 감추지는 않을 겁니다.”
로버트는 대도시로 추정되는 곳을 삭제했다.
“그리고 지금 대도시가 된 곳도 삭제합시다.”
“지금 대도시가 되었다는 건 아무래도 그 마을이 확장되었다는 이야기겠군요.”
“네.”
당연히 그런 곳은 가능성이 없다.
“도시에서 너무 가까운 곳도 삭제합시다.”
“어째서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부분이죠.”
마을을 만든다고 할 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안전한 도시 주변의 땅부터 확장하려고 하지 먼 곳부터 확장하지는 않는다.
“먼 곳에 마을을 만든다는 건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마을을 만들 정도의 자재를 구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니까요. 애초에 짐승도 힘에서 밀려난 놈이 멀리 떠나기 마련이지요.”
“아아,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도시에서 가까운 마을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이 만든 마을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그리고 지금의 도시는 거기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으니까요.”
노형진은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회귀 전에 찾았던 도시들을 적당하게 배제하면서 몇 곳을 선택하다 보니 그다지 많이 남지는 않았다.
“그리고 서부는 배제합시다.”
“네? 어째서요? 서부 개척 시대 아닌가요?”
“맞습니다. 서부 개척 시대죠. 그렇기에 배제하자는 겁니다. 서부는 미개척지이고 경찰력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그런 보물을 두면 어떻게 될까요?”
“아하!”
누군가 발견해서 털어 갈 수도 있는 일이다.
“하다못해 그곳을 경호하던 사람들이 털어 갈 수도 있는 거죠.”
미국은 동부에서 시작해서 서부로 발전되어 나갔다.
당연히 레톤탐정사무소의 본사는 동부에 있었다.
“그런데 명령 하나 내리려면 말 타고 몇 주를 달려야 하는 서부에다가 보물을 보관하려고 했을까요?”
“그건 무리겠네요.”
보물을 지키는 사람들을 배치해야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사람들을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배치한다고 해도 교대는 해야 한다.
“결국 근처에 마을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 말은, 마을이 존재했지만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확신하십니까?”
“마을이라는 것은 목적에 따라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죠.”
한때는 융성했던 마을이 사라지거나 그냥 작은 촌락이 되는 경우도 많다.
역사란 것, 시간의 흐름이라는 건 그런 거다.
“어느 정도 인력을 배치해서 경호했다면 그 주변에 다른 핑계를 만들었을 겁니다.”
대표적인 예가 훈련소다.
논산 훈련소 앞에는 엄청난 수의 식당이 있다.
물론 맛은 개떡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 곳은 오로지 훈련소 하나만 바라보고 삽니다.”
만일 훈련소가 사라지면 그곳들은 쫄딱 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시기에 사라진 마을을 찾아보는 게 맞을 겁니다.”
수뇌부가 사라지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면 당연히 그 지역에 대한 투자가 없어질 것이다.
“훈련소 같은 걸 핑계로 삼아서 만들었을 테지만…….”
“레톤이 사라진 후에는 그걸 유지할 이유가 없었겠군요.”
“바로 그거죠.”
레톤이 사라진 후, 사람들은 다른 탐정사무소에 가서 훈련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마을은 당연히 사라졌을 겁니다.”
오로지 그곳만 바라보는 구조였을 테니까.
“와, 그러면 확 줄겠는데요?”
삭제된 지역 외부에서, 레톤탐정사무소가 없어지고 나서 사라지거나 세가 확 줄어든 마을을 찾는 것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노형진은 결과물을 보고 당황했다.
“어?”
“여기가 맞을까요?”
“어…… 맞을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 이건 진짜 예상도 못 했는데요.”
진짜 예상도 못 했다. 아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예상도 못 한 구역이었기 때문에 다들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니.”
“다른 위치 아닐까요?”
노형진은 로버트의 말에 물끄러미 지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네요.”
“어째서요?”
“그냥, 느낌이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유가 있었다.
‘그래, 이러니까 못 찾았지.’
노형진이 회귀하기 전 미국에서는 보물찾기 운동이 일어났다. 발견된 일기에 적혀 있는 보물의 가치만도 최소 5천억 이상으로 추정되었으니까.
레톤탐정사무소의 긴 역사를 생각하면 그동안 그들이 감춘 보물의 양은 최소 2조 이상, 최대 5조까지 추정되었다.
