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16)
그날 밤 사형수들은 공포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다음날 운동시간이 되자 우르르 구석으로 몰려들었다.
“그거 봤어?”
“나도 봤지.”
“내 방에서는 안 보였어 도대체 뭔데.”
“어제 이상한 짓을 하던데요.”
그렇게 이야기가 커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형수들. 그런데 이야기를 들었던 한 녀석이 갑자기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만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런 시팔… 좆된 거 같은데?”
“네 왜요?”
“며칠 전 정훈시간에 틀어준 영화 기억 안나?”
“영화 틀어준 게 한두 개에요?”
“그…… 뭐더라… 그… 그…… 그 뭐였는데. 시꺼먼 흑인놈 나오는 거 있잖아.”
“그린 마일?”
“맞다! 그거! 거기에 나오잖아. 간수들이 사형 진행하기 전에 다른 죄수 가지고 연습하는 거.”
그 말에 사형수들의 얼굴은 말 그대로 더 이상 변할 수 없을 정도로 새 파란색으로 변해버렸다. 다들 그 장면이 기억이 난 것이다.
“맞아… 그런 장면이 있었지.”
끌려가면 죽는다는 걸, 아는 죄수가 그냥 끌려갈 리가 없다. 하물며 사형제가 실존하는 미국에서는 포기하고 그냥 조용히 끌려간다지만 이들은 실질적으로 사형이 없다고 생각해서 왕처럼 굴어왔다. 그러니 진짜 사형이 진행될 때 그냥 끌려갈 리가 없었다.
“연습인 거야?”
이들이 말하는 그 장면은 간수들이 사형에 대비해서 다른 죄수를 이용하여 사형장으로 이송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었다. 혹시나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말이다.
“이런 시팔……”
당장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다는 생각에 다들 분노와 더불어 생존 욕구가 미친 듯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쩌지?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마구 머리를 굴리는 그들. 하지만 애초에 머리가 좋은 녀석이라면 살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그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은 뻔했다.
“방법이 없잖아. 여기서 무슨 짓을 하겠어.”
“안 돼! 난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웅성거리는 사형수.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눈을 크게 올려 떴다.
“이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원인 해결이라니?”
“이 사태가 왜 벌어졌는데요? 저 미친 새끼가 중수부장 동생 건드려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구석에 있는 김용문에게로 향했다. 그는 요즘 들어 자신이 따를 당한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아직은 낯설어서 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막말로 저 새끼만 아니면 중수부장이 무리해서 사형을 집행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사람이 죽도로 결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때문에 아직까지 사형집행이 안되는 것도 있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법무장관이 싸인을 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중수부장이 설득한다고 했다.
“저 새끼가 뒤지면 중수부장이 나댈 이유가 없잖아?”
“그건 그러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막장 아닙니까?”
어차피 이들은 사형이 결정된 사람들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자들. 또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사람을 죽여 본 인간들이다. 그것도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작심하고 사람을 잔인하게 그것도 여럿을 죽인 인간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사형은 쉽게 나오지 않는 형벌이다.
“저 새끼만 처리하면 어쩌면 살지도 모릅니다.”
“중수부장이라는 새끼만 닥치고 있으면……”
어쩌면 이 일이 흐지부지 될지도 모른다.
“저 새끼 조져 버리자.”
누군가의 말. 그리고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 김용문은 느긋하게 운동을 하러 다시 운동장에 나와 있었다.
“날씨 좋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바깥공기를 쐴수 있는 이시간이 그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런 삶도 나쁘지는 않아.”
놀고 먹고 자유가 없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힘든 삶은 아니다.
“나갈 수 있으면 참 좋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때였다.
“야! 김용문!”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김용문. 그 뒤에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 그러니까 사형수들이 서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네놈이 노예 사건 주범이냐?”
“그건 어디서 또 들었어요?”
대수롭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그 말은 사형수들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네놈이 중수부장 동생을 건드렸어?”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그였다.
“뭐 재수 없으려니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다들 그런 거 아닙니까?”
재수가 없으니 걸려서 끌려온 것뿐이다. 김용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형수들은 마음의 결심을 굳혔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김용문은 그걸 보고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 뭐하지는 겁니까?”
자신을 에워싸면서 다가오는 사형수들. 그리고 그걸 보고 주춤주춤 물러나는 김용문.
“간수! 간수!”
그는 뭔가 불안감을 느끼고 애타게 간수를 불렀다. 하지만 몇몇이 벌써 간수 쪽을 틀어막고 있었고 그가 간수를 부르자 다른 사형수들은 허리춤에서 칫솔을 갈아서 만든 날카로운 플라스틱 칼을 꺼내 들었다.
“이런 시팔새끼! 너 때문에 우리가 뒤지게 생겼어!”
“잠깐만. 살려줘 크헉!”
하지만 첫 번째 칼이 정확하게 허파를 찌르고 들어오자 그는 숨을 들이쉬면서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허파에 구멍이 나자 비명도 지르지 못할 수밖에 없었고 그걸 본 간수들이 달려 나왔지만 그들을 견제하던 다른 자들이 그들을 가로 막았다.
“크허허허허.”
김용문은 산소를 갈구하면서 손을 내저었지만 그에게 날아온 것은 다름 아닌 날카로운 플라스틱 칼날이었다. 그 칼날은 그의 몸의 사방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뒤져!”
“죽어 이 씹새끼야!”
