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55)
“그러니까 우리 쪽 사막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거군.”
퍼슨 중장은 연락을 받고 탁자를 손끝으로 톡톡 두들겼다.
“그렇습니다. 물론 가정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적들의 규모나 문제 때문에 스와트의 도움을 구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힘들겠지.”
수백 명을 나르는 범죄자들이 열댓 명은 아닐 테고 그쪽도 백 명이 넘을 텐데,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스와트 팀으로는 역부족이다.
당연히 일반 경찰까지 싸그리 동원해야 하는데, 그 경우 일이 틀어졌다는 걸 심슨 머레이가 모를 수가 없다.
“심슨 머레이란 말이지.”
그는 자신이 만났던 심슨 머레이를 생각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남자. 정중하기 그지없던 남자.
‘나도 그 오광훈인가 하는 인간의 말이 개소리 같기는 하지만 말이지.’
문제는 이런 일을 사전에 알고도 막지 않았다고 하면 자신의 커리어가 끝장난다는 것이다.
“우리 쪽을 의심하는 이유는?”
“우리 쪽 사막이 가장 넓습니다.”
“그렇겠지.”
지상군도 아니고 공군기지가 있는 곳이니, 당연히 어마어마한 영역이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그런 곳은 대부분 텅 비어 있다.
무인 지대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감시가 잘되도록 만들어진 구역이지 지켜야 하는 구역이 아니니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부관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주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네. 물론 정식으로 들어온 부탁도 아니니 무시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무슨 뜻인지 알겠네.”
멕시코 국경을 지키고 있기에 국경 근처 갱단이 어떤 자들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번 일을 저지르는 자들이 멕시코 갱단이 아니라 미국 갱단이라는 게 의외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슷한 놈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상군을 보낼 수는 없지.”
퍼슨 중장은 마음을 굳혔다.
아무리 퍼슨 중장이라고 해도 인명 피해가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
인명 피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미군이기에 일단 일이 터지면 공군부터 부르는 거다.
그리고 그는 다른 곳도 아닌 공군의 중장이다.
“이틀 후에 아파치 대대 기동훈련이 있었지, 아마?”
“네.”
부관은 바로 알아들었다.
아파치 헬기는 미국이 자랑하는 군사용 헬기.
갱단이 아무리 무장을 잘했어도 그걸 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훈련 계획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겠군.”
“어렵지 않습니다. 해당 훈련은 실탄을 포함한 훈련이니까요.”
“훈련 비행 동선을 좀 바꾸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군.”
“알겠습니다. 방향은 사막 쪽이겠지요?”
“그래, 사막 쪽이 좋겠어.”
퍼슨 중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 * *
컴컴한 밤, 흐릿한 불빛 속에서 하이디의 고운 손은 익숙하지 않은 삽질로 인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매일같이 관리하던 손이 찢어졌지만 그녀는 삽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흑흑흑.”
“빨리빨리 파!”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위협받으면서 땅을 파고 있었다.
“제발 살려 주세요. 네? 제발, 시키는 대로 할게요.”
하이디와 함께 납치된 로라가 그중 한 명에게 매달렸다.
학교가 끝난 후 집에 가던 그 둘은 갑자기 납치되어서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다.
“닥치고 땅이나 파! 당장 대가리에 총구멍 나기 전에.”
하지만 남자는 거칠게 로라에게 발길질을 했고, 그녀는 자신이 파던 구덩이로 굴러떨어졌다.
“이거 오늘 중으로 다 파겠어?”
“시범 삼아서 몇 죽여 볼까? 어?”
갱단의 말에 다들 눈물을 흘리며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들도 안다.
이걸 다 파고 나면 자신들이 묻힐 거라는 걸.
지금 살기 위해 빨리 움직일수록 미래에 더 빨리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흑흑흑.”
눈물을 흘리면서 삽질을 하던 그때였다.
“정지.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누군가의 말. 금발의 남자는 흙먼지로 가득한 자리를 보며 눈짓을 했다.
“삽 이리 던져.”
“헉!”
“아니에요! 우리 더 팔 수 있어요! 더 팔 수 있어요!”
멕시코인으로 보이는 몇몇이 빌었지만 그들의 발아래에서 총알이 튀었다.