그 당시 아메리카 대륙은 신대륙으로 사람들의 희망의 땅이었고 전 세계 부자들이 몰려오는 곳 중 하나였으며, 역사적 유물을 미친 듯이 빨아들이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찾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고.’
사실 노형진은 보물찾기에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가 이런저런 가정을 한다고 하지만 전문가들 역시 그런 가정을 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찾았다.
‘어쩌면 못 찾은 게 아니라 안 찾은 것일 수도…….’
노형진이 조용히 턱을 문지르자 로버트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거, 찾을 수 있을까요?”
“찾아봐야지요.”
노형진은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적혀 있는 지역을.
국가 안의 국가
인디언 보호구역.
아메리칸인디언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혈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역으로,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사실 인디언이라는 말은 본래 인도 사람이라는 뜻이다.
처음에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그곳이 인도라 생각한 사람들이 원주민을 그렇게 불러서 이름이 그렇게 굳어졌을 뿐,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인디언이라고 할 때는 구분을 위해 아메리칸인디언이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아니면 아메리카 원주민이라고 하든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백인들이 들어오면서 세력에서 밀려서 결국 그렇게 정해진 땅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니 찾는 데 실패하지.’
인디언 보호구역.
좋게 말해서 보호구역이지 사실상 방치 구역이라고 보면 된다. 아니면 봉쇄 구역이라고 하든가.
인디언들은 거기서 사는 대신에, 그 안에서는 공식적으로 미국 법률의 상당수가 정지된다.
일종의 자치구 같은 개념인 셈이다.
‘설마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디언 보호구역의 역사는 18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노형진이 예상하는 곳은 그 당시에도 인디언 보호구역이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레톤탐정사무소를 보면 아니지.’
그들은 한때나마 미국 국력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고, 어떻게 보면 현대 민간 군사 기업의 시초였다.
레톤이야 사라졌지만 그 당시에 존재하던 다른 많은 곳들이 현재는 민간 군사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그리고 미국의 독특한 법체계상 그곳에서 찾으면 곤란해지지. 이러면 정말로 못 찾은 게 아니라 찾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커지는데.’
노형진이 생각에 빠진 것을 모르는 로버트는 그가 인디언 보호구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설명을 계속했다.
“그리고 인디언들은 가난하죠.”
그들이 발달하고 싶어도 공식적으로 자치구이기 때문에 어떠한 정부 지원도, 혜택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그 지역이 압도적인 빈곤과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지요.”
로버트는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차분하게 말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나와서 외부에 정착하면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하지만, 사실 그게 미국 정부가 노리는 거죠.”
그곳에서 벗어나면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은, 전통을 이어 가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좋게 말해서 통폐합, 나쁘게 말하면 점진적인 문화 말살.”
노형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일본이 한때 한국을 대상으로 그런 적이 있지요.”
머리를 깎고 한글을 포기하고 이름을 바꾸고 친일을 하는 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한국의 문화를 말살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 때문에 한국은 아직도 친일파의 그늘 아래서 허덕거리고 있다.
‘나라는 다른데 하는 짓거리는 똑같네.’
노형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곳에 보물이 있다면 인디언들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로버트는 눈을 찡그렸다.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다르게 생각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반대로요? 무슨 말씀이시죠?”
“인디언 보호구역은 미국 법에 따르면 법 효력 정지 지구죠.”
“인디언 보호구역에 대해 아십니까?”
“좀 압니다.”
물론 로버트의 생각보다 좀 더 안다.
미국에서 살았고, 또 그들의 소송도 대리한 적이 있으니까.
법 효력 정지 지구,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지역 내에서는 미국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문제가 심각한 정도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살면 투표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 법이 적용되지 않기에 사실상 미국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거다.
거기서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인디언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의 지원이 없고 법률이 정지되는 만큼 그들의 요구에 맞춰서 보물을 나눌 수밖에 없고, 최소 50%, 최악의 경우 70% 이상 인디언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돈줄을 말려서 인디언 문화를 말살하고 미국에 흡수하려고 하는 미 정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는 거지.’
물론 그걸 다 판다고 해서 인디언 문화를 지킬 수는 없다.
돈은 한 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사실 몇조라는 돈이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인디언들의 생활을 개선시키는 데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거래할 수 있는 조건은 되지.’
노형진의 눈이 살짝 반달형으로 휘었다.
머릿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뭐로요?”
로버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때로는 뒤집어 보면 현실이 보이지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