그리고 배에서부터 심장 심지어 눈까지 그게 들어오자 그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예상한 건가?”
김상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닙니다. 원래 사형수들은 죽음의 고통이 제일 두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그 고통을 느끼도록 배치한 것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감옥 안에서 황제처럼 살고 있으니 그걸 매일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날로 바꿔준 것뿐입니다. 그런데 다른 살인범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응할지는 몰랐습니다. 솔직히.”
“후우……”
김상식은 그 말에 보고 있던 보고서를 덮었다.
“자상이 30군데가 넘는다고 하더군. 병원으로 갔지만 살기는 힘들거라네.”
“그런가요?”
“양심에 안 찔리나?”
“뭐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양심에 찔리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죽을만한 놈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노형진은 김상식의 말대로 작전을 짜줬다. 모든 것은 합법적이었다. 그가 사형을 부탁하고 다닌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건 불법이 아니다. 자기 의견이니까. 그리고 변호사들에게 소문을 낸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불법은 아니다. 소문이란 언제나 도는 것이니까. 호송연습을 시키도록 한 것도 불법은 아니다. 감옥에서는 언제나 훈련을 하니까. 그리고 그걸 본 사형수들이 매일같이 죽음에 공포에 떨면서 하루하루를 고통 받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런 노형진이 실수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그들의 심리상태였다. 그들은 사람목숨을 파리 목숨 만큼도 안 본다는 것 말이다.
세 가지를 본 사형수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다가 살기위해서 김용문을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하지만 칫솔 칼은 너무나 짧았기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김용문은 천천히 고통 받으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건 미국에서는 흔하게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일로 양심에 찔리면 법률계에 있지 못하지요.”
“흔하게 있는 일이라.”
“네. 사형수나 종신형인 녀석들에게 돈을 주고 누구를 죽여 달라고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도 없다고는 말 못할 텐데요?”
“……”
그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중수부장이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사법체계는 썩어 있었으니까.
“다만 우리는 부탁을 한 적은 없죠. 이건 우연히 벌어진 사건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누군가를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철저하게 합법적인 행동만을 했을 뿐이다.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드냐고?”
김상식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를 만난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노형진은 그가 어떤 기분인지 알거 같았다.
“그럼 되었습니다.”
“고맙네. 무슨 일이 있거든 연락하게. 내 들어줄 수 있으면 들어주지.”
특혜라고는 절대 인정하지 않던 그의 입에서 나온 파격적인 말.
“그럼 나중에 잘 부탁드립니다.”
노형진은 그걸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카드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엔터테인먼트 변호사 (1)
“방송이요?”
노형진은 난데없는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 혹시 자네 나가볼 생각 없나?”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없습니다.”
“기회야. 방송을 타면 엄청나게 이슈가 될 거라고 그럼 일이 더 많아질 거야.”
그 말에 피식 웃는 노형진.
“송변호사님 지금보다 더 일이 많아지면 어쩌시려고요?”
“그거야… 아…… ”
확실히 지금도 변호사들이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판국인데 더 일이 많아져봐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 엔터테인먼트 변호사 별로 안 좋아합니다.”
“엔터테인먼트 변호사?”
“네. 그게 쇼 하는 거지. 진짜 변론을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요.”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란 말 그대로 방송에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말 한다. 노형진 역시 한때 그런 변호사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지만 현실을 알고 나서는 그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 버렸다.
“애초에 상식적으로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판사가 하는 일이지 변호사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거기에 출연해서 몇 년형이네 하고 판단을 하면 안 되죠. 변호사면 그걸 깎으려고 해야 하는 사람인데 자기가 판단을 하면서 들어가면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건… 그렇군.”
노형진이 그들을 가장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행동 때문이었다. 그걸 형을 깎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방송에 나왔다고 형량이 어쩌고 하면 안 된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당장 별게 아닌 거 같지만 그걸 들은 사람들은 그런 형량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실전에 들어가면 현실은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았다.
‘현실을 알아야지 현실을.’
시기에 따라서 의사 게스트나 요리사 게스트가 유행할 때가 있기는 했지만 최소한 의사 게스트는 판단이나 선입견이 사람을 망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며 요리사 게스트 역시 그들의 생각이 문제가 될 여지가 적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변호사는 아니다. 만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고 변론에 들어가기 전 선입견을 가지면 크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자기가 유죄라고 판단해 버린 상태에서 무슨 변론을 한단 말인가.
“전 별로 그 짓을 하고 싶지 않네요.”
“그런가?”
“네.”
“하지만 방송국에서는 자네를 요구하는데…… 어쩐 다…”
“저를 요구한다고요?”
“그래. 사실은 방송국에서 몇 번이나 청이 들어왔다네.”
송정한은 노형진이 거절할 걸 예상하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몇 번이나 고사를 했지만 방송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출연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메인 게스트로 중심에 세워주겠다고 약속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보니 이때쯤인가?’
이때쯤에 변호사 게스트들이 유행을 하면서 수많은 변호사들이 방송을 통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 별로 생각이 없는데요.”
“나도 그렇게 몇 번이나 말했다니까. 하지만 워낙 요구가 심해서.”
“도대체 어딘데요?”
“kkb 라네.”
그 말에 노형진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kkb라면 정의의 천칭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나?’
몇몇 법률 관련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한참을 기억을 더듬어야 그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사람들이 접수한 사건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 본격 생활 법률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역시 별로 군요.”
“그렇지?”
“네. 그런 광대놀음에 나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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