“던지라고 했다. 내가 시체 뒤지면서 삽을 꺼내야겠냐?”
하이디는 눈물도 멈췄다.
이제 자신의 삶이 끝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
그게 무슨 소리인지 깨달은 갱단은 당황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내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아차렸다.
“이런 씨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십여 대의 아파치 헬기.
그 헬기들은 야간 탐조등을 켠 채로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
“이런 염병.”
갱단의 얼굴에 낭패의 기운이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군부대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대장, 저거 어떻게 합니까?”
“이런 씨발.”
대장도 눈을 찌푸렸다.
눈앞에 있는 헬기들.
자신들에게 지대공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기라고는 소총이 다였다.
그리고 소총으로는 헬기에 흠집도 못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투다다다!
갑자기 격렬한 총소리가 들리면서 갱단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총격이 쏟아졌다.
“퍼킹!”
누가 봐도 무기를 버리라는 신호였다.
고개를 숙여 보니 자신의 발아래에는 수백 발의 총알이 틀어박혀 있었다, 그것도 대구경의.
아마도 저항이나 도주를 하려고 한다면 헬기에서 총알이 쏟아질 것이다.
“그래도 도망갈 수 있지 않을까요, 군인인데 민간인한테 총 쏘는 게 쉽지는 않을 테니?”
혹시나 하여 도주를 생각하는 그때, 반대쪽에서 갑자기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저건 뭐야!”
조용히 다가오던 노형진 일행과 인디언 경호 부대인 토마호크가 라이트를 켠 것이다.
헬기가 일으키는 강한 바람 소리에 엔진 소리는 감춰졌고, 라이트를 끈 채로 운전하자 갱단은 그들이 접근하는 것도 몰랐다.
“꼼짝 마! 손들어! 저항하거나 도주한다면 사살하겠다!”
안 그래도 헬기 때문에 화력적으로는 도주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완전무장 한 병력이 나타나자 갱단은 깜짝 놀랐다.
“뭐야?”
“퍼킹!”
갱단은 다급하게 무기를 들었지만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방탄복으로 온몸을 두른 방어 병력이었다.
그냥 방탄복도 아니고 어디 아프가니스탄에서나 쓸 만한 소총 방어용 완전 방탄복이다.
거기에다 방탄모에 방탄 마스크까지 착용해서, 자신들이 아무리 쏴 봐야 이길 방법이 없었다.
“젠장.”
누군가의 목소리.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주하자니 헬기가 걸린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다.
물론 막나간답시고 저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총을 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시체도 찾기 힘들게 될 게 뻔했다.
한국에서 남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살해하면 그건 살인죄지만, 미국은 이런 경우 정당방위로 보기 때문이다.
“손들어.”
노형진은 마이크에 대고 느긋하게 말했다.
“물론 저항해도 상관없어. 화끈한 총격전은 이쪽에서도 원하는 거니까.”
노형진은 느긋했다.
‘내가 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이미 그들이 여기에 땅을 파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린 것은, 인질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바로 습격하면 총격전을 하기가 애매해진다.
빗나간 총이 인질에게 맞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인질들은 구덩이에 들어가 있고, 그들은 땅 위에 있다.
파묻기 위해 판 구덩이가 인질들에게 쏟아지는 총알을 막아 주는 참호가 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런 부담도 없이 총질을 할 수 있다.
“큭…….”
금발의 남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저항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미 자신들의 차량까지 완전무장 한 사람들이 포위한 상황.
“손들어. 안 들면 쏜다.”
노형진의 말에 그는 결국 총을 바닥에 던졌다.
덜그럭.
총이 떨어지는 소리가 하나가 들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총을 바닥에 던졌다.
“모조리 체포하세요.”
노형진의 말에 다른 검사들이 다가가 그들의 손에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일부는 수갑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케이블 타이로 묶기 시작했다.
헬기는 그 주변을 돌면서 감시를 계속했고, 보고를 받은 군부대 쪽에서 일단의 병력이 몰려오고 있었다.
“여기는 다 끝난 것 같고.”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이쪽은 이미 정리되었다.
남은 것은 다른 쪽, 그러니까 도시 쪽이다.
“제대로 하겠지?”
노형진은 걱정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